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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개성만점 톡톡 튀는 팝아트의 대가들 - 팝아트전

by 야옹서가 2003. 1. 3.

 Jan. 03. 2003
| 겨울방학특수를 맞아 대규모 해외작가 기획전이 줄을 잇고 있다. ‘오귀스트 로댕 - 위대한 손’전 (예술의전당), ‘키스 헤링’전(천안 아라리오갤러리), ‘밀레의 여정’전(서울시립미술관)등 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전시들이 잇달아 개막하면서 방학을 맞은 초·중·고생 관람자들을 향해 손짓하고 있는 것.

한편 특정 시기의 예술흐름을 다룬 전시로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3전시실에서 2월 9일까지 열리는 ‘세계명작전 - 팝아트’전이 눈에 띈다. 이번 전시에서는 앤디 워홀, 재스퍼 존스, 클래스 올덴버그, 로버트 라우젠버그, 제임스 로젠퀴스트, 래리 리버스, 로버트 인디아나, 톰 웨슬만, 로이 리히텐슈타인 등 팝아트작가 12명의 작품 52점이 소개된다. 출품작은 사우스플로리다 대학·마이애미 대학 미술관에 소장중인 작품들로, 1960년대 예술계를 풍미한 대표적 팝아트 작가들의 작품 경향을 작가별로 일별할 수 있다.

산업사회와 매스미디어의 발달 속에 탄생한 팝아트
 1950년대 고급예술의 주류로 자리잡은 추상표현주의 회화의 관념적 성향을 조소하며 등장한 팝아트는 상업광고, 영화, 만화 등 대중문화의 거대한 꼴라주를 연상시킨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중심의 산업사회가 활성화되고 매스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예술가의 발화방식도 영향을 받게 된 것. 작품제작기법으로 실크스크린이 유난히 애용된 것도 이러한 사실에 바탕하고 있다.

전시된 작품 중 눈길을 끄는 것은 팝아트의 대표주자 앤디 워홀의 작품들. 워홀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된 마릴린 먼로를 비롯해 엘리자베스 테일러, 재클린 케네디, 모택동 등 당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했던 저명인사들이 마치 대중스타 같은 이미지로 채색됐다. 캔버스가 아닌 쇼핑백에 실크스크린으로 인쇄한 캠벨수프깡통도 워홀의 위트를 짐작하게 하는 부분. 이밖에도 만화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차용한 리히텐슈타인, 대상의 이질적인 요소를 서로 병치시켜 시각적 충격을 유발하는 앗상블라주의 대가 로버트 라우젠버그, 광고간판그림을 그대로 복사한 듯한 에드워드 류세이 등의 작품이 선보인다.

일체의 감정을 배제하고 일상의 사물들을 나열한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당시의 사회현상에 대한 비판적 관점이 담기기도 했다. 전시작 중 예일대학 남녀공학제 실시를 기념해 제작된 클래스 올덴버그의 ‘탱크바퀴 위의 립스틱’ 설계도는 그 예 중 하나다. 여성의 전유물인 립스틱을 마치 미사일처럼 탱크 위에 장착한 이 작품은 겉으로는 유쾌하고 재미있는 팝 조각의 전형처럼 보이지만, 전쟁으로 대변되는 파괴적 남근중심주의를 겨냥해 당시 사회적 여파가 심각했던 월남전 반대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것이기도 했다.

소품 위주의 작품 선정에는 아쉬움 남아
 대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은 반갑지만, 출품작 중 대부분이 소품 위주이고 입체작품은 제외되는 등, 작품구성 면에서 본다면 이번 전시는 ‘팝아트의 다양한 측면을 총체적으로 맛볼 수 있는 최초의 기회’라는 대대적인 선전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인상이 짙다. 예컨대 거리의 입간판을 떼어온 듯한 거대 이미지일 때 보다 효과적인 감상이 이뤄지는 톰 웨슬만이나 제임스 로젠퀴스트의 경우에도 소품으로 일관했고, 일상의 사물을 뻥튀기 하듯 크게 확대한 소프트조각으로 유명한 올덴버그마저 입체작품이 단 한 점도 소개되지 않은 점 등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본 전시의 입장료는 성인 5천원, 학생 3천원.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이며, 매월 첫째 월요일은 휴관한다. 문의전화 02-58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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