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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거리를 변화시키는 양날의 칼 - 간판과 디자인전

by 야옹서가 2003. 1. 3.

 Jan. 03. 2003
| 서초동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1월 12일까지 ‘간판과 디자인’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도시미관을 구성하는 주요소인 간판과 옥외 광고를 대상으로 삼아, 무분별한 불법간판의 난립으로 인해 파괴되는 도시경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모색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소리사인 등 공공디자인으로서의 사인도 다뤘으며, 해외 우수사례로 후쿠오카 도시경관 수상작품집도 소개된다.

간판으로 보는 도시경관의 문제점과 개선안
본 전시는 ‘간판 디자인 - 보기 좋고 알기 쉬운 간판’, ‘경관과 색 - 아름다운 거리의 빛깔’, ‘간판의 공공성 - 간판, 어떻게 해야 하나’, ‘소리 사인 - 시각장애인을 위한 간판’등 4개 구역으로 나뉘어 열린다. 마치 미로처럼 동선을 나누고, 사진과 글이 함께 어우러진 대형 차트를 벽을 따라 늘어뜨려 관람자가 마치 환경디자인 개론서 속을 걸어가듯 사진을 보고 글을 읽으며 전시 내용을 습득할 수 있게끔 구성 했다. 

흥미로운 것은 간판의 인지와 관련된 각종 실험이다. 간판의 지각성 실험을 위해 마련된 두 개의 영상시뮬레이션을 예로 들어보면, 관람객은 지하보도를 올라와 거리를 훑으며 지나가는 카메라의 눈을 따라 간판을 보고, 차량 형상을 한 좌석에 앉아 시속 40km의 주행속도로 달리는 상황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며 주행시 보이는 간판의 정도를 체험할 수 있다.

이 실험은 시선이 한곳에 머무는 평균시간은 0.3초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명하면서, 몇 개의 간판이 기억에 남는지 질문하는데, 관람자는 이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간판이 거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인간의 가시각이 평상속도로 걸어갈 때 20도 , 운전할 때는 2∼3도 정도밖에 되지 않음을 감안하면, 무조건 크고 화려한 간판이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착각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조화로운 배색으로 아름다운 거리를 만들기 위한 색채인식 프로그램, 그리고 경관 색채를 분석해 최적의 간판 색을 찾아낼 수 있도록 하는 환경색채분석 프로그램도 일반인이 간판디자인 및 환경디자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체험도구들 중 하나다.

보는 간판이 아닌 ‘듣는 간판’ - 소리 사인 시스템
 한편 간판의 공공성을 살린 시도로 시각 장애인을 위한 소리 사인 시스템도 선보였다. 보는 간판이 아닌 일종의 ‘듣는 간판’이라고 해야할 소리 사인은, 흔히 전철이나 횡단보도에서 흘러나오는 안내멘트와 비슷하다. 직접 안내도나 간판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설치된 이 소리 사인은 공공시설 안내 소리 사인, 횡단보도 사인 음 시스템, 안내도의 특정 위치를 지적하면 현 위치에서부터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게 자세한 설명이 방송되는 사인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번 전시는 시민 인터뷰를 통한 의견 수렴, 제도와 정책에 대한 제안 등 폭넓은 담론이 오가는 장이 되기는 했으나, 동선을 따라 차트 형식으로 줄줄이 나열되며 쉼 없이 이어지는 긴 텍스트가 관람객을 지치게 만든다는 점에서 보다 효율적인 전시구성이 요구된다.

전시 관람료는 성인 2천원, 학생 1천원.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이며 1월 6일은 휴관한다. 문의전화 02-580-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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