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 10. 2003 | 사물을 360도 각도로 돌아가며 촬영하고, 그 사진을 인화해 입체적인 형태로 재현한 작품은 사진일까, 조각일까? 반영구적인 재료 대신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조금씩 사라지는 나프탈렌 덩어리로 만든 작품이나, 머리카락을 거미줄처럼 엮어 만든 작품은 어떤 범주에 넣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세상은 넓고, 재미있는 조각은 많다.’
2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 1, 2, 6전시실에서 열리는 ‘현대조각특별전-조각이란 무엇인가? ’전은 조각이라면 대리석, 나무, 철 등 견고한 재료를 깎거나 붙여만든 작품만 떠올리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강관욱, 윤석남, 김정숙, 신문섭, 백남준, 심영철, 고명근, 양만기 등 한국작가 34명이 참여한 이번 전시는 1960년대 이후 한국현대조각의 흐름을 사실조각, 표현조각, 추상조각, 키네틱조각, 빛조각, 사진조각, 영상조각, 설치조각 등 8가지 양식으로 세분화했다.
사실조각, 추상조각, 개념조각에 이르기까지
입구에 들어선 관람객을 맞이하는 첫 번째 작품으로 강관욱의 사실주의조각이 우뚝 서 있는 건 현대미술에 대한 경계심을 조금이나마 늦추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추상조각보다는, 사실적인 형상의 조각을 볼 때 안심하기 마련이므로. 사실조각과 추상조각 사이에 절충지대처럼 자리하고 있는 표현조각에서는 여성주의적 시선을 담은 윤석남의 목조각과 국수로 만든 소파를 선보이는 조성묵 등 서로 다른 개성의 반구상적 조각이 눈길을 끈다.
사실조각과 함께 한국현대조각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추상조각이다. 얼핏 보기에는 비슷비슷해 보이는 추상조각이지만 특정한 형상의 제약을 벗어난 앵포르멜 조각, 절제된 형태 속에 재료의 물성을 강조한 미니멀리즘 조각, 형태의 공간감을 최대한 살린 기하학적 조각 등 해외조각예술이 한국 미술계에 수용되면서 다양한 양상으로 정착한 모습들을 찾아볼 수 있다.
촉각+시각 체험 프로그램도 선보여
현대조각의 특성 중 하나는 전통적인 개념의 조각에 설치미술, 사진, 영상예술 등 여러 장르가 조각이라는 이름아래 결합해 또 다른 양상을 만들어낸다는 것. 매체의 혼합이 이뤄지면서 조각의 범주에 들지 않았던 기타 장르까지 넓은 의미의 조각에 포함된 점이 독특하다. 예컨대 백남준의 로봇 시리즈나 심영철의 ‘전자정원’은 과학과 예술이 조각의 이름아래 결합한 대표적인 사례다. 한편 사진에서 출발해 입체적인 조각으로 완결되는 권오상, 고명근의 작품이 사진조각이란 장르를 정착시킨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밖에도 제6전시실에서 열리는 촉각+시각 체험 프로그램은 ‘예술품은 만질 수 없는 것’이라는 원칙을 깨고 관람자들이 작품을 직접 보고 만지며 조각의 세계를 몸소 체험할 수 있어 흥미롭다.
본 전시의 입장료는 일반 3천원, 초·중·고교생 2천원, 유치원 단체 및 경로우대증 소지자 1천원이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 월요일 휴관. 자세한 문의는 02-580-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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