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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추억을 되찾아주는 ‘꿈공장’-홍성한 인형전

by 야옹서가 2003. 2. 7.

 Feb. 07. 2003
| 관훈동에 위치한 공예문화진흥원 본관 2층에서는 2월 11일까지 인형작가 홍성한의 첫 번째 개인전이 열린다. 홍성한은 테디베어·퀼트소품을 만드는 부인과 함께 사람들의 추억 어린 사연을 인형으로 만들어주는 ‘꿈공장’을 운영중인 작가.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라는 부제의 이번 전시에서 그는 사람들이 조금씩 잃어 가는 꿈에 대한 애틋함을 인형세트 13점에 담았다.

그가 선보이는 인형들은 ‘꿈공장’의 주력상품인 ‘이야기현상소’ 캐릭터를 응용한 작업과 순수창작모형인 ‘창작공작소’ 캐릭터로 나뉜다. ‘이야기현상소’ 작업의 경우, 오븐점토의 일종인 스컬피로 13센티미터 전후의 기본형 캐릭터를 제작하고, 이를 응용해 의뢰 받은 장면을 연출한다.
의뢰인의 얼굴을 똑같이 제작해주는 캐리커처 인형이 아니라, 기본형 인형이 대역을 맡아 연기한다는 개념. 여기에 아기자기한 미니어처 소품과 정교한 배경이 더해지면 추억은 좀 더 생생한 생명력을 더하게 된다.

뜻깊은 추억 연극처럼 인형으로 되살려내는 즐거움
 인형 받침대의 정면에는 카드처럼 원하는 글귀를 새길 수 있어 기념선물로 주로 이용되지만, 이번 출품작들은 타인의 의뢰를 받고 제작한 것이 아닌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더욱 애착이 간다고. 현실에 대한 걱정이 쌓여 굴레로 변하고, 잡힐 듯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눈앞의 꿈을 쫓아 달리는 모습이 언뜻 비치는가 하면, 아내를 향한 사랑이 듬뿍 담긴 애교 넘치는 인형들도 정겹다.

예를 들어 ‘곰은 곰이다’라는 작품에는 동갑내기 작가부부가 추구하는 서로 다른 세계의 공존을 재미있게 그렸다. 홍성한은 곰의 몸통을 프라모델로 만들고 있는데, 부인 손지연은 반대편에서 다른 쪽 몸통을 봉제인형으로 만들고 있는 것. 같은 대상을 다루더라도 시각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음을 쉽고 친근한 방법으로 설파한다. 


한편 꿈을 주제로 가상의 세계를 펼쳐 가는 ‘창작공작소’의 순수창작모형은 이번 전시의 백미. 기발한 발상과 다채로운 캐릭터로 눈길을 끈다. 현대판 개구리왕자 ‘不King王(부킹왕)’, 우주지렁이, 로봇벌레인 메카벅스, 둔한 몸집이지만 순박해 보이는 킹… 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문방구 주인이 꿈이었을 만큼 프라모델을 좋아했다는 작가의 취향을 반영하고 있다.

예컨대 ‘꿈 수집가’를 형상화한 인형작업은 장 주네의 영화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를 연상시킬 만큼 독특한 메카닉 캐릭터가 동원됐다. 이 꿈 수집가의 배에는 알록달록한 액체가 담긴 조그만 병이 여러 개 들어있는데, 바로 아이들의 서툰 그림 속에 담긴 여러 가지 꿈들을 수집한 것. 백발의 노인로봇이 기계 팔을 휘두르며 엄중히 지키고 있는 장식장에도 역시 아이들의 그림이 라벨 대신 붙어있는 ‘꿈 유리병’이 보관돼있다. 

작고 소중한 꿈을 발견해 저장하는 ‘꿈 수집가’
홍성한은 “몸은 이미 성장했지만 어릴 적의 꿈은 아직 남아있고, 그 꿈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됐다”며 “모형과 인형의 형식을 빌어 관람객들과 편안하게 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전시가 되길 바란다”고 본 전시의 의의를 설명했다.

본 전시의 관람료는 무료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주말, 공휴일 오전 11시 개관)까지이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방명록 대신 흰색 면으로 테디베어의 몸을 만들고 그 위에 글을 남길 수 있게 한 아이디어가 독특하다. 자세한 문의는 02-733-9040∼2.

'꿈공장'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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