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b. 21. 2003 | 안양시 석수동 석수시장 내에 위치한 대리보충공간 스톤앤워터에서는 3월 15일까지 ‘새로운 희망’전을 개최한다. 생활예술을 지향하는 작가들을 지원하는 스톤앤워터의 2003년 첫 번째 기획공모당선작으로 선정된 이번 전시에서는 홍익대 앞 거리예술시장인 ‘희망시장’참여작가 중 총 91팀 1백15명이 참여해 아트상품 판매 및 현장제작, 석수시장 상인과의 물물교환 이벤트, 지하철 가장행렬 퍼포먼스 등을 선보인다.
재활용품, 수공예품이 있는 즐거운 예술시장
‘희망시장’은 작년 5월 홍익대 앞 놀이터에서 첫선을 보이며 지역 내 명물로 자리잡은 자생적 예술시장이다. 직접 제작한 그림과 조각, 하나하나 수작업한 장신구와 생활소품, 버려진 물건을 리폼해 만든 재활용 상품, 집에서 쓰던 사연 있는 물건에 이르기까지 희망시장이 아우르는 영역은 포괄적이다. 일상 속의 예술을 꿈꾸며 생겨난 만큼, 수용하는 작품의 형태에 한계는 없다. 본명보다 독특하고 기억에 남는 닉네임으로 자신을 브랜드화하는 것도 참여작가들의 특징.
가격대도 1백원부터 3백만원까지 천차만별이다. 관객들에게 인기 있는 상품은 장신구, 핸드폰 지갑, 열쇠고리 등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소품들이지만, 판매와는 거리가 먼 장르로 취급돼온 설치미술·개념미술에 상품의 개념을 접목시킨 재기발랄한 작품도 눈길을 끈다. 이 작품들은 전시가 진행됨에 따라 관람자들의 참여를 거치면서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전개되는 일종의 프로세스아트다.
예컨대 바람꽃(김순임)의 작품 ‘어디서 굴러먹던 돌멩이’는 안양 내 소외지역, 북아현동 재개발지구 등에 뒹굴던 평범한 돌을 주워오고 그 돌이 있던 자리를 사진으로 찍어 1천원에 함께 판매하는 패키지 상품이다. 작가의 작품과 관람자의 소지품을 교환하는 것도 가능하며, 이러한 물물교환 행위를 통해 최종적으로 남겨지는 시각적 결과물은 또 다른 작품이 된다.
다른 예로 빛짜루(심재연)의 ‘욕망의 사탕’은 사탕을 빨고 핥는 행위를 통해 잠재된 기억 속에 남아있는 욕망을 상징적으로 충족시켜주는 작품. 다양한 질문이 씌어진 쪽지를 사탕 막대에 감고, 사탕을 구입한 관람자로부터 답변을 받아 방명록으로 제작함으로써 작품이 완성된다. 그밖에 관람객의 발을 씻어주고 발도장을 찍어 기념으로 제공하는 블루지니(유혜진),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객들이 참여한 뜨개질릴레이로 방명록을 대신하는 빨강고양이(김정은)의 ‘한땀한땀 뜨개질 릴레이’도 흥미로운 작품 중 하나다.
소멸해가는 재래시장과 갓 태어난 예술시장의 만남
본 전시의 책임기획을 맡은 화가 강영민은 “희망시장이 서울 화랑가도 아닌 안양 재래시장 내의 전시공간 스톤앤워터로 원정을 온 데는 까닭이 있다. 서울과 안양, 중심지와 변두리, 일상과 예술, 점차 소멸해 가는 재래시장과 태동기에 있는 예술시장의 만남을 전시과정 속에 아우르고자 한 것”이라며 이번 전시의 공간적 맥락을 읽어달라고 주문했다.
부대행사로 3월 1일 오후 3시에 대리보충공간 스톤앤워터에서 ‘자생예술시장과 시민네트워크’를 주제로 세미나가 열리며, 3월 5일 오후 3시에는 ‘수공예 예술운동과 거리 디자인’ 강좌가 개최된다(수강료 1만원). 제2회 희망시장 특별경매도 3월 1일, 15일 두 차례에 걸쳐 열릴 예정이다. 본 전시의 관람료는 무료, 문의전화는 031-472-2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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