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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현실의 풍경 속에 비춰본 육체의 의미 - ‘신체풍경’전

by 야옹서가 2003. 1. 24.

 Jan. 24. 2003
|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로댕갤러리에서는 2월 23일까지 ‘신체풍경’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공성훈(영상), 김명숙(회화), 김아타(사진), 김일용(조각), 박성태(설치), 박영숙(사진), 윤애영(영상), 정복수(회화), 정현(조각) 등 한국작가 9명이 참여해 몸에 대한 각자의 해석을 보여준다.

전시의 제목인 신체풍경(bodyscape)은, 러시아 미술사학자인 니콜라스 미르조예프가 동명의 저서에서 언급한 신체(body)와 풍경(scape)의 합성어이기도 하다. 미르조예프는 앵그르에서 마돈나에까지 이르는 다양한 사례들을 짚어가면서, 그 과정에서 이상적인 신체상이 어떠한 정치적 과정을 거쳐 백인 중심으로 재편돼왔는지 설명하는 흥미로운 저작을 남긴 바 있다. 그러나 굳이 미르조예프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간은 자신이 살아가는 내·외적 환경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있고, 누구도 그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은 대다수가 주지하는 사실이다.

현실의 풍경 속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의 몸
 이번 전시에서 제시되는 몸의 이미지는 예찬해야할 미의 대상으로부터 한계상황의 상징적 표현, 고깃덩어리로서의 육체, 성적 쾌락의 통로 등 다양한 관점으로 재해석된다. 같은 몸이지만, 어떤 이는 그 몸에서 영혼을 이야기하고, 어떤 이는 은밀한 욕망을, 또 다른 이는 평등하고 인간다운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컨대 페미니즘 미술을 지향하는 박영숙은 여성을 향한 관음증적 시각에 반기를 들고, 사진합성작업을 통해 뱃살이 축 늘어지고 군데군데 터지기까지 한 중년 여성의 몸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그러한 몸의 얼굴 부위에는 여성의 가사노동과 밀접한 도구들, 혹은 여성을 연상시키는 사물을 접합시켜 기괴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특히 노쇠한 몸에 물주전자가 결합된 여성의 몸은 남편의 물 심부름꾼까지 도맡아야 하는 일부 여성들의 종속적인 삶을 은
근히 꼬집는다.

한편 인간신체를 석고로 그대로 떠서 제작한 김일용의 라이프캐스팅 조각은 군데군데 이음매와 파손된 부분을 그대로 노출해, 마치 부품처럼 기계화되고 조립되는 인간의 영적 공허감을 보여준다. 외관상으로는 사실적인 인체의 양감을 지녔지만, 모델이 된 본체의 허물을 그대로 지니고 있으면서 머리 부분이 날아간 자리에 드러나는 텅 빈 내부공간은 마치 영혼 없는 존재를 연상시킨다.

미의 대상으로부터 고깃덩어리로서의 육체에 이르기까지 
이렇듯 신체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발언이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이 있는데 반해, 김아타의 사진은 무덤덤한 듯 하면서도 다소 충격적이다. 벌거벗은 남녀를 투명아크릴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워 넣고, 갈고리로 매달아놓은 사진에서는 인간의 어떤 측면을 다루기보다 단순한 고깃덩어리로서의 육체를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밖에 홀로그램 영상을 이용해 실감나는 입체영상을 선보인 윤애영, 슬라이드 프로젝트를 이용해 자신의 몸을 다지류로 변화시키며 현대인의 위기의식을 보여주는 공성훈도 이색적인 기법 면에서 눈길을 끈다.

본 전시의 관람료는 성인 4천원, 초·중·고교생 2천원.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목요일은 9시)이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매일 오후 1시, 3시에 도슨트의 전시작품설명시간이 마련된다. 본 전시 입장권으로 2월 2일까지 호암갤러리에서 열리는 ‘미국현대사진 1970-2000’전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문의전화는 02-3706-7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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