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 21. 2003 |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에서는 6월 30일까지 제35회 특별전‘미술 속의 만화, 만화 속의 미술’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정소연, 이불, 안규철, 임옥상, 최호철, 이동기, 강영민 등 총 66명의 작품 84점이 출품된다. 해외작가는 키스 해링과 로이 리히텐슈타인 둘뿐인 만큼, 팝아트 이후 순수미술의 품안으로 뛰어든 만화가 한국 실정에서는 얼마만큼 상호작용을 해왔는지 짚어보는 전시다. ‘우리시대의 도상학’, ‘말하는 형상’, ‘칸과 칸 사이’, ‘풍자·상징·기호’ 등 4개 섹션에 애니메이션 상영관을 포함해 총 5개의 장이 마련된다.
만화와 미술의 동고동락
전시컨셉 중 흥미로운 것은 각 섹션마다 미술가와 만화가가 나란히 작업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예컨대 ‘우리시대의 도상학’섹션에서 만화주인공 코스프레를 한 여성을 사실적으로 그린 작품을 한쪽 벽에 설치하면, 바로 맞은편 벽에는 길창덕, 김수정, 김원빈, 김형배, 방영진, 산호, 손의성, 신동우, 엄희자, 이현세 등 만화가들의 책표지와 캐릭터를 보여주는 식이다.
독특한 개념전개가 눈에 띄는 작품으로 미키마우스, 도널드 덕과 같은 디즈니 만화 캐릭터를 채집판 위에 배열하고 그 의미를 재해석한 정소연의 위트 넘치는 작업, 그리고 만화적 상상력이 활개를 치는 4∼5컷의 이미지를 모아 두 벽 사이에 벽지처럼 붙인 안규철의 작품 등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설치작가 이불은 공상과학만화 속에 등장할 듯한 사이보그 형태로 변형된 여성신체에 푸른 유리구슬을 붙여 특유의 장식적 미감을 보여주는 근작을 소개했다.
윤난지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장은 전시서문에서 “이번 전시가 주목하는 것은, 만화의 소재와 형식을 단순치 차용한 경우 뿐 아니라, 만화 자체의 서술구조와 상징적 의미 기능을 미술에 적용시킨 작품들이다. 한편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서술적 기능 외에 그 미학적 측면을 주시해 하나의 예술로 접근하고자 했다”며 이번 전시의 성격을 설명했다.
만화자료 전시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 남아
출품된 만화작품 중 일부는 복사본 낱장을 전시하는 등, 만화자료전시에 있어서는 최호철의 역작 ‘을지로 순환선’(2000)을 제외하면 다소 기대에 못 미치지만, 전시기간 동안 박물관 3층에 상설운영중인 만화방에 비치된 1백여 권의 만화책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듯하다. 신분증을 맡기면 누구라도 만화를 자유롭게 빌려볼 수 있으며, 최신만화부터 최근 복간된 고전만화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이 비치돼있다.
전시의 부대행사로 3·4·5월 마지막 토요일 오후1시∼5시까지 박물관 앞뜰에서는 예술가 벼룩시장이, 4월 12일 오후1시∼ 5시까지 박물관 시청각실에서 ‘현대미술과 만화’를 주제로 콜로키움이 열린다. 5월 3일(토) 오후 1시∼3시에는 아동교육프로그램 ‘만화가와 함께 만화 그리기’도 마련된다. 시간여유를 두고 방문해 시청각실에서 상영중인 애니메이션을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하게 관람해보는 것도 좋겠다.
본 전시 관람료는 무료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30분∼오후 5시까지이며 일요일 및 공휴일은 휴관한다. 자세한 문의는 02-3277-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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