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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가장 친숙한 동화의 아버지-안데르센 동화와 원화전

by 야옹서가 2003. 3. 28.

Mar. 28. 2003
|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는 국제아동도서협의회 한국위원회 주최로 4월 6일까지 ‘안데르센 동화와 원화’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엄지공주, 성냥팔이 소녀, 인어공주, 미운 오리새끼, 벌거숭이 임금님 등 1백30여 편에 달하는 주옥같은 동화를 남긴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1805∼1875)의 탄생 2백주년을 기념하는 해외순회전의 일환이다. 참여작가로는 이브 스팡 올센, 스벤 오토, 리즈벳 쯔베르커 등 안데르센상 수상작가와 더불어 구로이 켄, 에릭 블레그바드, 코미네 유라, 고미 타로, 마샤 브라운, 홍성찬, 류재수 등 국내외 그림책작가 21명의 작품 2백30여 점이 소개된다.

같은 이야기도 작가에 따라 재해석되는 매력
 그림과 글이 묶여 그림책으로 출간되기 전 단계에서 완결된 작품으로서의 일러스트레이션을 직접 보기란 쉽지 않은 만큼, 평소 그림책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꼭 한번 가볼 만한 전시다.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이 부쩍 늘어난 요즘이지만, 시류와 아랑곳없이 손으로 그린 그림을 고집해온 작가들의 원화를 직접 볼 수 있다. 사실적이고 정교한 세부묘사가 담긴 빌헬름 페델센의 고전적 삽화로부터 시작해, 아무렇게나 겹친 듯한 연필선이 자유롭게 느껴지는 이브 스팡 올센, 수채화의 번지는 느낌과 투명한 색감을 매혹적인 드로잉 속에 녹여낸 리즈벳 쯔베르커,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구로이 켄, 그림 대신 손자수를 놓아 묘사한 나가오 레이코 등 다양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하나의 동화를 여러 작가의 그림체 속에서 비교할 수 있어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상상력을 펼칠 여지가 많다는 점이다. 예컨대 수십 겹의 이불 밑에 완두콩 한 알을 숨기고 그것을 느낄 수 있는지 여부로 진짜 공주를 가렸다는 동화 ‘공주와 완두콩’을 보면 이를 비교할 수 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 비에 흠뻑 젖어 나타난 진짜 공주의 등장을 세 사람의 작가가 그려냈지만 같은 느낌이 하나도 없다. 꼼꼼한 일러스트와 밝은 파스텔톤 채색으로 순정만화의 한 장면 같은 느낌을 주는 코미네 유라의 작품은, 비바람 치는 밤에 유령처럼 등장한 공주의 모습을 어두운 채색화로 그려낸 이브 스팡 올센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한편 같은 장면을 설명하면서도 에릭 블레그바드는 성 바깥의 비바람 치는 풍경을 가로구도의 세밀화로 묘사하는 데 집중한 것이 이채롭다.

희귀한 안데르센 유품과 초판본 동화집도 함께 전시해
 그림책 원화 외에도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안데르센 관련 자료가 눈길을 끈다. 안데르센의 출생지 덴마크 오덴세시에 위치한 안데르센 박물관, 남덴마크대학 안데르센센터 등에 소장돼온 안데르센의 육필원고와 빌헬름 페델센의 삽화가 실린 안데르센 동화집 초판본 등이 그것이다. 특히 안데르센이 자신의 글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로 적극 추천했던 빌헬름 페델센의 삽화는 세월의 간극을 넘어 섬세한 선으로 동화 속 이야기를 전달한다.

전시 외 부대행사로 안데르센 동화 구연 및 인형극 공연, 애니메이션 ‘눈의 여왕’등을 전시장 내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또한 4월 6일(일) 오전 9시∼오후 5시까지 예술의전당 야외광장에서는 안데르센 동화주인공 그리기 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참가비 5천원, 접수마감 3월 31일)

본 전시의 관람료는 5세∼초등학생 4천원, 청소년 5천원, 성인 6천원이며, 관람시간은 오전10시∼오후6시까지다. 서울 전시가 끝나면 광주시립미술관(4월 12일∼30일), 경기도 남이섬(6월 4일∼8월 31일), 과천 서울랜드(9월 5일∼10월 30일)등 전국을 순회하며 열릴 예정이다. 문의전화 02-599-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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