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 25. 2003 | 청담동에 위치한 박영덕 화랑에서는 4월 30일까지 쌍둥이 사진작가로 유명한 마이크 & 더그 스탄 형제의‘빛의 흡수’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2000년 이후 스탄 형제가 제작한 신작들을 중심으로 ‘사고의 체계’, ‘블랙 펄스’, ‘빛의 매혹’, ‘교키’ 등 네 가지 소 주제를 선보인다. 조각낸 인화지를 재조합한 작품으로 관람자들에게 익숙해진 스탄 형제는 이번에 소개되는 신작에서 입체작품을 배제하고 사진의 기본적 형태를 고수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조각난 이미지들이 재조합될 때 일어나는 경이로운 이미지의 탄생
작품활동 초기인 20대부터 인화지를 자르거나 새롭게 붙이는 방식으로 작업해온 스탄 형제는 단순히 사진만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설치미술, 영상미술과 결합한 입체적 작품제작으로 뉴욕 미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내왔다. 마치 폐허에 내버려진 앨범에서 수집한 것처럼 구겨지고 찢겨진 이미지들이 원래의 자리를 찾아 조합된 그들의 전작은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느낌을 준다. 이는 마치 페허로 남아있던 공터에서 진귀한 고대 벽화를 발견했을 때와 같은 경이로움으로 다가온다.
이번에 소개된 신작에서는 스탄 형제의 작품세계관에 있어 두드러진 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2000년 이전의 작품들이 다소 신비적이고 초월적인 이미지 속에 세기말적인 소멸의 메시지를 함께 담았다면, 2000년 이후의 작품에서는 관념적이면서도 동양 지향적인 느낌이 강화되고, 자연 속에서 생의 비의를 찾고자하는 시도가 두드러진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예가 ‘사고의 체계’ 연작이다.
스탄 형제는 광합성의 산물로 형성된 나무를 탄소 덩어리로 규정하고, 그 나무를 검은 실루엣으로 처리함으로써 빛의 반대편에 있는 어둠과 나무를 동일시한다. 빛이 농축돼 나무를 형성했으니 나무는 빛의 정수를 흡수한 존재지만, 실루엣만 비치는 형상이기 때문에 가장 어두운 심연으로 관람자를 안내한다. 나무의 심연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길은 한지에 왁스와 바니쉬를 한지에 발라 투명도를 높임으로써 이미지들이 서로 비쳐 보이게 하는 방법으로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디지털프린트와 수작업이 어우러져 일궈내는 아우라
이처럼 기술적인 다층인화가 아니라 수작업과 시각적 작용을 거쳐 이뤄지는 다층이미지는 스탄 형제가 자신들의 작품에 일종의 아이덴티티처럼 부여하는 수작업의 흔적을 만족시키기도 하면서, 관념적으로는 복잡하게 뒤엉키는 사고의 체계를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요즈음의 대세를 반영하듯 이번 작품들은 디지털프린트가 대부분이지만, 다층적 이미지를 창조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도입된 수작업은 스탄 형제 작품만의 아우라를 다시 한번 공고히 한다.
이밖에도 식물의 잎맥을 극도로 클로즈업함으로써 인간의 폐와 장기 내부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블랙 펄스’, 동양에 대한 스탄 형제의 관심과 빛의 인력에 대한 상관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본 승려 ‘교키’의 불상 사진 등이 주목할만하다.
본 전시의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주말은 오전 10시30분∼5시)까지다. 자세한 문의전화는 02-544-8481.
스탄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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