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02. 2003 | 팔판동 갤러리인에서는 5월 9일까지 사진가 박홍천의 ‘이미지 시티-서울’전을 개최한다. 장시간 노출로 시간의 존재를 담은 ‘Open’연작(1993), ‘앨리스에게’연작(1994) 등의 기존 작품은 물론, 밀착인화사진을 수없이 이어 붙여 이미지의 모자이크를 만들어낸 근작 ‘이미지 시티’ 연작 등 총 20여 점의 사진이 소개돼, 작품세계의 변천과정을 짚어볼 수 있다.
박홍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앨리스에게’연작은 ND필터를 사용해 사람들이 드나드는 유원지의 풍경을 찍은 사진들이다. 유쾌하고 떠들썩한 분위기가 넘쳐나야 할 놀이공원 사진임에도 무겁고 정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것이 의아하다. 놀이기구 사이로 뿌연 안개처럼 어리는 흐릿한 공기의 덩어리는 불안한 느낌마저 준다.
보이지 않는 시간의 존재를 밝힌다
사실 이 모든 것은 장시간의 노출로 찍은 사진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정지해있는 놀이기구와 시설물은 움직이지 않으므로 그대로 찍히지만, 사람들의 모습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 움직이면서 궤적을 이루기 때문에 흐릿한 덩어리로 남는 것이다. 그 덩어리는 짧게는 30분, 길게는 몇 시간 동안 카메라의 셔터가 열렸다 닫히는 만큼을 고스란히 기록한 시간의 흔적이다. 박홍천이 본 피사체의 외피는 사물과 사람이지만, 정작 그가 찍은 것은 우리를 감싸고 있는 시간의 존재인 것이다.
이렇듯 시간의 흔적을 드러내는 데 천착해온 박홍천이 새롭게 선보이는 ‘이미지 시티-서울’연작 중 하나인 ‘SEOUL Ⅰ,Ⅱ,Ⅲ’은 기존작품과의 연계성을 쉽게 찾아볼 수 없어 다소 낯설게 보인다. 우선 그 크기부터 가로, 세로 각각 3미터와 4 .6미터에 달하도록 거대해졌다. 멀리서 보면 그저 회색 톤의 거대한 평면회화로 보이는 이 사진은 가까이 들여다보면 밀착인화사진을 띠처럼 자르고 모자이크하듯 규칙적으로 붙인 것이다. 도시의 아파트와 가로수를 교차시키며 찍은 사진, 마치 사람이 증명사진 찍듯 자동차의 앞부분만 포착한 사진, 서울 시내에서 볼 수 있는 수많은 상점들의 간판과 건물들을 찍은 사진 등 세 장의 대형작품은 평범해 보이는 서울의 일상적 표정을 1만여 컷에 달하는 밀착인화사진 속에 스펙터클하게 담았다.
1만여 장의 밀착인화사진 속에 담은 서울의 표정
앞서 살펴본 세 장의 작품보다 규모는 조금 작지만, 고층아파트의 창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을 촬영한 ‘APT’도 인상깊은 작품이다. 실내에 어떤 조명을 켜놓았는지에 따라 색 온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촬영된 빛의 색도 흰색, 주황색, 푸른색 등으로 다양한데, 어둠 속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창은 마치 우주 속의 수많은 별처럼 작고 아름다운 빛으로 점점이 빛난다.
전시를 주관한 갤러리인 측은 “이미지 시티 연작은 서울에만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세계 각국 도시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며 박홍천의 차기작에 대해 설명했다.
본 전시의 관람료는 무료이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 30분까지다. 문의전화 02-732-4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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