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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라인강에서 날아온 일곱 가지 시선 - ‘한-강-라인’전

by 야옹서가 2003. 5. 9.

May 09. 2003 | 창전동 쌈지스페이스에서는 제3회 연례 국제교류전의 일환으로 5월 13일까지 ‘한-강-라인(Han-Fluβ-Rhein)’ 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과 독일의 여성작가 7명이 각각 한강과 라인강을 주제로 서울과 뒤셀도르프에서 단체교류전을 갖는 형식으로 열린다. 이번에 방한한 독일측 참여작가는 베티나 에름프트, 레나테 귄터, 다그마 슈퇴커, 에바 바이너르트 등 뒤셀도르프를 거점으로 2001년 결성된 여성작가그룹 7NRW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1∼2층은 영상설치 공간으로 사용하고 3층은 개별 작가들의 평면회화 및 설치작품을 전시해 공간의 독립성을 살렸다. 특히 영상설치작업 시 다른 작가의 작품과 같은 공간에 배치될 경우 상대방의 작품에 상호간섭이 이뤄져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기 어려운데, 별도의 공간에 나뉘어 감상할 수 있게 함으로써 각각의 작품에 집중도를 높였다.

7인 7색으로 펼쳐지는 독일 여성미술의 현장 
예컨대 1층 차고갤러리에 설치된 레나테 귄터의 영상설치작업 ‘소음’은 하얀 벽과 원구를 향해 물의 흐름을 연상시키는 영상을 비추고 전자음향을 흘려 넣었는데, 다른 작품의 간섭현상이 없어 그 풍경에 몰입해서 감상할 수 있다. ‘소음’은 단순해 보이는 영상작품을 입체와 평면 형상을 지닌 두 가지 요소 앞에 투사함으로써 마치 우주공간에 떠 있는 두 개의 혹성처럼 보이도록 했는데, 단순한 아이디어로도 소우주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3층 메인갤러리에 설치된 참여작가의 작품 중 베티나 에름프트는 독특함이 넘치는 작가로 주목할만하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비디오와 사진으로 기록한 퍼포먼스에, 설치작업으로까지 발을 뻗는 다양한 시도를 보여줬다. 특히 에름프트는 옷과 피부를 대상으로 다양한 실험을 펼쳤는데, 뾰족하고 가느다란 양 날개가 달려 있어 서류철을 할 수 있게 만든 금속 부품을 온 몸에 붙인 자루 같은 옷을 뒤집어쓰고 서 있는 사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옷의 형상을 통해 여성이 지닌 굴레를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한편 갑각류의 껍질처럼 부자유스럽게 생긴 검은 옷을 입고 굴레 속을 들어갔다 벗어나는 그의 퍼포먼스를 촬영한 비디오는 벌레에서 인간으로 진화하는 모습을 보는 듯한 흥미로운 구조로 펼쳐진다. 이밖에도 색을 입힌 골판지를 이용해 마치 견고한 철 조각처럼 거대한 조각을 만들어낸 에바 바이너르트의 작품에서는 재료를 능동적으로 활용해 눈속임을 멋지게 펼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짜임새 있는 주제기획전 면모 부족함은 아쉬워
 그룹 7NRW이 공통의 주제로 내세우는 것은 ‘라인강’이라는 주제인데, 이러한 주제와 참여작품 간의 유기적 관계는 좀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쉽다. 2차대전 후 독일의 경제적 부흥을 이끌어낸 라인강의 기적을 빗대 ‘분단의 경험을 갖고 있는 우리도 한강의 기적을 만들자’고 주장했던 정도의 개연성만 떠오를 뿐 한강과 라인강이 뜬금없이 왜 등장했으며, 둘 사이에 어떤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없는 것도 문제다. 대개의 국제교류전이 그렇지만 ‘한-강-라인(Han-Fluβ-Rhein)’ 전 역시 짜임새 있는 주제기획전으로서의 면모를 기대하기보다 타 문화권에서 활동중인 작가들의 작품경향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야할 것 같다.

본 전시의 관람료는 무료다. 관람시간은 오전 11시∼오후 7시까지이며 문의전화는 02-3142-1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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