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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제품 | 전시 | 공연

참여예술 속에 전달되는 긍정의 메시지 - 오노 요코전

by 야옹서가 2003. 6. 27.

 June 27. 2003
| “나에 대한 반감은 적어도 세 종류입니다. 반아시아, 반페미니즘, 반자본주의적 반감이지요.”
오노 요코의 이 말은 그를 평가해온 세간의 시선이 어떤 것이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1960년대 조지 마키우나스, 존 케이지 등 플럭서스 초기 멤버들과 교류해온 그였지만 개념미술과 퍼포먼스, 영화, 설치미술,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 형식을 섭렵했고, 존 레논과 침대 속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던 퍼포먼스 ‘베드-인’을 비롯해 반전운동에도 앞장섰지만, 정작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평가는 오랫동안 유보돼왔다. ‘두 번의 이혼에다 존 레논보다 일곱 살 연상인 검은머리 마녀가 비틀즈를 해체시켰다’는 선입견이 너무나 강해서였을까.

존 레논의 명성에 가려진 플럭서스 예술가
그런 의미에서 태평로 로댕갤러리에서 9월 14일까지 열리는‘오노 요코’전은 마녀에서 예술가로 그의 위상을 복권시키는 대규모 회고전인 셈이다. 본 전시는 2000년 미국 6개 미술관 순회전에 이어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전시로, 1960년대 초반의 개념적 지시문부터 초기 오브제 작업, 퍼포먼스와 영화, 전시도록과 사진 등의 자료,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총 1백2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존과 요코가 처음 만났던 1966년 인디카갤러리에서의 오브제 작품을 비롯해, 퍼포먼스 기록영화‘자르기’, 실험영화 ‘영화 제4번(엉덩이)’ 등 문제작과 더불어 오노 요코가 직접 전시장을 방문해 남긴 ‘푸른방 이벤트’의 결과물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오노 요코가 중요시한 것은 관람객의 참여로 이뤄지는 개념미술적 작품이다. 여기에는 1960년대 그가 교류해온 플럭서스 멤버들과의 교류가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작품은 관람자의 개입으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변화를 거치면서 새로운 결과물을 창조하게 된다. 그의 초기작인 그레이프후르츠-지시문 연작은 일본 전통 단시의 일종인 하이쿠를 연상시키는 간결한 표현으로, 그것을 따라 하면 관람객 역시 작가가 된다. 전시된 작품 중 인상깊은 것은 사다리와 천장에 매달린 돋보기, 역시 천장에 매달린 흰색 그림이 함께 있는 ‘예스 페인팅’(1966)이다. 1966년 인디카갤러리에서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만남을 인상깊은 것으로 남기는 데는 이 작품의 참여적 성격 역시 큰 몫을 했다. 당시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 돋보기를 들고 천장에 매달린 흰 그림을 보면 자그마한 글씨로 YES라고 씌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존 레논은 “거기 쓰인 YES라는 긍정적인 표현이 나를 안심시켰고, 그녀 곁에 머물게 했다”고 회상한 바 있다.

또 다른 예로 독특한 게임규칙을 가진 체스게임 탁자 ‘신뢰를 갖고 하시오’에서는, 적과 아군의 구별 없이 체스 판과 체스 말을 모두 하얗게 도색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체스게임을 하다보면, 나중에는 어떤 게 자기 말이었는지 기억할 수가 없다. 작품 속에서 두 사람은 물처럼 자연스럽게 섞이는 경험을 하게 된다. 로댕갤러리 로비에 놓인 ‘경이’(1971)에서는 투명한 미로 속을 통과하면서 관람자가 작품의 일부가 되는 동시에, 다른 관람자로부터 관찰의 대상이 되는 이중의 경험을 하게 된다.

반전메시지와 여성주의 담은 예술 펼쳐
한편 오노 요코는 1966년부터 1982년까지 16편의 실험영화를 제작할 만큼 영상 쪽에서도 활발히 활동했었다. 그의 대표작‘영화 제4번(엉덩이)’(1966)는 발표당시 영국에서 상영이 금지된 화제작이었다. 자신의 뉴욕 아파트에서 러닝머신 위에 하체만 벗은 모델을 세우고 걷게 한 뒤 엉덩이가 실룩거리는 모습을 클로즈업 촬영한 이 16mm 영화는 누드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에로틱한 분위기를 거세해버리는 대신, 남성의 관음증적 시선으로 여성을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을 뒤집어 차용했다. 

부대행사로 7월 5일(토) 오후 2시에 음악평론가 임진모의 강연회가 열리며, 7월 12일(토) 오후 2시에는 태현선 삼성미술관 전임연구원이 안내하는 전시관람이 예정돼있다. 한편 본 전시 오픈에 맞춰 출간된 전기 《마녀에서 예술가로-오노 요코》(솔)는 요코의 출생부터 최근 활동까지를 일목요연하게 다루면서 작품을 꼼꼼하게 설명해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의 관람료는 성인 4천원, 초·중·고생 2천원이며, 로댕갤러리 입장권으로 호암갤러리에서 열리는 ‘피카소의 예술과 사랑’전(7월 11일∼9월 14일)도 볼 수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이며 월요일 휴관.. 문의전화 02-2259-7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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