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에게도 저마다 타고난 성격이 있습니다. 세분화하면 끝도 없겠지만, 일단 크게 '대범파'와 '소심파'로 나뉩니다. 고양이 은신처에서 가끔 보는 회색냥과 딱지냥, 두 녀석은 소심파 고양이 중에서도 왕소심파라 할 수 있습니다.

밥을 갖다줘도 가장 늦게 나타나고(사진의 노랑냥), 조금만 움직일 것 같으면 밥을 먹다가도 얼른 뒤로 물러나며, 심지어는 제가 갈 때까지 코빼기도 안 비치는 경우가 허다한 녀석(사진의 회색냥)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대범한 냥이는 대범한 대로, 소심한 냥이는 소심한 대로 매력이 있습니다. 소심냥은 어쩐지 수줍어하는 거 같아서 귀엽잖아요^^

오늘은 어쩐 일인지 소심파 두 녀석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여차하면 도망갈 기세로 나무 뒤에 숨어 눈치를 봅니다. 노랑냥은 콧잔등에 딱지인지 때인지 모를 뭔가가 늘 붙어있어, 딱지냥이라고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힐끔, 힐끔. 쳐다봅니다. '저 인간이 왜 안 가고 아직 저기 있지, 불편하게시리...'하고 불평하는 얼굴입니다.


소심한 사람이 두 명 모이면 그 중에 덜 소심한 사람이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처럼, 소심파 중에서도 회색냥이 좀 더 당당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만났을 때는 눈도 제대로 못 맞추고 눈동자만 살짝 들어 힐끔거리며 보기만 하더니...
하지만 이것도 둘 사이에서만 통하는 거죠. 다른 고양이들 앞에 가면 회색냥도 똑같은 소심파.


그래도, 비슷한 성격의 친구가 있어서 회색냥은 외롭지 않을 거 같네요. 고양이 세계에서도 성격 차이란 분명히 존재하거든요. 집에 혼자 있는 고양이가 외로워 보여서 둘째 고양이를 데려왔는데, 둘이 성격이 맞지 않아 첫째에게도 미안해지고, 둘째로 들인 고양이를 다시 돌려보낼 수도 없어 고민하는 고양이 집사님들의 사연을 가끔 듣습니다. 그나마 적응하면 다행이지만, 둘이 평생 사이가 좋지 않으면 그것 참 난감하죠. 사람으로 치면, 정말 싫은 반려자와 평생 억지결혼을 유지해야하는 상황이랄까.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서로를 의지하는 소심파 2인방. 어느 정도 안심이 됐는지, 나란히 식빵을 구우며 자는군요.

둘이 함께 걸어온 숲길의 끝에서, 잠시 휴식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찍혔네요. 회색냥과 딱지냥, 이 소심커플이 언제나 함께 하며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를,  거친 세상에서도 당당하게 자기 몫을 챙기며 건강히 살아남기를 바랍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길고양이 통신] 에 링크되어 있습니다.
  1. BlogIcon 더공
    2009.02.14 11:55

    고경원님의 글과 사진을 보면 마치 모노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듭니다. ^^

    오늘도 역시나.. 잘~ 보고 갑니당~ ^^

    • BlogIcon 야옹서가
      2009.02.14 21: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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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양이에게도 숨은 이야기가 있거든요^^
      이 세상에 잠시 왔다 가는 길고양이의 삶이지만, 사진으로는
      보여줄 수 없는 이야기가 또 그 속에 담겨 있으니...그런 이야기를 꾸준히 전하고 싶어요.

  2. 헐...
    2009.02.14 12:28

    울집 앞에도 저렇게 노랑이랑 깜둥이가 짝지어서 살고 있어요
    아직 새끼인데 밥을 몇번 줬더니 안가고 눌러 살더군요 ㅋㅋ

  3. BlogIcon 머니야
    2009.02.14 22:12

    ㅋㅋ..젖소 저녀석은 사진만봐도.. 소심덩어리 같네요^^ 귀여운사진 잘보고 갑니다!

  4. 아란
    2009.02.14 23:17

    어머... 너무 귀엽네요. 이쁜 회색냥이가 또 출연했군요! ㅎㅎ 두 녀석이 무척이나 사이좋아보여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 BlogIcon 야옹서가
      2009.02.15 14:2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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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히 회색냥은 독특한 매력이 있네요. 보통 턱시도 고양이들은 가슴 부분이 흰데,
      회색냥은 턱 밑이 수염처럼 거기만 회색이라 특이해요.

  5. BlogIcon 이지은
    2009.05.24 16:04

    너무 귀여운 아이들이네요^^; 두 냥이들의 우정(?)이 장애물없이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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