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로이드 고양이] 004. 등받이 길고양이 두 마리가 햇빛 아래 몸을 옹송그리고 잠을 청합니다. 은신처에 숨어 편히 누워서 자면 될 텐데, 마침 따끈하게 데워진 돌방석 위를 떠나기가 싫었던 모양입니다. 엉덩이는 엉거주춤 붙이고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어디에든 머리를 좀 기댔으면 하는 눈치입니다. "웅...졸리긴 한데... 그냥 자긴 불안하고...." "나한테 기대면 되잖아. 얼른 코 자" "정말? 그럼 너만 믿고 잔다." "..." 말은 그렇게 해 놓고 둘 다 곤히 잠들어 버렸습니다. 서로 기대니 편안했나 봅니다. 누군가와 약속을 잡았을 때 오래 앉아 얘기할 일이 생기면, 등받이 의자가 있는 곳인지 아닌지부터 먼저 살피게 됩니다. 척추디스크 진단을 받은 뒤로, 등을 기대지 않고 오래 앉아 있으면 허리가 뻑뻑해지는 느낌이라 나도 모르게 습.. 2010. 6. 1. [폴라로이드 고양이] 003. 고양이 같은 친구 맨몸으로 차가운 바다에 내던져진 것처럼 슬픔이 목까지 차올라 숨쉴 수 없을 만큼 힘겨운 날, 고양이처럼 말없이 다가와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와 많이 다른 사람, 때론 '쟤 참 이상하다' 여겼던 사람, 내가 울적할 때마다 썰렁한 농담 시리즈를 이것저것 주워섬기다,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으면 드디어 웃겼다며 뿌듯해하는 사람. 마음을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기쁘다는 걸 가르쳐 준 사람. 그런 친구가 있습니다. 일이 쓰나미처럼 몰려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때, 더 이상 일어나 싸우기가 힘들어서 차라리 그대로 잠들어 눈을 뜨고 싶지 않을 때도, 묵묵히 어깨 두들기며 위로해주는 사람. 슬픔의 무게를 두려워하지 않고 나눠지는 사람, 함께 있는 순간의 침묵을 불편히 여기지 않고 즐.. 2010. 5. 29. [폴라로이드 고양이] 002. 엄마 손등 "엄마 손등 밉다고 부끄러워하지 말아라. 나도 너처럼 희고 매끈한 손을 가진 적이 있었단다." "엄마 손등은 고된 일에 다 헐어도, 찹쌀떡 같은 네 손등은 곱게 지켜주고 싶었단다. 엄마가 어려서 지금 너희만 했을 때, 엄마의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제 어머니는 쭉 주부로만 지내다가, 50대에 뒤늦은 직장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안해 본 일을 전전하는 동안 손마디는 굵어지고 손등도 거칠어져 예전에 끼던 반지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가 되었죠. 직장생활 중에 손가락 골절상을 입고 일을 그만두셨는데, 물리치료를 잘못 받아 손가락 하나가 구부러진 상태로 아무는 바람에 더더욱 손 드러내는 걸 꺼려하시게 되었습니다. 사정 모르는 사람 눈에야 어머니의 그 손이 미워보일지 모르지만, 저는 그 손에 담긴 사연을 알기에,.. 2010. 5. 21. [폴라로이드 고양이] 001. 고백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길고양이 포토에세이 [폴라로이드 고양이]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폴라로이드 사진 형식의 포토에세이는 2004년 10월에 '고양이집'이란 글을 쓰며 구상했는데 이제야 재개하네요. 그때 당시에는 '500x500'이란 컨셉으로 가로 세로 500픽셀 정사각형으로 리사이즈한 사진 시리즈를 웹에 올렸었구요, 폴라로이드 고양이 시리즈는 2002년부터 찍어온 고양이 사진들 중에서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컷을 재구성해 2012년 '길고양이 이야기' 10주년을 기념하는 미니포토북을 만들려고 합니다. 새연재 [폴라로이드 고양이]도 즐겁게 감상해주세요^^"내 입으로 말하자니 영 쑥스러운데...놀라지 말고 잘 들어." "사실 나, 아수라 백작으로 분장한 거야.""매일 아침마다 분장을 반반씩 새로.. 2010. 5. 19. 이전 1 ··· 15 16 17 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