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로이드 고양이] 010. 데칼코마니 댄스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햇살 좋은 날, 어딘가로 마실 가는 고양이를 살금살금 뒤따라가면 고양이가 내게만 살짝 보여주는 비장의 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데칼코마니 댄스'. 아무도 함께 가 주지 않는 길을 혼자 내달리는 순간, 아름다운 데칼코마니가 만들어집니다. 비록 매순간 생겼다 사라지는 작은 얼룩에 불과할지라도, 고양이는 그 짜릿한 순간을 만끽하기 위해 묵묵히 내달리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단독무 가 아닌 한, 대부분의 춤은 상대방과 호흡을 맞춰 추게 됩니다. 그래서 둘이 함께 함으로써 더욱 의미가 있는 일을 빗대어 말할 때, 흔히 춤의 상징성을 이야기하곤 합니다.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혼자 춤출 수밖에 없는 시간이 있습니다. 둘이 함께 추지 못해 혼자인 것이 아니라, 원래 혼자.. 2010. 6. 23. [폴라로이드 고양이] 009. 길 위에서 길을 잃다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텨텨텨!" "..."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황급히 달아나는 고양이의 마음이 조급합니다. 그렇게 달아나지 않아도 된다고, 괜찮다고 만류해 보지만, 고양이가 인간의 달콤한 말에 넘어갈 리 없습니다. 고양이가 벌어놓은 안전거리는, 그가 애써 확보한 생명거리입니다. 인간과 길고양이 사이의 거리만큼, 고양이의 생명선도 길어집니다. 그저 나 혼자 반갑다는 이유 하나로, 고양이가 애써 벌어놓은 생명선을 줄이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게 허둥지둥 달아나는 고양이보다 제 마음을 울리는 건, 이도저도 못하고 멈춰선 뒷모습입니다. 동물은 인간처럼 비관할 줄 모른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 버겁더라도 하루하루 꿋꿋하게 살아낸다고하지요. 그러나 아무리 거리를 헤매도 사냥할 거리조차.. 2010. 6. 19. [폴라로이드 고양이] 008. 눈빛으로 애원하는 길고양이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여기는 안전하다 믿었어. 눈앞을 지나가는 것은 인간의 바쁜 두 발뿐, 아무도 이 어둡고 그늘진 자리까지 고개를 들이밀지 않았으니까. 아...어떻게 된 거지? 커다랗고 무서운 인간의 얼굴이 눈앞에! 쿵, 심장이 무너앉는 소리가 들려. 어떡하지? 계단 밖으로 달려나갈까, 계속 숨어 있어야 안전할까? 손을 뻗어 날 홱 잡아채면 어쩌지? 제발 날 모른 척해줘! 인터뷰 기사에 쓸 사진의 추가촬영을 마치고 돌아가다 어린 길고양이를 만났습니다. 맥없이 앉아있던 모습이 허기져 보여서, 늘 가방에 갖고 다니는 사료를 덜어 나눠주었습니다. 이런 경우 사람 손을 탔던 길고양이는 별 경계심 없이 넙죽넙죽 먹고 배가 부르면 슬그머니 사라지지만, 겁이 많고 경계심이 강한 여느 길고양이는 사료 한.. 2010. 6. 11. [폴라로이드 고양이] 007. 고양이는 눈으로 키스한다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키스 받을 준비, 됐어?" (꿈-뻑) 고양이 두 마리가 코를 맞대고 냄새를 맡으며 인사하는 모습을 보면, 사랑스러운 마음에 '고양이 키스'라고 부르곤 합니다. 하지만 그건 장난삼아 부르는 별명일 뿐, 진짜 고양이 키스는 따로 있답니다. 고양이는 좋아하는 사람에게 입술이 아닌 눈으로 키스를 보내기 때문이지요. 물론 머리를 쿵쿵 들이받으며 육탄전으로 애정공세를 할 때도 있지만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응시하는 스밀라를 마주보면서 '꿈-뻑' 하고 눈을 힘주어 감았다 뜨면, 스밀라도 '꿈-뻑' 게슴츠레하게 눈을 감았다 떴다 신호를 보냅니다. 내 마음이 네게 열렸다는 신호이고, 너의 마음을 받겠다는 신호이지요. 입술이 아닌, 눈이 닫혔다 열리는 것뿐인데도 그렇게 마음이 .. 2010. 6. 8. [폴라로이드 고양이] 006. 진짜 용기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또 만났네, 근데 오늘은 상대해주기 힘들겠다. 내가 좀 바빠서." "난 지금 가장 소중한 걸 지키는 중이거든." 그 길고양이는 저를 보고도 잽싸게 달아나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그간 제 얼굴을 자주 봤으니 낯이 익어서 그런가 싶었습니다. 고양이를 만나러 오가는 길에 종종 출몰하는 녀석이라 조금은 친숙해졌거든요. 그런데 고양이의 태도가 평소와는 다른 듯합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도 다른 볼일이 생각났다는 듯 제 갈길을 찾아 사라지곤 하던 녀석인데, 오늘은 껌딱지처럼 늘어붙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냥, 아직은 햇빛이 따가워 그늘에만 있으려나 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궁금증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양철벽 틈새 너머로 어떤 소리가 들려왔으니까요. 작.. 2010. 6. 5. [폴라로이드 고양이] 005. 고양이 젤리, 곰돌이 젤리 고양이라면 누구나 젤리를 갖고 있습니다. 이른바 '곰돌이 젤리'라는 것인데요. 네 개의 발바닥에 말랑한 쿠션 재질이 있어서 고급 신발에 장착된 에어쿠션처럼 뛰어내릴 때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고양이 젤리라고 하지 않고, 곰돌이 젤리로 부르는 이유는 발바닥의 제일 넓은 면이 테디베어의 얼굴과 두 귀를 꼭 닮았고, 네 발가락은 각각 테디베어의 팔다리 모양 같아서 그렇답니다. 포도젤리처럼 까맣던 발바닥은 흙먼지로 희뿌옇게 변하고 , 야들야들 부드러웠던 분홍색 젤리에 굳은 살이 생기고 때가 낍니다. 길고양이들이 때때로 발바닥을 열심히 핥는 건, 뭔가 달콤한 위로가 그 안에서 스며나오기 때문 아닐까요. 인간이 고양이의 폭신폭신한 발바닥을 어루만지며 위로를 받는 것처럼. 길고양이의 발바닥 젤리를 보면서 짠.. 2010. 6. 3. 이전 1 ··· 14 15 16 17 1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