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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났을 때 "에잇! 길을 비키지 않으면 뛰어넘을 테다!" 길고양이가 외나무다리, 아니 담벼락 위에서 만나면 이렇게 뛰어넘어 가곤 합니다. 흔히 젖소무늬 고양이라 부르는 길고양이들 중에는 콧수염을 단 고양이가 있는데요,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을 닮은 모습에 ‘찰리 채플린 고양이’를 줄여서 찰리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유독 콧수염 고양이들이 많은지라 찰리1, 찰리2라고 부르기도 애매하니 찰리의 이웃은 철이로 부르자 해서 이 동네 콧수염 고양이의 애칭은 찰리와 철이가 되었지요. "그러게, 거기 딱 막고 있지만 말고 밑으로 좀 뛰어내리거나 하면 좋았잖아." 철이를 뛰어넘은 찰리가 내심 미안한 듯 뒤돌아봅니다. '아...나는 뭔가...' 하는 표정으로 철이가 망연자실 앉아있네요. 무안해져 다시 그루밍을 시작하는 찰리.. 2011. 5. 31.
길고양이 레이더로 포착한 ‘길고양이 명당자리’ 길고양이 레이더를 아시나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의 머리 위엔 24시간 윙윙 돌아가는 투명한 레이더가 있답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숨은 길고양이를 발견하는 데는 효과만점이지요. 사실 길고양이 레이더를 작동시키는 특별한 비결이 있는 건 아니에요. 길을 걸을 때, 바삐 재촉하던 걸음을 조금만 늦추고 고양이가 머물 만한 골목이나 담벼락 위, 조그만 구멍 등을 유심히 바라보면, 그곳에 길고양이가 한두 마리쯤 있기 마련이거든요. 길고양이 입장에서는 이런 곳이 마음 편히 쉬거나 여차하면 재빨리 달아날 수 있는 ‘명당자리’입니다. 또한 이런 곳은 길고양이를 만나러 다니는 저 같은 사람에게도 길고양이와 기념사진을 찍기에 좋은 명당자리가 되지요. 이날도 바짝 붙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어쩐지 길고양이가 있을 것 같.. 2011. 5. 30.
아슬아슬, 길고양이의 공중점프 놀이 지붕 위에서 놀던 길고양이 담양이가 담벼락으로 폴짝 뛰어내립니다. 쭉 뻗은 네 다리에서 미끈한 매력이 돋보입니다. 조마조마, 아슬아슬하기도 하지만, 고양이의 공중점프는 늘 제 마음을 잡아끕니다. 그것으로 끝난 것인가 했더니, 다시 반대쪽으로 뛰어오를 자세를 취합니다. 모은 두 앞발에 힘을 모아 금세라도 위로 뛰어오를 기세입니다. 담양이에겐 공중점프가 일종의 놀이인지도 모릅니다. 아, 번쩍 뛰어올랐습니다. 이럴 때의 고양이는 길 위의 조그만 동물이 아니라, 멋진 표범 같기도 하고 날쌘 호랑이 같기도 합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전선줄도, 고양이를 막을 수 없습니다. 아슬아슬 지붕 끝에 발을 걸쳤지만, 떨어지지 않을 것을 압니다. 갈고리처럼 억센 두 발의 힘으로 지붕 끝을 단단히 붙잡고 위로 뛰어오를 테니까요.. 2011. 5. 27.
노랑아줌마 길고양이의 ‘꼬리 베개’ 카오스 대장과 노랑아줌마가 홀쭉해진 배로 나타났습니다. 무사히 해산을 마치고 복귀한 것입니다. 아기 고양이들은 안전한 곳에서 잘 자라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노랑아줌마의 젖가슴이 수유를 하느라 많이 부풀어 오른 것이 눈에 띕니다. 두 달간 새끼를 품고 있을 때는 배가 무겁고, 새끼를 낳은 다음에도 젖이 불어 몸이 무겁습니다. 엄마 고양이는 그렇게 새끼를 키우는 동안 무거운 몸을 잘 간수해야 합니다. 새끼들이 먹을 소중한 젖이 들어있으니까요. 갓난쟁이들의 양육에 지친 노랑아줌마와 카오스 대장은 환풍기로 올라와 휴식을 취합니다. 벌러덩 드러누워 있던 노랑아줌마 고양이의 눈에 번뜩 들어오는 것이 있습니다. 카오스 대장의 꼬리입니다. 꼬리만 보면 이성을 잃고 마는 것이 고양이들인지라 노랑아줌마도 역시 체면도 잊고.. 2011. 5. 26.
쌍둥이 길고양이의 '지붕 찜질방' 길고양이 일호가 아늑한 길고양이 찜질방에서 볕을 쬐고 있습니다. 적당히 달궈진 기왓장은 찜질방처럼 뜨끈뜨끈하거든요. 천연 야외 찜질방의 참맛을 알고 제대로 이용할 줄 아는 길고양이가 되겠네요. 아직은 한여름처럼 기분나쁘게 푹푹 찌고 습한 날씨는 아닌지라, 가만히 누워있으면 배는 따뜻하고, 등은 불어오는 바람에 털이 올올이 날려 제법 시원합니다. "응? 왜 이렇게 시끄럽다냐?" 길고양이 일호 옆에 있던 이호가 부스스 몸을 일으킵니다. 오늘의 찜질방 고객은 일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쌍둥이처럼 꼭 닮은 무늬 덕에 일호와 이호라고 이름 지어준 길고양이들이지요. 주변에 일호와 이호를 챙겨주시는 분이 있고, TNR도 되어 있어, 개체 수가 늘어날 걱정 없이 이 골목에서 살고 있습니다. 일호의 한쪽 코밑에는 콧털이 .. 2011. 5. 25.
햇볕이 만든 '길고양이 무지개방석' 오래된 골목을 채우는 것은 크고 작은 화분입니다. 숲이 사라진 그 자리에 화분으로 정성껏 꾸민 화단이 눈을 편안하게 합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은 골목을 걷다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화분 숲 앞에, 길고양이 한 마리가 멍하니 있습니다. 노란 바탕에 흰색 앞가슴과 자잘한 검은 얼룩무늬가 있는 카오스무늬 고양이의 일종이네요. 길고양이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저를 말똥말똥 바라봅니다. 태양이 카메라를 마주보고 있는데 렌즈후드를 가지고 오지 않아서, 그대로 찍다보니 빛이 반사되어 옅은 무지개가 아른아른 사진에 같이 찍힙니다. 여느 사진에서라면 ‘버린 사진’으로 간주해야 하겠지만, 길고양이 앞발 쪽에 고이 깔린 무지개를 보니 이대로도 괜찮겠다 싶습니다. 햇볕이 만들어준 길고양이의 무지개 방석입.. 2011. 5.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