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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꿈 꾸는 길고양이 표정, 사랑스러워 늦봄이라고는 해도 아직은 바람이 찬 요즘, 그래도 점심 나절이 되면 한낮의 온기가 따스합니다. 밀레니엄 은신처, 햇빛에 따끈하게 데워진 환기구 위에 누운 노랑아줌마는 늘어진 하품을 시작합니다. 슬슬 잠이 올 때가 된 것이지요. "캬옹~ 졸려 죽겠네." 입을 쫙 벌려 하품을 해 봅니다. 몰려오는 잠을 쫓느라 주먹을 불끈 쥐어도 보고... 잠시 갸웃 고개를 들어 정신을 차리려고도 해보았지만... "아~ 못 참겠다." 드디어 정신줄을 놓고 맙니다. 다시 단잠에 빠져듭니다. 잠든 고양이의 얼굴을 밑에서 바라보면, 나이를 가늠할 수 없습니다. 나이 든 고양이도 아줌마 고양이도 모두 아기고양이 시절의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돌아가게 만듭니다. 따스한 햇살 아래, 누구에게도 쫓기지 않고 꿈꾸는 순간만큼은 집고양이나 .. 2011. 4. 27.
길고양이의 '임산부 요가 교실' 노랑아줌마와 카오스 대장이 나란히 '고양이 요가'를 합니다. 고양이 입장에서는 털을 고르는 것일 뿐이지만, 사람이 보기에는 난이한 자세 때문에 흔히 요가라고 말하곤 합니다. 유독 서로 의지하던 노랑아줌마와 카오스 대장은 임신도 비슷한 시기에 해 버렸습니다. 카오스 대장의 배는 아직 덜 불러오른 것을 보면 노랑아줌마가 먼저 해산을 할 듯하네요. "이봐, 카오스 대장? 힘들지 않아?" 노랑아줌마가 카오스 대장 쪽을 힐끗 바라봅니다. 하지만 대답 없는 카오스 대장. 아직까지 힘들지 않은가 봅니다. 노랑아줌마 표정이 샐쭉해집니다. '힘들지 않은가 보네..' 근심 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개의치 않고, 고양이들은 자기 할 일에 여념이 없습니다. '"에구구, 나는 그만 할란다. 배가 불러서..." 노랑아줌마가.. 2011. 4. 25.
노랑아줌마를 지키는 연하남 길고양이, 고동이 잡지 마감 주간이 시작되면서 연일 야근인지라 띄엄띄엄 소식 전하네요. 오늘 특집 원고 하나만 끝내면 좀 여유가 생기기에 새 글 하나 띄웁니다. '지붕고양이 1년간의 성장기' 를 전했던 날 만난 고동이와 노랑아줌마 소식이예요. 날이 따뜻해지는 봄이 되면, 흔히 '아깽이 대란'이라 부르는 철이 돌아옵니다. 겨울이 거의 지나간 3월쯤, 새끼를 기르기 좋은 철이 다가온다는 걸 아는 길고양이들은 짝짓기를 합니다. 두 달간의 임신기가 끝나는 5월이 오면 여기저기서 아깽이 소식이 들리지요.짝짓기에 철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겨울보다는 좀 살기 수월한 봄철에 아깽이들이 상대적으로 자주 보입니다. 노랑아줌마도 올 봄 유독 통통해지나 싶더니, 불룩해진 배로 산달이 머지 않았음을 알려줍니다. 고단한 환경에 또 새끼들이.. 2011. 4. 20.
소심했던 지붕 고양이 가족, 1년간의 성장 밀레니엄 고양이 일족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세력이 약한 지붕 고양이들은 늘 지붕에 머물고 있습니다. 각각 보이던 녀석들이 마침 나란히 앉아있기에 기념사진을 찍어봅니다. 같은 장소에 사는 고양이들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안도감이 느껴집니다. 경계심이 많아 밑으로 내려오지 못하는 녀석들 중에 얼굴에 검은 얼룩이 있는 삼색이는 의뭉이, 볼에 카레얼룩이 있는 삼색이는 의심이, 고등어무늬 형제는 소심이인데, 의뭉이는 보이지 않네요. 1년여 전, 2010년 1월 23일의 의심이와 소심이. 1년은, 짧은 삶을 살다갈 길고양이에게 긴긴 시간입니다. 뾰족한 인상에 눈매가 처져, 늘 뭔가를 의심하는 얼굴처럼 보였던 의심이는 얼굴이 동글동글해졌고, 해맑고 동그란 눈빛을 지녔던 소심이가 오히려 .. 2011. 4. 12.
"도망가기도 지친다" 늙은 길고양이의 속마음 두리번거리며 길을 걷다 보면 묘하게 신경 쓰이는 곳, 그곳에 대개 길고양이가 있습니다. 자기 몸이 낙엽색과 비슷하다는 걸 알고 있는지, 주변에 몸을 가릴 아무 것도 없는데도 노랑둥이 길고양이는 무심히 낙엽더미 위에 누워 잠을 청합니다. 완벽한 보호색입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흘끔 고개 들어 이쪽을 봅니다. 어쩐지 너덜너덜한 느낌이 드는 귀는 꼭 오래 모자를 쓰고 있다가 벗어서 눌린 머리카락처럼 납작하게 머리를 덮고 있습니다. 두 볼이 두툼한 것을 보니 이 지역의 대장냥이로 오래 살아온 녀석입니다. 오랜 길 생활에 익숙해진 길고양이 특유의, 관록이 느껴지는 얼굴입니다. 콧잔등에 난 자잘한 상처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네 길고양이와 앞발 훅을 주고받은 전적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기력이 달려 패배하기라도 .. 2011. 3. 31.
고마운 길고양이 은신처 인간세계에서는 그저 버려진 문짝에 지나지 않을 물건이, 길고양이 세계에서는 고마운 보호벽이 됩니다. 우리가 모르는 시간, 버려진 합판이 쌓인 고양이들의 뒷골목에서는 길고양이의 삶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뒤로 짝짝이 흰양말을 신은 길고양이 '짝짝이'도 버려진 문짝 뒤 은신처에서 가만히 휴식을 취합니다. 밀레니엄 고양이 일족이 번갈아가며 휴식을 취하는 쉼터입니다. 금세 몸을 숨길 수도 있고 반대편 구멍으로 달아날 수도 있어서 고양이들이 좋아합니다. 버려진 신문지 두루마리는 이미 나달나달해졌지만, 그래도 차가운 쇠파이프의 냉기를 막아주는 용도로는 아직까지 유용합니다. 앞발을 곱게 모으고, 아직 남은 꽃샘추위를 몰아내보는 노랑아줌마입니다. 유독 길었던 올 겨울, 노랑아줌마도 살짝 감기에 걸렸다가 다행히도 회복을.. 2011. 3.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