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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노랑아줌마를 지키는 연하남 길고양이, 고동이

by 야옹서가 2011. 4. 20.

잡지 마감 주간이 시작되면서 연일 야근인지라 띄엄띄엄 소식 전하네요. 

오늘 특집 원고 하나만 끝내면 좀 여유가 생기기에 새 글 하나 띄웁니다.

'지붕고양이 1년간의 성장기' 를 전했던 날 만난 고동이와 노랑아줌마 소식이예요. 


날이 따뜻해지는 봄이 되면, 흔히 '아깽이 대란'이라 부르는 철이 돌아옵니다. 

겨울이 거의 지나간 3월쯤, 새끼를 기르기 좋은 철이 다가온다는 걸 아는

길고양이들은 
짝짓기를 합니다. 두 달간의 임신기가 끝나는 5월이 오면 

여기저기서 아깽이 소식이 들리지요.짝짓기에 철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겨울보다는 좀 살기 수월한 봄철에 아깽이들이 상대적으로 자주 보입니다. 


노랑아줌마도 올 봄 유독 통통해지나 싶더니, 불룩해진 배로 산달이 머지 않았음을


알려줍니다.
 고단한 환경에 또 새끼들이 태어날 걸 생각하니 축하보다는

아무래도 걱정이 먼저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무거운 마음으로

영양식이라도 따로 더 챙겨주려 캔을 따는데, 고동이가 노랑아줌마 곁으로

달려들어 앞발 장난을 겁니다.


"이 녀석, 임산부에게 웬 장난질이야?" 하고 한마디 하려다가, 아, 싶습니다.

예전부터 노랑아줌마를 줄곧 따르던 고동이... 어릴 때부터 성장과정을 쭉 

지켜보아왔기에 늘 어린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어쩌면 고동이는 노랑아줌마를

지금껏 여자로 대했던 게 아니었을까 싶은 것입니다.  


노랑아줌마의 불룩해진 배를 보고, 언제나 노랑아줌마 곁을 맴도는 고동이를 보면

자연스럽게 노랑아줌마의 뱃속에 자라는 생명의 아빠가 고동이는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생깁니다. 그동안
노랑아줌마의 엉덩이 냄새를 줄곧 맡으며 따라다닌 것도,

자꾸 앞발 장난을 걸던 것도 그저 어린아이의 장난기가 아니라,
연하남의 관심과 

애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드는 것이지요.  
 

게다가 고동이의 귀찮은 접근에도 노랑아줌마는 너그럽게 받아줄 뿐만 아니라

저렇게 애교스런 모습까지도 보여주는 걸 보니...노랑아줌마의 아기들 얼굴이

더더욱 궁금해지는 요즘입니다.


이제 출산일이 얼마 남지 않다보니 누운 뒤태만으로도 불룩한 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저를 예의 주시하는 고동이...혹시라도 노랑아줌마에게 해가 갈까 지키고픈 모양입니다. 

마음 한켠에 걱정은 여전하지만, 노랑아줌마의 순산을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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