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 속에 숨은 아기 길고양이들 매실주 담는 커다란 유리병에 아기 길고양이 두 마리가 숨었습니다. 어디선가 삐약삐약 어린 고양이 우는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고양이의 조그만 눈동자가 빼꼼 비칩니다. 입구가 날카롭게 깨져 있어 위태로워 보이지만, 다행히 어린 고양이들은 몸집이 작아 입구에 부딪치며 들어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조심스런 삼색 아기고양이는 살짝 한쪽 눈만 내밀었다가 유리병 속 깊은 곳으로 쏙 들어가버려 더이상 만나지 못합니다. 좀 더 대범한 검은 고양이가 있는 쪽으로 옮겨가 봅니다. 아직 푸른 눈빛이 형형한 아기 고양이. 얼룩무늬를 보아하니 검정색 턱시도 무늬일까요? 눈동자에 청회색 기운이 도는 것을 보면, 아직 눈 색깔이 잡히지 않은 어린 고양이입니다. 유리병 옆에서 바라본 검정 고양이의 모습. 미동도 않고 바깥을 경.. 2011. 6. 10. “아이고 다리야” 기마자세로 쉬는 길고양이 담을 주 무대로 살아가는 길고양이 담양이를 만나러 가면, 가끔 독특한 기마자세로 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두 가랑이를 떡 벌려 담벼락을 말 타듯 걸터앉은 모습이 엉뚱하기도 하고 귀여워서, 처음에는 웃음이 났습니다. “담양아, 뭐해? 그 자세가 편하니?” 하며 조심조심 다가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담양이의 앉은 모습을 자세히 보니, 담 저편으로 넘어가 잘 보이지 않던 오른쪽 뒷다리는 사실 담벼락 위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세 다리는 담벼락 위에 그대로 두고, 한쪽 다리만 담벼락 아래로 늘어뜨린 것입니다. ‘음...저 자세는 편하지 않은 것 같은데.’ 하고 생각하며 가만히 보니, 담 아래로 늘어뜨린 왼쪽 뒷다리는, 평소 담양이가 살짝살짝 절며 다니던 그 다리입니다. 그제야 담양이가 왜 기마자.. 2011. 6. 9. 길고양이 보름이, 노장은 살아있다 밀레니엄 지붕셋방 고양이 가족인 보름이가 오래간만에 얼굴을 드러냅니다.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아 더욱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보름이는 자주 만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우연히라도 먼 발치에서나마 살아있는 모습을 보는 날이, 저에게는 운이 좋은 날입니다. 번쩍 일어나 하품을 커다랗게 하는 모습이 마치 "노장은 살아있다!"하고 외치는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한쪽 눈이 불편하면 한쪽 귀도 따라가는 것인지, 보름이의 귀 한쪽은 늘 쳐져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잘 보이는 다른 쪽 눈을 들어 먼 곳을 바라볼 때의 보름이는, 당당한 고양이의 모습을 잃지 않습니다. 꼿꼿한 자세로 어딘가를 그렇게 응시합니다. 보름이의 까만 동공에도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비칩니다. 때론 혹독하지만, 때론 따사로운.... 2011. 6. 7. 길고양이와 함께 걷고픈 '담장길' 길고양이 담양이를 처음 만난 것은 담 앞에서였습니다. 담양 지역의 고양이는 아니고요^^ 늘상 담 위에서 놀고 있기에 "담냥아~"하고 부르다 자연스레 담양이란 이름이 입에 익었습니다. 사람이 다니기에 편한 길이 있다면, 길고양이가 다니기 편한 길도 있을 것입니다. 한쪽 뒷다리가 편치 않은 담양이에게는 담벼락 위 좁다란 길이 마음 편합니다. 높은 곳을 뛰어오르거나 혹은 뛰어내릴 수는 있지만, 뒷다리를 약간 절며 걸어야 하기에 아무래도 평지에 오래 있는 건 마음의 부담이 있나 봅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담장길은 약간 폭이 좁기는 해도, 언제든 사람이 쫓아올 수 없는 담 반대편으로 뛰어 달아날 수 있어 좋습니다. 제주올레길이 여행자들에게 호응을 얻으면서, 각 지방에서는 다양한 길 여행코스를 내놓고 있습.. 2011. 6. 4. 노랑 아줌마의 '길고양이 전용 효자손' 새끼들을 안전한 곳에 두고, 잠시 한낮의 여유를 즐기는 노랑아줌마. 무료한 마음에 입을 크게 벌려 하품을 해 봅니다. 그런 노랑아줌마 곁에 저도 잠시 주저앉아 길고양이의 일상을 관찰합니다. 심심한 노랑아줌마는 머리를 철조망에 대고 살살 긁어봅니다. 고양이 혀는 유연해서 여기저기 닿을 수 있지만 혀가 닿지 않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뒷머리와 턱밑입니다. 그래서 길고양이에게도 효자손이 필요하지요. 철망 가장자리에 머리를 대고 열심히 긁어봅니다. 환기통에 쓰레기가 떨어지지 말라고 씌워놓은 철망이지만, 이럴 때는 고마운 길고양이 전용 효자손이 되어줍니다. 혹시 철망 끝이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도 해보았지만, 큰 문제 없이 조심조심 쓰는 것을 보니 역시 연륜 있는 노랑아줌마입니다. 고양이 빗 중에 '슬리커'라고 해서.. 2011. 6. 3. 길고양이 눈으로 보는 세상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고양이는 땅과 가까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만히 선 자세로는 자연히 길고양이를 내려다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를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찍는 사진보다는, 고양이의 시점으로 본 세상을 찍고 싶습니다. 그래서 바닥에 앉은 일호와 시선을 맞추다, 쭈그려앉는 것만으로는 서로 키를 맞출 수 없어 자꾸만 자세가 낮아집니다. 처음에는 앉았다가, 나중에는 엎드렸다가, 그것도 모자라 불판 위에 올라온 낙지마냥 몸을 뒤집다보면 "너 뭐하니?" 하는 표정으로 저를 구경하는 이호와 눈이 딱 마주칩니다. 제가 고양이의 어떤 행동을 신기해하고 재미있게 관찰하는 것처럼, 고양이 역시 저 높은 곳에 있을 때만큼은 저를 '엉뚱한 인간'쯤으로 생각하고 재미있어 하는 거죠. 사람이 고양이를 구경하듯, 고양이.. 2011. 6. 2. 이전 1 ··· 23 24 25 26 27 28 29 ··· 14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