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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햇살에 호떡굽는 길고양이 따끈따끈한 햇빛 아래 길고양이가 등을 굽고 있습니다. 짜릿한 느낌이 발가락 끝을 간질간질, 햇빛에 온몸이 충전되는 느낌입니다. 자기도 몰래 발가락 끝에 힘이 들어갑니다. 여세를 몰아 아직 구워지지 않은 하얀 배도 햇살을 향해 내밀어보는 고양이입니다. 마른 땅에 엎드려 있느라 먼지 묻고 땀이 찼던 뱃가죽도 뽀송뽀송 말리고 본격적으로 호떡 굽는 자세에 돌입한 모습이 천진난만합니다. 양 발에 흰 떡을 쥐고, 호떡굽기의 마무리를 하품으로 장식합니다. 따끈따끈 말랑말랑한 고양이 호떡이 완성되었어요. 호떡굽기를 완수한 고양이의 표정에도 만족스러움이 감돕니다. * 제3회 고양이의 날 행사 참석 신청하세요! 2011. 9. 7.
길고양이의 애정공세, 멋쩍은 결말 멍하니 앉아있으면, 뒤통수에서 찌릿한 감이 올 때가 있습니다. 필시 누군가가 이쪽을 향해 뜨거운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마음이란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기에 가끔은 서로의 감정이 어긋나곤 합니다. 안타까운 엇갈림은 사람도 고양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애정을 한껏 담은 부비부비에도 전혀 굴함이 없는 꼿꼿한 자세, 난공불락의 고양이 마음입니다. 방해받고 싶지 않다며 훌쩍 자리를 뜨고 마는 매정한 뒷모습을 차마 바라볼 수 없어서 멋쩍은 마음을 담은 두 귀만 뒤로 한껏 젖힙니다. 고양이의 마음은 그렇게 얼굴에, 두 귀에 고스란히 담깁니다. 혼자 남은 고양이의 어깨가 더 가냘파 보입니다. 하지만 먼저 자리를 뜬 녀석을 원망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 고양이니까요. 2011. 9. 2.
고양이꽃이 아름다운 이유 잡초가 자라던 작은 화분에 고양이꽃이 한 송이 피었습니다. 뾰족한 꽃잎 두 장이 위로 봉긋이 솟아오른 모양새며, 물기를 한껏 머금은 동그란 꽃심 두 개가 꽃잎 속에서 반짝반짝, 금세라도 촉촉한 이슬방울이 떨어질 듯합니다. 고양이꽃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발이 있으니 원하는 곳으로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고양이꽃이 사랑스러운 건 다른 꽃과 서로 교감할 줄 안다는 것이지요. 아직 어린 고양이꽃 두 송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2011. 9. 1.
팔베개를 한 고양이, 세상 꼭대기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무심코 먼발치를 보고 있는데, 길 건너편 계단 위로 노랑 줄무늬 고양이 꼬리가 언뜻 보입니다. 버스는 다음으로 미루고 얼른 뛰어가 보니 고양이 한 마리가 달아나지 않고 그대로 있습니다. 고양이가 놀라지 않게 조심조심, 한쪽 눈은 감고, 한쪽 눈은 카메라로 가리면서 ‘나는 너를 보는 게 아니야’ 하고 암시를 걸며 한 발짝씩 다가갑니다. 고양이는 엉거주춤, 도망갈까 말까 하고 잠시 갈등하는가 싶더니, 슬며시 엉덩이를 붙이며 앉을 자세를 취합니다. 갈등이 담긴 엉거주춤한 자세가 사랑스러워 또 가만히 한참을 보고 있습니다. 계단 위쪽, 사람과 어느 정도 안전거리를 확보한 고양이의 마음은 한결 여유로워져서, 팔베개를 베고 누웠습니다.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입니다. 고양이의 조그만 동공이 향하.. 2011. 8. 30.
어느 횟집 앞 '길고양이 급식소' 풍경 어머니와 함께 떠난 부산 여행, 아침 골목길을 걷다 횟집 앞에서 길고양이와 마주칩니다. 저와 눈이 마주치고도 달아나지 않는 모습이, 근처에 밥 챙겨주는 분이 있는 모양입니다. 유리문에 접착시트를 붙인지 오래되어, 원래 있던 짙푸른색 바다가 하늘색으로 변한 횟집 문 뒤에는 까만 얼룩무늬 고양이 한 마리가 더 숨어 있었습니다. 경계하는 눈빛을 빛내며 몸을 숨기고 한쪽 눈만 내놓은 모습입니다. 그러니까 두 마리 고양이가 횟집에 차려진 길고양이 급식소에서 밥을 먹다가 저와 눈이 마주친 것입니다. "내가 망을 볼 테니, 얼른 다 먹고 나서 자리를 바꿔주라고." 5:5 가르마를 탄 흰 고양이가 든든한 얼굴로 바깥을 지킵니다. 곁을 지키는 친구 덕분에, 노란 얼룩무늬 고양이는 안심하고 밥을 먹을 수 있습니다. 붉은색.. 2011. 8. 27.
쌍둥이 길고양이와 삐친 담양이 일란성 쌍둥이처럼 꼭 닮은 길고양이 일호, 이호가 지내는 지붕 쉼터에, 오늘은 웬일인지 일호가 보이지 않습니다. 노랑둥이 담양이가 담담한 얼굴로 이호의 곁을 지킵니다. 살포시 팔짱 낀 모습이 앙증맞은 담양이입니다. 그때 언제 내 이야기를 했느냐는 듯, 일호가 슬그머니 엉덩이를 붙이며 끼어듭니다. 원래부터 여기는 내 자리였다는 듯, 이호 옆을 지킵니다. 오래간만에 이호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던 담양이, 약간 놀란 눈빛으로 일호를 바라봅니다. 조금은 마음이 불편한 것일까요? 급기야 자기에게 가장 익숙한 담장 위로 뛰어내리고 마는 담양이입니다. 일호, 이호와 담양이는 서로 무늬는 다르지만 평소 사이 좋게 지냅니다. 이날도 지붕이 그리 좁지 않으니 세 마리가 함께 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 인간의 마음으로 .. 2011. 8.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