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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그리 우습니? 요란한 길고양이 기지개 길고양이를 만나면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관찰을 시작합니다. 처음 길고양이를 만나러 다니던 무렵에는 우연히 길고양이와 만나면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그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기 일쑤였지만, 사람의 갑작스런 움직임이 길고양이에게는 오히려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안 다음부터는 무심한 듯 슬금슬금 다가가서 멀찍이 앉는 쪽을 택합니다. 달아나면 달아나는대로, 그 뒷모습을 찍으면 되지요. 저를 묵인하고 제 할 일을 하는 고양이를 만나면, 그때부터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관찰 단계로 들어갑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각자의 할일을 하는 이 시간, 서로가 서로에게 무심한 이 시간이 저는 좋습니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 바라보다 보면, 길고양이가 보여주는 여유로운 모습도 만나게 되거든요. 두 팔을 쭉 펴고 있는 .. 2011. 9. 29.
골목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어린 고양이들 가끔 나도 모르게 낯선 골목으로 흘러들어갈 때가 있습니다. 아무 이유도 모른 채 어쩐지 그쪽으로 가고싶어져서 골목을 따라 접어들다보면, 달팽이 껍데기 맨 안쪽의 주름진 좁은 골방처럼 깊숙한 곳에, 길고양이의 안식처가 눈에 띄곤 합니다. 오늘은 어린 길고양이 네 마리가 서로의 몸에 턱을 기대고 있다가, 깜짝 놀라 낯선 방문객을 바라봅니다. 후다닥, 소리와 함께 방금 전까지 스티로폼 위에 누워있던 녀석들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립니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알고 있습니다. 큰일났다, 인간이다 하고 달아난 것을요. 그래도 달아났던 한 녀석은 호기심에 다시 얼굴을 내밀고 이쪽을 바라봅니다. 어딘가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져, 문득 카메라에서 눈을 떼어 보니, 이 모든 것을 가만히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길고양이.. 2011. 9. 28.
식빵 굽는 길고양이 찰리, 은근한 윙크 담벼락 고양이들의 일족인 찰리가 어슬렁어슬렁 나타나 이쪽을 관망하고 있습니다. 몸빼바지를 입은 듯 통통한 허벅지가 매력인 찰리. 조심스런 눈으로 이쪽을 향해 눈길을 돌립니다. 빼꼼 내다보다 별일 없을 것 같다고 마음을 놓았는지 슬그머니 뒷다리를 내려놓고 앉더니, 식빵 자세를 취합니다. 고양이가 어느 정도 편한 마음이 되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낼 때의 표정은 특별한 자세를 취하지 않아도 제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그래도 혹시 몰라 이쪽을 힐끔 보는 찰리의 조심성이 엿보입니다. 도망갈까, 머물러 있을까 사이의 짧은 갈등이 끝난 얼굴은 편안해 보입니다. 한쪽 눈을 감고 다른 쪽 눈도 마저 감으려다가, 한쪽 눈만 실눈을 뜨고 조심스럽게 다시 이쪽을 바라보는 모습이 마치 수줍은 윙크를 날리는 것 같아서 마음이 두근두.. 2011. 9. 27.
"피로야 가라!" 길고양이 사자후 가끔 누군가 내 뒤통수를 치고 발목을 잡아서 마음이 무거울 때, 주말 이틀 푹 쉬고 새롭게 집을 나서는 길에 내 발 무게가 천근만근일 때 "피로야 가라!" 하고 큰 소리로 외쳐봅니다. 졸음을 날려버리는 길고양이 사자후에, 정신을 번쩍 차리게 되는 아침입니다. 2011. 9. 26.
버려진 깔개도 길고양이에겐 좋은 놀잇감 도심 한가운데는 나무가 적어서 길고양이가 발톱을 갈 만한 물건이 많지 않습니다. 이렇게 우연히 마주치는 버려진 깔개도, 좋은 발톱갈이 장난감이 됩니다. 살며시 턱을 기대어 봅니다. 의외로 편안하니 좋은 것 같습니다. ' "이거 꽤 괜찮은데?" 혼자서 뒹굴어 봅니다. 그러다 저와 눈이 딱 마주쳐 조금은 당황하는 고양이의 표정이 귀엽습니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어 깔개 위로 완전히 올라가도 괜찮을 것 같은데 조심스레 절반만 몸을 걸친 모습이, 역시 낯선 사람의 냄새가 밴 물건이라 그런 것인지... 길고양이의 경계심을 알 수 있게 합니다. 2011. 9. 16.
아기 길고양이들, 사랑 담은 그루밍 졸음이 몰려오는 시간... 한낮의 따뜻한 햇살은 엄마 뱃속을 떠올리게 합니다. 자기도 모르게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스르르 잠이 옵니다. 졸음을 이기지 못해 머리가 한쪽으로 스르르 기우는 아기 고양이입니다. “잠깐만!” 앞발을 들어 제지합니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좋은 시간을 낮잠으로 보내기는 아깝지 않느냐는 듯, 귀에 대고 뭔가 설득해보는 듯한 모습입니다. 아 시원해! 그만 자기도 모르게 턱을 치켜올리고 무아지경에 빠집니다. 스윽스윽~ 이마 위도 꼼꼼히 닦아줍니다. 혀가 닿지 않는 곳까지 시원하게 그루밍을 해주고 나니, 고등어무늬 녀석 얼굴이 훤칠해졌습니다. 이제야 만족스러운 얼굴로 제 그루밍을 하는 어린 흰 고양이, 그루밍은 남에게 해줄 때 더 행복하다는 걸, 고양이는 알고 있습니다.. 2011. 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