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건물 틈새, 길고양이 은신처 오래된 건물 벽 틈새, 길고양이 한 마리 드나들 만한 좁은 통로가 생겼습니다. 그 틈새로 몸을 숨기려고 잠시 걸음을 멈춘 길고양이 한 마리가 우뚝 서 있습니다. 혹시나 해서 눈을 꿈뻑꿈뻑 하며 '고양이 키스'를 날려 보니, 저를 향해 넌지시 눈을 감아 보입니다. 길고양이가 보내는 '고양이 키스'입니다. 사진을 찍으라는 듯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잠시 포즈를 취해 주던 길고양이. 바로 옆 녹슨 철판과 고양이의 얼룩무늬 색깔이 마치 색깔맞춤이라도 한 듯 잘 어울립니다. 저를 기다려준 길고양이 덕분에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답니다. 갈라진 건물벽 틈새로는 버려진 페트병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길고양이는 약간 몸을 비켜 슬그머니 자리를 잡고 식빵 자세를 취합니다. 앞발은 보이지 않지만, 도톰한 앞가슴털 .. 2011. 10. 23. 길고양이 몸에 딱 맞는 '빗자루 베개' 길고양이 점박이가 자기 몸에 딱 맞는 베개를 찾았습니다. 적당한 높이에 비스듬히 꺾어지는 곡선까지 고양이 몸에 딱 맞춘 '맞춤 베개'입니다. 묘체공학적 베개라고도 하겠네요. "응? 고양이 베개 처음 보냐옹?" 점박이의 의연한 표정이 귀엽습니다^^'어디 한 번, 기대 볼까나...' 살며시 턱을 들어 갖다대어 봅니다. '어~ 적당히 딱딱한 게 좋구먼.' 목침처럼 단단한 게 마음에 드는 모양입니다. 아직 어렸을 때 처음 만나 하얗던 앞뒷발도, 어느새 몇 달간의 길고양이 생활에 잿빛이 되었습니다. 2011. 10. 21. 길고양이 그림자와 함께 놀기 날이 많이 서늘해지면서 가을색이 완연해졌다고는 하지만 종일 내리쬔 햇빛의 온기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길고양이 한 마리의 몸 정도 노골노골하게 만들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늘어지고 일그러진 바퀴 그림자 사이에 갇혀버린 점박이는 마치 키리코의 그림 속에서 길을 잃고 망연히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열기에 녹아 쭉쭉 늘어나는 엿가락처럼, 길쭉해진 고양이 그림자가 얼굴을 내미는 늦은 오후에는, 아직 어린 고양이도 거묘로 만들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그림자 속 고양이 친구에게 고양이 냄새가 날 리는 없건만 킁킁, 벽 속의 고양이 그림자 냄새를 맡아보기도 하고요. 진짜 고양이, 그림자 고양이,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긴 고양이가 나란히 앉아 있습니다. 고양이 반상회라도 열 모양입니다. 늘어지는 고양이 그림자가 어울리는.. 2011. 10. 20. 키크고 싶은 길고양이, 숨은 2cm를 찾아라 이제 청소년에서 서서히 어른 고양이의 모습을 갖춰가는 길고양이 망토. 하지만 아직 카오스 대장냥의 키에는 조금 못 미칩니다. 꼬리 끝으로 앞다리를 곱게 감싸고 뭔가 궁리를 하던 눈치더니, 갑자기 깜짝 놀랄 만한 변신을 보여줍니다. 갑자기 온 몸을 고무처럼 "쭈~~욱" 늘리더니 키가 2cm는 더 늘어난 것이지요. '에잇에잇, 나도 이만큼 커질 수 있어' 하고 용을 쓰는 것 같아 귀엽기도 하고 얼굴에 힘 들어간 모습이 익살스럽기도 해 웃음이 납니다. 아마도 앉아서 기지개 켜는 중이었겠지만, 갑자기 몸 길이만 쭉 늘려서 어른 키가 된 망토의 모습을 생각하니... 아직은 어리광 부리고 엄마쟁이 노릇할 때가 더 좋을 텐데 말이죠. 2011. 10. 19. 좌변기를 즐겨 쓰는 길고양이 거리에 무심하게 놓인 화분은 길고양이에게 다용도로 쓸 수 있는 도구입니다. 특히 흙이 있고 발을 걸칠 가장자리가 있어서 그런지, 화분을 좌변기처럼 활용하는 길고양이도 가끔 볼 수 있습니다. 크고 작은 동그란 화분이 4개. 어느 것을 쓰더라도 크게 불편함은 없지만, 오늘은 마음에 드는 자리를 골라 두 앞다리를 슬쩍 걸치고 두 뒷다리에 힘을 줍니다. 뒷다리에 힘을 주고 펌프로 물을 쭉쭉 뽑아내듯 괄약근에 힘을 넣어봅니다. 고양이 꼬리와 등 근육의 긴장도를 보면 힘을 주고 있는지 아닌지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고양이의 둥그런 등허리로 말이지요. 2011. 10. 18. 입 냄새에 박치기까지, 어린 길고양이의 2단 공격 카오스 대장의 세 아이들 중 하나인 망토는 엄마쟁이 고양이입니다. 이날은 카오스 대장이 기지개를 켜느라 몸을 쭉 뻗는 사이에 망토의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방심한 엄마 얼굴을 향해 입 냄새 공격을 던집니다. 갑작스런 임 냄새 공격에 엄마가 멈칫한 사이, 이때를 놓칠 수 없다는 듯 망토는 입을 있는 힘껏 벌리고 포효하는 호랑이 표정을 지어 보입니다. 기지개를 켜다 말고 우뚝 선 카오스 대장.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망토는 시치미를 뚝 뗀 얼굴로 모른 척하다, 이 기세를 몰아 2단 공격에 들어갑니다. 엄마 얼굴에 정면으로 박치기를 하는 거죠. 망토 표정이 꼭 “헤헤, 엄마 나 잘했죠?” 하며 배실배실 웃는 듯합니다. 뿔 대신 보들보들한 털로 덮인 고양이 이마 박치기는 사실 공격보다 서로를 어루.. 2011. 10. 17. 이전 1 ··· 17 18 19 20 21 22 23 ··· 14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