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고동이의 두 번째 겨울 작년 겨울 청소년의 모습으로 나타났던 얼룩고양이, 고동이는 어느새 어른이 되었습니다. 고동이보다 좀 더 어리고 미묘였던 억울냥이 맞이하지 못한 두 번째 겨울을, 고동이는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고동이와 함께 살며시 코 인사를 건네던 억울냥은 사진 속 수줍은 모습으로만 추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동안 보던 고양이가 보이지 않으면 걱정과 불안한 예감이 오가다가, 그 시간이 길어지면 예감은 확신으로 바뀌게 됩니다. 길고양이와의 만남과 이별이라는 것이 늘 그렇게 기약없이 시작되었다가 끝나는 것이지만, 매번 겪는 일인데도, 마음은 아직 이별하는 훈련이 되지 않았나 봅니다. 하지만 남겨진 이들의 삶이 있기에, 그리고 그들의 삶은 계속될 것이기에, 슬픔은 마음에 묻어두고 다시 그들이 살아갈 시간을 기록하게 .. 2010. 12. 22. 길고양이 아줌마, 둘이라서 좋아요 노랑아줌마 혼자서 단풍 깔린 길을 걸어봅니다. 호젓하게 걷는다고 좋아하기엔 왠지 마음이 쓸쓸해지는 겨울이라 그런지, 노랑아줌마의 눈길도 자꾸만 인기척이 느껴지는 뒤쪽을 향합니다. 이럴 때는 함께 낙엽 바삭거리며 걸어주고 수다도 떨어줄 이웃이 제격이니까요. 헛헛한 노랑아줌마의 마음을 눈치챘다다는 듯, 카오스 대장냥이 슬며서 다가섭니다. 여름에 볼 때와는 달리 카오스 대장과 노랑아줌마의 얼굴에도 살집이 도톰하게 생겼습니다. 겨울 날 차비를 몸이 먼저 하는 것이겠지요. "이 아줌마가, 쑥쓰럽게 얼굴은 왜 이렇게 가까이 들이밀고 그래." "아유, 우리 사이에 내외할 거 있수. 말을 트려면 냄새는 맡아야지." 둘이 다정하게 얼굴을 갖다댑니다. 둘 다 아줌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호젓한 단풍길에 로맨스가 끼어들 일.. 2010. 12. 20. [폴라로이드 고양이] 106. 금방울을 숨긴 고양이 검은 고양이가 작심하고 눈에 불을 켜면, 고귀한 빛이 납니다. 귀금속을 어떻게 갈고 닦더라도 똑같이 흉내낼 수 없는 황금빛입니다. 금으로 공들여 세공하고, 금가루를 곱게 뿌려 빛이 반사될 때마다 다른 각도에서 광채를 내는 작은 금방울 같습니다. 눈동자에 금가루를 뿌리다 흘려, 얼굴에도 그만 금가루가 묻었습니다. 하지만 평상시에는 금빛이 눈에 띄지 않도록, 눈 속에 가만히 감추고 있습니다. 고양이는 인간의 욕심을 아니까요. 금덩이를 낳는 능력을 들킨 거위가 왜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게 되었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고양이가 눈 속의 금방울을 보여줄 때, 무심코 지나치지 마세요. 고양이가 당신에게 그걸 보여준다는 건, 그만큼 당신을 믿는다는 이야기.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 2010. 12. 19. 햇볕에 몸을 데우는 길고양이 이제 가을의 흔적은 모두 사라지고 바싹 말라버린 낙엽더미만 남아있으려니 하고 생각했지만, 12월로 접어든 요즘도 누렇게 변해버린 나뭇잎 사이로 붉은 기를 담은 단풍잎이 보입니다. 마른 단풍잎 색깔은 다 같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떤 것은 잿빛을 띤 분홍색이고, 어떤 것은 붉은색이 말라붙은 듯한 검붉은색, 어떤 것은 붉은 기를 다 토해내고 갈색으로 변해갑니다. 고양이 털옷이 저마다 다른 색을 담은 것처럼, 밀레니엄 고양이가 은신처로 삼은 이곳의 단풍잎도 고양이 옷을 닮아가나 봅니다. 아직 남아있는 붉은색의 온기만큼, 단풍잎 한 장 한 장이 핫팩이 되어서 고양이의 차가운 몸을 뜨끈뜨끈 데워주면 좋으련만 그저 부질없는 상상에 그칠 뿐입니다. 어렸을 때 배운 차가운 색, 따뜻한 색을 보면서 했던 상상 중에 '따.. 2010. 12. 16. 나츠메 우인장 10권 사은품, 야옹선생 비치볼 틈틈이 모으는 만화책 시리즈 중에 '나츠메 우인장'이 있다. 예약주문하면 야옹선생 팬시 상품을 사은품으로 보내준다고 해서 일찌감치 주문했는데 휴대폰줄, 풍경, 비치볼 등이 있다고 하더니, 비치볼이 왔다. 일본에서 잡지 연재를 할 때 제작해서 배포하고 남은 사은품을 주는 듯. 비치볼이라고 해서 수박 크기만큼 큰 줄 알았더니 그냥 오뚜기 인형 크기네. 그래도 나름 레어 아이템이라 기념으로 보관해둔다. 나츠메도 좋지만, 야옹선생도 좋아하니까. 평소 말투를 보면 뻔뻔하고 식탐 많은 아저씨 같지만, 야옹선생은 은근히 속정 깊은 고양이라서 좋다. 야옹선생이 마다라로 변했을 때의 당당하고 힘찬 모습도 멋지다. 하얀 털을 바람에 날리면서 나츠메를 태우고 하늘을 나는 마다라를 보면, 스밀라가 생각난다. 스밀라가 마다라처.. 2010. 12. 11. [폴라로이드 고양이] 105. 길고양이에게 금지된 것 고양이 작가 한 분을 만나고 돌아나서는 길에, 젖소무늬 고양이를 만났습니다. 어느 가게에선가 내놓은 사료를 맛있게 먹고 있다가, 인기척을 느끼고는 화들짝 달아납니다. 네 발 달린 동물의 빠르기를 두 발 달린 동물이 따라잡을 수는 없습니다. 실은 따라잡지 않는 게, 두근두근 떨리는 심장을 안고 달아나는 고양이에게는 더 안심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굳게 닫힌 셔터문처럼, 자신을 가둘지 모를 세상으로부터 달아나는 고양이. 길고양이는 자신에게 금지된 것이 너무나 많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뜻한 집, 맛있는 밥, 온전한 수명. 어디서 누구에게 태어났는지에 따라 그것은 온전히 고양이의 것이 되기도 하고 고양이에게 금지된 것이 되기도 합니다. 달아나는 고양이를 찍을 때면, 카메라를 든 손이 자꾸만 무거워집니다. 2010. 12. 11. 이전 1 ··· 29 30 31 32 33 34 35 ··· 14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