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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로이드 고양이] 100. 못 먹는 감, 관심없다 인간 세상에서는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는 심보 고약한 속담도 있지만, 길고양이는 푸짐하게 열린 감을 한번 돌아보지도 않고 의연하게 제 갈 길을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아니, 못 먹는 감을 왜 찔러 봐? 그냥 두지. 인간들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니까." 자기에게 필요한 먹을 것만 취할 뿐, 악의로 남을 해코지할 줄도 모르고 쓸데없이 감정과 체력을 소모하지 않는 길고양이의 지혜입니다. 구독+ 버튼으로 '길고양이 통신'을 구독해보세요~ 트위터: @catstory_kr '손가락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2010. 11. 11.
[폴라로이드 고양이] 099. 길에 남겨진 증거 시멘트 도로에 찍힌 동물의 발자국을 볼 때마다, 고양이 발자국인가 들여다보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마을이 생기고 새 도로를 깔게 되었을 때, 이 길을 밟고 지나간 것은 사람만은 아닐 것입니다. 고양이도, 강아지도, 비둘기도 이 길을 걸었겠지요. 이 길의 주인이 인간만이 아님을 보여주는 작은 증거물이, 여기 있습니다. 구독+ 버튼으로 '길고양이 통신'을 구독해보세요~ 트위터: @catstory_kr '손가락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2010. 11. 10.
길고양이가 '낮은 포복' 배우는 이유 이제는 어엿한 청소년의 모습이 된 짝짝이 양말 고양이, 짝짝이와 어린 통키가 한 조로 낮은 포복을 훈련합니다. "에이 참, 큰 길 놔두고 왜 불편한 길로 가는 거예요?" 짝짝이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입니다. 잔뜩 찌푸린 얼굴에도 짜증이 가득한 것만 같습니다. '군인도 아닌데 왜 내가 이런 훈련을 해야 하냐고요.' 억울한 통키의 눈썹이 더욱 새초롬하게 처집니다. "이런... 나는 너보다 더 따끔따끔한데도 참고 있다고. 우리가 낮은 포복을 연습하는 이유를 정말 모르겠니? 우리가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건, 덤불 아래로 다니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야. 지금은 너도 몸이 작아 아무 거리낌없이 다닐 수 있겠지만, 어른이 되어 그제야 낮은 포복을 배운다면 어디 제대로 할 수 있겠어?.. 2010. 11. 10.
[폴라로이드 고양이] 098. 뒷모습을 향한 기도 엄마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타박타박 길을 걸어갑니다. 오며가며 얼굴을 익힌 길고양이가 뒤를 돌아보며 총총히 멀어져 갈 때, 마음속으로 기도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작별인사가 되지 않기를, 내가 기억하는 그들의 마지막 모습이 되지 않기를. 2010. 11. 9.
[폴라로이드 고양이] 097. 동경하는 고양이 캣맘 한 분을 뵈러 갔다가, 아파트 앞뜰에서 가만히 베란다 안을 들여다보는 길고양이와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고층 아파트의 3분의 2 지점에 사는 저로서는 1층에서 길고양이와 마주 볼 기회가 드문 터라 눈을 떼지 못하고 쳐다보고 있었죠. 실내의 삶을 동경하는 마음이었을까요? 투명한 유리창과 베란다 창살을 사이에 두고, 뭔가 그리운 듯한 눈으로 베란다 너머를 바라보는 고양이의 눈동자에서 시선을 돌리기 어려웠습니다. 한 사람과 고양이 한 마리가 그렇게 오래 마주보며 서 있었습니다. 2010. 11. 8.
쓰레기 먹는 길고양이, 씁쓸한 마음 주말이면 개미마을로 벽화를 찍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꾸준히 만나러 가는 길고양이들이 있어 틈나는 대로 개미마을을 찾긴 하지만, 벽화가 생긴 뒤로는 사람이 붐비지 않는 평일에 들르고 있습니다. 개미마을에 벽화가 없던 시절에도 사진 찍으러 오는 이들은 드문드문 있었지만, 벽화가 생긴 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문객이 늘었습니다. 얼마 전 1박 2일에 소개된 이화동 천사날개 벽화처럼 주민들의 생활마저 곤란하게 만드는 큰 소동은 다행히 아직까진 없었던 듯하지만, 사람이 모일수록 문제도 조금씩 생겨나는 법이어서 걱정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개미마을에 들렀던 누군가가 버리고 간 패스트푸트 쓰레기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길고양이는 고소한 닭기름 냄새에 이끌려 다가왔는지 쓰레기봉투에 머리를 박고 빈 컵.. 2010. 11.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