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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노란 고양이 그림'엔 어떤 사연이? 오래 전에 알던 친구를 낯선 여행지에서 만났을 때 신기함과 기쁨은 배가 됩니다. 2008년 대학로에서 본 노란 고양이 그래피티 또마를, 올해 여름 프랑스 여행 중에 다시 만났을 때도 그렇게 반갑고 재미있었답니다. 또마를 처음 만난 것은 2008년 겨울 대학로에서였는데요, 아마 이때 작가가 한국에 와서 작업을 한 모양입니다. 작가는 얼굴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고양이 가면을 쓰는데 그 고양이 가면이 풀빵장수 아주머니의 포장마차에도 붙어있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노란 고양이 옆에 홈페이지 주소가 적혀 있어서 들어가 보고 나서, 한국 작가의 그래피티가 아니라 프랑스에서 작업 중인 작가의 작품임을 알 수 있었어요. 씨익 웃는 이빨과 부릅뜬 눈이 인상적인 노란 고양이 '또마(TTOMA)'는 프랑스 작가 Thoma.. 2010. 10. 31.
[폴라로이드 고양이] 091. 길고양이의 '마징가 귀' 등 돌리고 앉은 길고양이를 만나면, 뒤에서 살금살금 다가가 놀래켜주고 싶은 장난기가 돌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아무리 발소리를 죽이고 다가가도, 심지어 등을 돌리고 있어도 이미 알고 있어요. 뒤에서 뭔가 다가오고 있다는 걸요.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요? 고양이에겐 마징가 귀가 있거든요. "나는 네가 몰래 다가온 걸 알고 있다." 하는 듯한 준엄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는 길고양이. 통통한 엉덩이를 토닥토닥해주고 싶어요. 고양이가 마징가 귀를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입니다만, 뒤에서 어떤 소리가 들릴 때, 혹은 갑자기 놀랐을 때, 혹은 뭔가 심기가 불편할 때도 마징가 귀를 한다고 해요. 마징가 귀일 때 고양이가 가느다랗게 실눈을 뜨면, 마치 의혹에 빠진 듯한 눈빛처럼 보여서 귀여워요. 마음은 바쁘지만,.. 2010. 10. 30.
아기 길고양이, 발톱긁기 놀이는 즐거워 고양이가 나무 아래로 가까이 다가갈 때는, 두 가지 행동 중 하나를 곧 시작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즉 순식간에 나무를 타고 위로 올라가거나, 아니면 나무둥치에 발톱을 가는 일이죠. 나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간 통통이의 뒷모습을 발견하고 기대감에 부풀어 슬며시 다가가 봅니다. 두 앞발을 척 올린 채 뜸들이는 것을 보면, 오늘은 아마도 나무를 탈 것 같지는 않고, 저 자세로 한동안 신나게 발톱 긁기를 할 모양입니다. 앞발에 힘을 넣느라 S자 곡선이 된 뒷모습이 귀엽습니다. 카메라로 눈을 가리고 통통이 머리 위로 다가가 봅니다. 동물도 인간과 눈을 마주치면 '저 사람이 나를 본다'는 걸 인식합니다. 그래서 경계심이 많은 고양이에게는 일부러 눈을 마주치지 않고 딴청을 부리며 다가가기도 합니다. 몸은 다가가지만 너.. 2010. 10. 30.
[폴라로이드 고양이] 090. 길고양이 M의 고백 안녕하세요. M이라고 합니다. 사실 그게 본명은 아닙니다만, 나를 본 사람들이 가끔 나더러 M이라고 부르더군요. 오래 전 납량드라마에 나온 여주인공의 레이저 눈빛과 내 눈빛이 꼭 닮았다면서요. 내 주위에는, 나 말고도 수많은 M이 있습니다. 한낮에 우리와 마주쳤을 때 그리 부르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깊은 밤이 되고 도시의 어둠이 거리로 내려앉을 때 ... 밝은 매장에서 흘러나온 불빛에, 혹은 자동차 헤드라이트에 가끔은 우리를 사진찍기 위해 터뜨리는 카메라 플래시에 우리 눈동자가 빛을 반사하면, 그렇게 보이나 봅니다. M이 무엇인지, 텔레비전을 보지 않는 우리 길고양이들은 알 수 없지만, 그 단어를 말하는 사람들의 표정에 약간의 껄끄러움과 두려움이 담긴 것을 보면 한밤중에 만나는 우리 눈동자가 그리 달갑지.. 2010. 10. 29.
암벽 타는 길고양이, 먹먹한 뒷모습 길고양이의 나무타기는 간혹 볼 수 있지만, 도심에서 암벽등반하는 길고양이를 만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집 근처 뒷산 정도는 있어야 가능하겠죠. 길고양이 백비의 은신처 근처에도 암벽이 있습니다. 요령좋은 고양이 발로는 용케 다닐 수 있지만, 사람의 뭉툭한 발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재주가 없죠. 담벼락에 앉아있던 백비가 내려서더니, 암벽을 향해 잽싸게 몸을 날립니다. 산을 탈 때는 오르는 것보다 내려갈 때 더 조심해야 한다고 하는데, 뛰어내리는 발걸음에 거침이 없습니다. 뒷발의 곰돌이 쿠션 신발은, 이럴 때 아쉬우나마 등산화가 되어줍니다. 깎아지른 바위 계단도 성큼성큼 잘 오릅니다. 사람으로 친다면 자기 허벅지만큼 올라오는, 높이가 꽤 되는 바위지만, 거리낌이 없습니다. 어중간히 낮은 경사의 바위산보다.. 2010. 10. 29.
엄마 길고양이의 뭉클한 배려 고양이를 만나러 가면, 그네들이 뭘 하며 지내는지 가만히 앉아 바라봅니다. 사람 사는 하루하루가 특별한 일 없이 지나가듯이, 고양이의 하루도 그렇게 담담하니 지나갑니다. 하지만 조급한 마음으로 다가가서는 알아챌 수 없는 고양이의 작은 배려를, 몸짓에서 읽을 때가 있습니다. 밀레니엄 고양이 일족인 노랑아줌마와 아기 통통이가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때였습니다. 통통이가 잘 따라 오나, 못 오나...한 배에서 난 통키보다 조금은 허약한 통통이 때문에, 노랑아줌마의 표정에도 근심이 담긴 듯합니다. 통통이도 점프는 잘 할 나이인데, 오늘은 엄마 꼬리를 뛰어넘지 못합니다. 노랑아줌마는 애가 타는지 통통이를 돌아보며 부릅니다. "이 정도면 넘을 수 있겠니?" 노랑아줌마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꼬리를 들어.. 2010. 10.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