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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아기 길고양이, 발톱긁기 놀이는 즐거워

by 야옹서가 2010. 10. 30.

고양이가 나무 아래로 가까이 다가갈 때는, 두 가지 행동 중

하나를 곧 시작하겠다는 의미입니다. 즉 순식간에 나무를 타고

위로 올라가거나, 아니면 나무둥치에 발톱을 가는 일이죠.

나무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간 통통이의 뒷모습을 발견하고

기대감에 부풀어 슬며시 다가가 봅니다.


두 앞발을 척 올린 채 뜸들이는 것을 보면, 오늘은

아마도
나무를 탈 것 같지는 않고, 저 자세로 한동안

신나게 발톱 긁기를 할 모양입니다.

앞발에 힘을 넣느라 S자 곡선이 된 뒷모습이 귀엽습니다.

카메라로 눈을 가리고 통통이 머리 위로 다가가 봅니다.
 
동물도 인간과 눈을 마주치면 '저 사람이 나를 본다'는 걸

인식합니다. 그래서 경계심이 많은 고양이에게는 일부러

눈을 마주치지 않고 딴청을 부리며 다가가기도 합니다.

몸은 다가가지만 너를 보고 있지 않다는 눈속임이죠.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눈병이 좀 나아지는지, 마지막으로

보았을 땐 오른쪽 눈과 왼쪽 눈의 크기 차이가 거의 비슷해

보이던데, 그래도 이땐 눈물이 아직 고여있네요.

'음... 도망갈까 말까? 지금 한참 신난 중이었는데...'

저를 보고 잠시 망설이는 모습이, 이런 고민에 빠진 듯합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낯선 기척을 느끼자마자 도망갔을 텐데,

바로 위에서 카메라를 들고 내려다보며 찍는데도 이 정도로 

대범해진 것을 보니 통통이도 조금씩 어른이 되나 봅니다. 



그 와중에 잠시 소홀했던 불꽃아가씨, 통키는 나무 뒤에서

동그랗게 식빵을 굽고 있습니다. 한 배에서 난 통키처럼

통통이도 빨리 잔병이 낫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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