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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어머니의 길고양이 사진 선물, 뭉클해

by 야옹서가 2010. 11. 1.

감기로 며칠째 집에서 골골 하고 있는데

갑자기 어머니가 카메라를 달라고 하십니다.

점심 약속이 있는데 카메라가 필요하다고요.


소형 똑딱이 카메라를 오토 모드에 맞춰서

전해드리곤 잊고 있었는데, 저녁에 어머니가

카메라를 건네며 “오늘 길고양이 찍었다”고

환하게 웃으십니다. 그러고는, 잘 찍혔는지

궁금하다며 얼른 열어보라고 재촉하시네요. 

메모리를 확인해 보니, 근처 식당에서 나오는 잔반을
얻어먹으며 사는 듯한 길고양이 한 마리가 오두마니 
웅크린 채로 등만 보이며
돌아앉아 있습니다. 

 


얼굴이 궁금한데, 길고양이가 도망가는 바람에
얼굴까지는 찍지 못했다고 하네요. 
 


자동차 밑에 길고양이가 웅크리고 있는 사진도 있네요. 

점심 약속 있는 날 곱게 차려입고 나간 어머니가

길고양이 좋아하는 딸 보여주려고, 쭈그리고 앉아

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반가워하며
사진을 찍으셨을 그 모습을 상상하니

마음이 뭉클해졌습니다.
자동차 앞에서 저 정도의 눈높이로 사진을 찍으려면, 
얼마만큼 몸을 낮춰야 하는지 알기에...


기계에 익숙하지 않은 어머니인지라 혹시 버튼을
잘못 눌러 망가지지 않을까
걱정도 하셨지만
“떨어뜨리지만 않으면
버튼 잘못 눌렀다고 망가질 일은
절대 없다”고
설명드린 덕분에 안심하고 찍으셨대요.


고장나거나 잃어버려도 크게 아까울 물건 아니니

괜찮다고 말씀드려도 혹시 어디 놓고 올까봐,

고장낼까봐 못 쓰겠다고 망설이는 어머니...


지금 당장은 일에 매여 훌쩍 떠나지 못하지만,

언젠가 어머니를 모시고 고양이 여행을 갔으면

좋겠습니다. 혼자서 고양이를 만나러 가던 그 길에,
어머니와 함께 고양이를 찍고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도란도란 이야기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어머니 건강하실 때, 어머니와
함께 고양이 여행자가 되는 것.

저에게 또 다른 꿈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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