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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아기 길고양이, 겁을 상실한 이유

by 야옹서가 2010. 11. 2.
아직은 수줍음 많던 밀레니엄 아기 고양이 통키가

오늘은 웬일인지 성큼성큼 거침없이 다가옵니다.

저에게 뭔가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것일까요?

저도 몸을 낮추고 통키와 눈인사를 나눌 준비를 합니다.



"훗~나도 이제 다 컸다고. 사람 따윈 무섭지 않아!"

은근히 여유만만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걸 보니,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듯한데요. ( -ㅅ-)+  

지금 표정은 어쩐지 '껌 좀 많이 씹어 본 고양이' 얼굴입니다.


길고양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간에게 어느 정도는

경계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늘 생각하지만, 이렇게

고양이가 그윽하게 응시할 때는 눈길을 외면하기 힘듭니다.

그냥 가만히 바라봐 줄 수밖에요.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있는 거야?' 하면서 저도 눈빛으로

말을 건네봅니다. 사람과 고양이가 둘이 나란히 엎드려서

침묵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풍경을 멀리서 본다면 아무래도

좀 이상해 보이겠지만요.




"근데 엄마! 아직 안 갔죠? 옆에 있죠?"

저와 마주보는 시간이 길어지자, 통키의 눈빛이

슬그머니 시멘트 턱 위에 있는 엄마를 향합니다.

통키가 겁을 상실한 이유는 역시 엄마 덕분이었군요.


통통한 엄마 꼬리는 밧줄 같아서, 적이 나타나면 그 꼬리로

바닥을 탕탕 치고 위협하면서 언제든 아기를 지켜줄 것 같아요. 

그래서 통키도 마음 놓고 제게 고함을 칠 수 있는 것이랍니다.

때론 그림자처럼 뒤를 따르고, 때론 자기보다 큰 상대와도

겁먹지 않고 싸워 지키는 엄마. 그런 엄마가 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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