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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길고양이가 '낮은 포복' 배우는 이유

by 야옹서가 2010. 11. 10.

이제는 어엿한 청소년의 모습이 된 짝짝이 양말 고양이,

짝짝이와
어린 통키가 한 조로 낮은 포복을 훈련합니다.

"에이 참, 큰 길 놔두고 왜 불편한 길로 가는 거예요?"

짝짝이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입니다. 잔뜩

찌푸린 얼굴에도 짜증이 가득한 것만 같습니다.



'군인도 아닌데 왜 내가 이런 훈련을 해야 하냐고요.'

억울한 통키의 눈썹이 더욱 새초롬하게 처집니다.

"이런... 나는 너보다 더 따끔따끔한데도 참고 있다고.

우리가 낮은 포복을 연습하는 이유를 정말 모르겠니?

우리가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건,

덤불 아래로 다니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야. 지금은 너도

몸이 작아 아무 거리낌없이 다닐 수 있겠지만, 어른이 되어

그제야 낮은 포복을 배운다면 어디 제대로 할 수 있겠어?"

"아...그런 거예요?" 그제야 통키도 몸을 낮추고 적극적으로

낮은 포복 자세를 연습합니다.


"그래. 낮은 포복 말고도 나무와 하나가 되는 은신술까지

배워야 진정한 밀레니엄 고양이의 일족이라 할 수 있어."

듬직하게 시범을 보이는 짝짝이의 표정이 의연합니다.

그래도 불쑥 솟구친 꼬리를 덤불 사이로 집어넣는 건

깜빡한 모양입니다. 아직은 허술한 은신술입니다.

그러나 그건 짝짝이의 탓으로 돌릴 것만도 아닙니다. 

짝짝이에게 낮은포복과 은신술을 가르쳤던 어른들도

종종 꼬리 감추기를 잊고 저렇게 다니곤 했으니까요.


2002년 여름부터 2010년 가을까지 밀레니엄 고양이의


생로병사를 지켜보는 동안, 여러 마리 길고양이들이

이곳에서 태어나고 성장하고 조용히 사라져 갔습니다.

인간의 눈을 피해 나무덤불 사이로 몸을 낮추고 조심스레

걷던 고양이들, 꼬리는 감출 수 없어서 빼꼼 내민 그 모습,
 
나무 사이로 숨바꼭질하듯 얼굴만 내밀던 모습은 모두 

지나치는 사람의 눈에는 그저 신기하고 귀엽게 보였겠으나
.
길고양이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안전하기 위한 방편이었습니다.

인간과 함께 살기 위해,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길고양이는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생존의 기술을 연습해야 하니까요.

나무덤불 아래 숨어 눈망울을 빛내는 통키에게는

더이상 낮은 포복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생존을 위한 낮은 포복이 아니라, 그저

숨바꼭질하듯 즐거운 장난으로만 그 기술을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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