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가 '낮은 포복' 배우는 이유
2010. 11. 10. 07:27
|
세계 고양이 여행/[고양이 여행] 한국
|
짝짝이와 어린 통키가 한 조로 낮은 포복을 훈련합니다.
"에이 참, 큰 길 놔두고 왜 불편한 길로 가는 거예요?"
짝짝이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입니다. 잔뜩
찌푸린 얼굴에도 짜증이 가득한 것만 같습니다.
'군인도 아닌데 왜 내가 이런 훈련을 해야 하냐고요.'
억울한 통키의 눈썹이 더욱 새초롬하게 처집니다.
우리가 낮은 포복을 연습하는 이유를 정말 모르겠니?
우리가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건,
덤불 아래로 다니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야. 지금은 너도
몸이 작아 아무 거리낌없이 다닐 수 있겠지만, 어른이 되어
그제야 낮은 포복을 배운다면 어디 제대로 할 수 있겠어?"
낮은 포복 자세를 연습합니다.
"그래. 낮은 포복 말고도 나무와 하나가 되는 은신술까지
배워야 진정한 밀레니엄 고양이의 일족이라 할 수 있어."
듬직하게 시범을 보이는 짝짝이의 표정이 의연합니다.
그래도 불쑥 솟구친 꼬리를 덤불 사이로 집어넣는 건
깜빡한 모양입니다. 아직은 허술한 은신술입니다.
짝짝이에게 낮은포복과 은신술을 가르쳤던 어른들도
종종 꼬리 감추기를 잊고 저렇게 다니곤 했으니까요.
2002년 여름부터 2010년 가을까지 밀레니엄 고양이의
생로병사를 지켜보는 동안, 여러 마리 길고양이들이
이곳에서 태어나고 성장하고 조용히 사라져 갔습니다.
걷던 고양이들, 꼬리는 감출 수 없어서 빼꼼 내민 그 모습,
나무 사이로 숨바꼭질하듯 얼굴만 내밀던 모습은 모두
지나치는 사람의 눈에는 그저 신기하고 귀엽게 보였겠으나
.
길고양이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안전하기 위한 방편이었습니다.
인간과 함께 살기 위해,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길고양이는
누군가 시키지 않아도 생존의 기술을 연습해야 하니까요.
더이상 낮은 포복이 필요하지 않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생존을 위한 낮은 포복이 아니라, 그저
숨바꼭질하듯 즐거운 장난으로만 그 기술을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구독+ 버튼으로 '길고양이 통신'을 구독해보세요~ 트위터: @catstory_kr
'손가락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세계 고양이 여행 > [고양이 여행] 한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고양이의 밤은 노란색이다 (50) | 2010.11.17 |
---|---|
길고양이가 선물한 가을 숲 풍경 (38) | 2010.11.12 |
길고양이가 '낮은 포복' 배우는 이유 (39) | 2010.11.10 |
쓰레기 먹는 길고양이, 씁쓸한 마음 (47) | 2010.11.08 |
아기 고양이, 화장실까지 따라오면 곤란해 (33) | 2010.11.04 |
아기 길고양이, 겁을 상실한 이유 (48) | 2010.11.02 |
2010.11.10 09:23
애기들, 안녕~ 이제는 익숙한 아이들의 안부가 궁금해서라도 들르게 되네요.
동화같은 이야기지만, 막상 아이들에겐 생존을 위한 치열한 현실.. 그럼에도 아이들의 눈은 사랑스러울만큼 예쁘네요.
고양이의 눈은 정말 신비한 힘이 있는것같아요. 울집 똥냥이 눈에 정신이 팔려 아침 출근 시간 놓칠뻔했다죠ㅎㅎ
2010.11.10 15:19 신고
하루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길고양이의 삶이라 늘 조마조마하면서 들른답니다.
만나던 아이들은 잘 있을지...
2010.11.10 09:28
날씨가 가차없이 추워졌습니다. 아직 두손으로 잡으면 손에 쏙들어가버릴 것 같은 통키형제들을 보면 괜히 도움도 안되면서 제 마음이 다 급해집니다. 어서 어서 자라서 조금더 튼실하고 강해져야할텐데 말입니다.에효...통키 힘들더라도 열심히 배워야지~!!!
2010.11.10 15:19 신고
아기로만 여겼던 짝짝이도 어느새 청소년이 되었으니 통키도 금방 자랄 거예요^
2010.11.10 09:28
진짜 이 블로그로 고양이의 모습을 많이 배우고 가네요~^^ 멋집니다.
2010.11.10 15:20 신고
고양이에 대한 정보와 마음이 잘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2010.11.10 09:29
어린 녀석들의 겨울나기가 만만치 않을텐데
걱정입니다
2010.11.10 15:20 신고
네 따뜻한 겨울솜털이 슝슝 자라서 좀 포근해져야 할 텐데요..
2010.11.10 09:41
통키야 화이팅!!!
살아남기위해 배울 수 있는건 다 배워라~~이 겨울도 이겨내야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2010.11.10 15:20 신고
배울 수 있을 때 여유 있을 때 얼른 배워두는 게 좋겠죠? 통키 화이팅~
2010.11.10 09:45
덤불 속으로 나온 꼬리가 넘 귀엽게 느껴집니다
통키 소식 오랜만에 보는거 같네요^^
아침마다 요기 들러서 이뿐 냥이들 안부 묻고 갑니다~^-^
2010.11.10 15:21 신고
네 길고양이와 스밀라 이야기는 번갈아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2010.11.10 09:45
아.. 괭이들이 꼬리 바짝세우고 당당하고 여유있게 다니는 모습 보고싶어요..
2010.11.10 15:21 신고
덤불속에 숨지 않고 바깥으로 당당히 다닐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죠.
2010.11.10 09:49
얼마전에 봤던 처진눈의 그녀석인가요?ㅎ
가만보니 완전 보호색을 지닌것 같습니다..ㅎ
2010.11.10 15:22 신고
네 얼룩무늬 고양이는 은닉도 쉬워서 바깥생활에 유리하다고 하더군요.
2010.11.10 10:24
정말 순수한 숨바꼭질을 할 수있는 그날이 빨리왔음 좋겠습니다.
그러면 "꼭꼭 숨어라~꼬오랑지~보일라"하면서 즐겁게 지낼수있을텐데요..
2010.11.10 15:22 신고
집에서 하듯이 그냥 놀멘놀멘 하면서 다닐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요.
2010.11.10 10:48 신고
사람도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많은데, 역시 동물이나 사람도 마찬가지네요...
정말 생존이 아닌 마음껏 장난칠 수 있는 어린 시절을 보낼수 있는 세상이 도래하길 바랍니다.
2010.11.10 15:22 신고
어린 시절이 가장 찬란할 시간인데도 정작 즐기지 못하고 어른이 된다면 슬플 것 같아요.
2010.11.10 11:20
생존을 위한 포복이라...
보는 모습은 귀엽지만..불쌍한 내막이 있네요..
버림받는 동물없는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2010.11.10 15:23 신고
네 마냥 귀엽다고만 생각하고 잊어버리지 않도록 그들의 사연에도 귀를 기울이려고 합니다.
2010.11.10 12:02
동물들의 행동이 대부분 생존을 위한 것들이 많겠지요.
녀석,,,혹이나 주인이 있었다면 놀이로 포복을 했을 수도 있을텐데 야생의 고양이라 눈도 경계심을 풀어놓지 못하고 있는듯 합니다.
2010.11.10 15:23 신고
어쩔 수 없이 집고양이와 다른 길고양이의 생존 본능이겠지요.
2010.11.10 12:34
ㅋㅋ 귀여워요~
저게 그냥 귀여운 동작으로 남는 그날이 어서 왓으면 좋겠어요.
2010.11.10 15:23 신고
네 귀여움에 웃다가도 한편으론 마음이 싸해지는 느낌...
2010.11.10 12:59
생존이 아니라 그저 장난 놀음으로 포복을 했으면 정말 좋겠군요.
귀엽습니다.
2010.11.10 15:24 신고
네 사진을 편집하면서 집고양이였다면 지금쯤 이쁨 받으며 편하게 장난치고 놀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0.11.10 15:03
영화에서 보던 군인들의 낮은포복.
고양이처럼한다면, 정말 좋은 자세겠죠??^^
특히,
하늘로 치켜올린 꼬리는 둘이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는 것 같군요 ㅎㅎ
2010.11.10 15:24 신고
꼬리는 들키지 말아야 하는데..대부분의 고양이가 꼬리까진 신경을 안 쓰더군요.
2010.11.10 21:41
쓰다듬어주고 싶은 등짝이네요.ㅜㅜ 전 요즘 집으로 놀러오던 길냥이가 오지 않아 허전하답니다.
날씨가 추워져 그런 건지 어딘가 떠난 것인지 궁금해지는 겨울 초입입니다.
짠하면서도 귀여운 사진 잘 보고 갑니다. 감기조심하세요.^^
2010.11.11 16:07
불쑥 나온 꼬리에 저도 모르게 풋, 웃어버렸습니다만,
참...
좀 짠~ 하네요
2010.11.16 08:32
마지막 고양이의 눈빛이 너무 슬퍼 보여요. ㅠㅠ
저희 시골집 길냥이랑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엄마가 끄니를 매일 챙겨 주셔서 배는 곯지 않는데~
그래도 말라가는 것 보니까 늘 안타깝더라구요.
2010.11.16 08:33
비밀댓글입니다
2010.11.16 17:29
정말 길고양이 포비아 사람들을 보고있자면 눈물이 다 납니다.
"생존을 위한"이란말이 제일 슬프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