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웨덴 식객 고양이, 캅텐 이야기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지친 마음을 쉬러 갔던 북유럽 고양이 여행에서 만난 고양이들 중에아직 소개하지 못한 고양이 가족이 있습니다. 식객 고양이 캅텐인데요,스웨덴어로 '캡틴'을 뜻한다고 합니다. 캅텐은 집고양이가 아니지만 아저씨 댁에서 매일같이 밥을 먹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출출하면 슬그머니 현관 난간에 둔 밥을 먹고, 집고양이와 놀다가 가곤 합니다. 한국에서도 반 정착 형태로 살아가는 길고양이가있는데, 캅텐도 그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밥은 얻어먹지만, 고양이의 자존심은 버리지 않는다." 당당한 자세로 식객 고양이의 자존심을 이야기합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캅텐을 위한 밥그릇과 물그릇은 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주변이 초록 들판과 커다란 나무로 가득하고, 인.. 2010. 11. 20.
파리 팡테옹을 지키는 이집트 고양이 묘지 기행을 좋아하지만, 프랑스의 명사들이 지하에 안장된 파리의 팡테옹은 원래 방문 예정에는 없던 곳이었습니다. 그러니 이곳에서 이집트 고양이를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죠. 푸코의 진자 옆에 우뚝 서서 관람객을 맞이하는 고양이의 모습에 반가운 마음으로 다가가 봅니다. 팡테옹은 원래 성녀 주느비에브의 이름을 딴 성당이었다가, 프랑스 대혁명에 기여한 이들을 이곳에 안장하면서 현재는 프랑스 명사들의 무덤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고양이는 꽤 덩치가 커서 거의 표범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고양이들이 흔히 하는, 앞발 얌전히 모으고 꼬리를 엉덩이 옆으로 착 붙인 모범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 고양이의 목에는 영생을 상징하는 딱정벌레 문양의 목걸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지하무덤에 안장된 이들의 영생을 기원하는 의미인 .. 2010. 11. 18.
길고양이의 밤은 노란색이다 사람도 길고양이도 겨울나기는 힘들지만, 그나마 길고양이에게 겨울이 반가울 수 있다면, 저녁이 길어지기 때문일 겁니다. 사람은 아침으로 하루를 시작하지만, 야행성인 길고양이들은 저녁에 주로 활동하니, 해진 다음부터가 하루의 시작입니다. 몸집을 보니 아직 청소년 티를 벗지 못한 어린 길고양이입니다. 나트륨등 불빛을 의지해 거리로 나섭니다. 아마 오늘치 먹이를 구하러 나서는 길인가 봅니다. 햇빛은 무슨 색일까, 가끔 생각해보곤 합니다. 어렸을 때 그림으로 그려보던 햇님은 대개 노란색이나 빨간색이었습니다. 노란색은 그만큼 밝게 타오르니까, 빨간색은 태양이 뜨겁다고 하니까 나도 모르게 그렇게 크레파스를 집어들고 칠했던 게 아닐까 싶네요. 늦은 밤이 되어서야 외출하는 길고양이에게 크레파스를 쥐어준다면, 아마 길고양.. 2010. 11. 17.
[폴라로이드 고양이] 102. 눈 뜨고, 귀 열고, 말하기 눈 가리고 3년, 귀 막고 3년, 입 막고 3년. 옛날 시집살이하는 며느리가 그랬다지요? 요즘에는 그런 자세를 요구하는 집도 거의 없겠지만요. 맨 처음 저런 조각을 본 것은 한 헌책방에서였는데 그땐 원숭이 세 마리가 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답니다. 동남아 어딘가에서 만들었음직한 분위기의 조각이었죠. 몇 년의 세월이 흘러, 일본의 고양이 카페 앞에서 저 3인방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너희는 어디서 왔니? 물어보고 싶었지만, 겁에 질린 표정의 고양이 3인방은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눈 가리고 3년, 귀 막고 3년, 입 막고 3년'의 자세는 약자로 취급받는 이들, 혹은 약자의 상황에 공감하는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취하는 방어 자세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나는 아무 힘이 없는데, 눈에 보이기는 하니 마.. 2010. 11. 15.
[폴라로이드 고양이] 101. 길고양이는 왜 자꾸 납작해질까? 가끔, 납작하게 몸을 낮춘 길고양이와 마주칩니다. 나이도 어린 것으로 보아, 꼬부랑 할머니가 그렇듯 노화로 인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가끔 허리를 펴는 모습을 보이는 걸로 봐서 허리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아무런 엄폐물도 없는 거리에서 길고양이는 최대한 사람 눈에 띄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사람의 눈으로부터 빨리 벗어나기 위해서 그렇게 몸을 낮추고 잰걸음으로 이동합니다. 길고양이 몸이 자꾸만 납작해지는 건, 작고 가녀린 어깨에 얹힌 삶의 무게 때문이겠죠. 사람이든, 길고양이든 누구나 보이지 않는 그런 짐을 짊어메고 살아가지만, 길고양이에겐 유독 그 짐이 크고 무거운 것은 아닐까요. 길고양이 등짝 위로 커다란 짐보따리 하나 얹힌 것 같은 그런 모습을 만나는 날에는 언제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2010. 11. 12.
길고양이가 선물한 가을 숲 풍경 오래된 아파트에 살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비록 시설이 낡아 불편하기는 하지만, 아파트가 오래될수록 화단에 심은 나무도 함께 자라거든요. 나만의 화단은 아니어도, 봄이면 꽃이 피고 가을이면 곱게 단풍 드는 나무를 보고 있으면, 부자의 정원이 부럽지 않습니다. 이런 화단 근처에선 길고양이를 가끔 만나게 되기도 합니다. 아파트 고양이들은 장보러 갈 때 어두운 밤길에서나 가끔 마주치곤 했는데, 이날은 웬일인지 동그랗게 식빵을 굽고 있더군요. 화단은 며칠새 찬바람에 떨어진 낙엽으로 곱게 덮였습니다. 길고양이를 만나지 못했다면, 무심코 지나쳤을 낙엽길이지만, 덕분에 차분히 걸어볼 수 있게 되었네요. 미미하나마 바닥에 쌓인 낙엽으로 보온 효과가 있을 것 같아도 그것은 땅에 사는 벌레들에게나 도움이 될 뿐, 덩치가 .. 2010.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