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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에서 호랑이 발견! - 홍현숙의 `육교설치 프로젝트` [영화포털 엔키노/2000. 10] 볼일이 있어서 인사동 쪽으로 나갔다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깜짝 놀랐습니다. 예전에 낡아빠진 육교가 서 있던 자리에, 빨간 카펫이며 황토색 바탕에 검은 얼룩무늬가 있는 천을 둘러쓴 녀석이 떡 버티고 서 있었으니 말이죠. 무늬 때문인지, 마치 거대한 호랑이 한 마리가 다리를 쩍 벌리고 네거리에 우뚝 서 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처음엔 인사동도 ASEM회의 때문에 이렇게 변신한 건가? 하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살펴보니, 설치미술가 홍현숙씨의 작품이더군요. (ASEM이랑은 아무 관계도 없었습니당.^^;) 형식면에서 보았을 때에는 거대한 천과 끈을 사용해서 공공건물이나 특정 지역을 말 그대로 포장해버리는 크리스토의 작업도 연상됐습니다만, 크리스토의 작업이 심플한 선.. 2001. 1. 1.
종묘점거프로젝트에 부치는 조사 [영화포털 엔키노/2000. 9] 세상에 태어날 준비를 한지 6개월, 탄생을 알리는 울음소리 한번 내보지 못한 채 숨을 거둔 그대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그대의 어머니-페미니스트 그룹 `입김`이 그렇게도 허무하게 그대의 생명을 포기할 거였다면, 차라리 ○○화랑이나 △△아트센터처럼 그럴듯한 장소에서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편이 나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긴, 그대의 이름을 `아방궁 종묘점거 프로젝트`라 지었을 때부터 난산은 예견된 것이었지요. 5백년 조선왕조의 역대 왕과 왕후의 신위를 봉안하고 있는 종묘를 점거해서 여성의 자궁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을 듣고, 성균관 유림 할아버지들이나 이씨 종친회에서 보고만 있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그대의 죽음을 전해듣고, 전시 내용이 어떠했기에 점잖은 분들이.. 2001. 1. 1.
왜소한 육체 속의 비대한 욕망-함진 전 [영화포털 엔키노/2000. 10 .30] 시청 쪽에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지하철 통로 벽에서 이상한 물체들을 발견했습니다. 붉은 벽돌 틈새에 끼어있는 투명한 아크릴 큐브들-호기심에 눈으로 하나하나 훑어보니 한 두개가 아닙니다. 큐브 안에 들어있는 새끼손가락보다도 작은 크기의 인형들이며, 기괴한 방식으로 몸체가 짜깁기된 곤충들-아, 작가는 함진이군요. 1978년생이니 나이와 경력을 중시하는 미술판의 기준으로 본다면 아직 약병아리도 못되고, 이제 막 부화하려는 달걀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독특한 작업세계 때문에 주목받는 신진작가 중 한 사람입니다. 함진의 작업은 일단 크기 면에서 관람자의 허를 찌릅니다. 초등학교 앞에 많이 있는 100원짜리 뽑기 기계 아시죠? 원형캡슐 안에 장난감로봇이며 반.. 2000. 10. 30.
전통인형에 담긴 일본 생활사-일본인형 한국순회전 [영화포털 엔키노/2000. 9]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유형이 가지각색인 것처럼, 사람의 모습을 본뜬 인형에도 여러 부류가 있습니다. 아마도 인형 안에 어떤 생각을 담으려고 했는지에 따라 그 인상이 달라지지 않나 생각됩니다만......완구점에서 흔히 보는 바비인형류는 `쭉쭉빵빵해야 진짜 여자`라는 메시지가 노골적으로 담겨있어 짜증스럽지만, 살다보면 때로는 가슴 설레게 하는 인형들도 만나게 됩니다. 제 경우에는 에 등장하는 죽음과 재생의 이미지가 담긴 인형극 장면이라던가, 인형 애니메이션인 속의 마네킹 가족을 볼 때가 그런 때였지요. 처음 일본인형 전시회에 대한 안내메일을 받고 나서 꼭 가보리라 마음먹은 건, 제가 좋아하게 될지도 모를 또 하나의 인형을 만나러 간다는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전시장소인 .. 2000. 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