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밀라 없다 새로 가방을 꺼내놓으면 바로 탐색에 들어가는 스밀라,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았더니 가방 안에 쏙 들어가 머리만 살금살금 내놓습니다. 고양이는 역시 숨바꼭질의 달인입니다. "스밀라 없~다" 한쪽 눈만 내놓고 까꿍놀이를 선보이는 스밀라입니다. 스밀라와 같은 크기가 되어서 가방 속에 쏙 들어가보고 싶은, 그런 날입니다. 2011. 4. 11. 먼 길을 가는 고양이처럼 어제부터 목이 칼칼하더니, 오늘 내내 열이 끓고 기침이 멎지 않는다. 몸살기까지 있는데 내일 제주도 출장이 잡혀 있어서 걱정이다. 출장 중에 아프기 시작한 게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지만 먼 길을 가야할 때 전조도 없이 갑자기 아파버리면 막막한 기분이 든다. 누구든 대신 아파줄 수 없는 일이고, 대신 가줄 수 없는 길이니 참고 걸을 뿐. 2011. 4. 3. 낭만고양이페스티벌과 '작업실의 고양이' 참여행사 안내 3월 11일부터 한 달간 열리고 있는 낭만고양이페스티벌 행사에서는 (아트북스)에 수록된 15분 작가 중 14분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산토리니서울 1, 2관) 산토리니서울 3관에서는 15분 작가의 작업실 풍경과, 그분들이 교감해 온 고양이들 사진을 볼 수 있고요. 전시회는 4월 10일(일)까지 오전 10시~오후 10시 관람가능하며 전시 마지막 날인 11일(월)은 오후 6시부터 작품을 철수하니 여유롭게 보시려면 마지막 날은 오후 4시 전까지는 전시장에 도착하셔야 할 듯합니다. '작업실의 고양이' 출간기념전 외에도, 산토리니서울에서 준비한 부대행사가 함께 열립니다. 매주 토요일 정오~오후 8시까지 한국고양이보호협회의 '길고양이 후원벼룩시장'이, 매주 일요일 오후 1시~3시에 고양이 페이스페인팅 행사가.. 2011. 4. 2. 봄이 오는 길목을 지키는 고양이 아침 햇빛을 머금은 베란다는 이제 온실처럼 따뜻합니다. 스밀라도 분리수거함 위에 올라와 일광욕을 즐깁니다. 그런 스밀라의 동그란 뒷모습을 지켜보는 것 또한 저의 즐거움입니다. 야채값이 올라, 먹고 남은 파뿌리를 물에 담아 키웠더니 쑥쑥 자랍니다. 이렇게 키운 파를 움파라고 하던데, 파가 여리고 부드러워 먹기에도 좋습니다. 단, 고양이는 먹으면 곤란하고요. 스밀라도 구경만 한답니다. '음...저런 걸 그림의 떡이라고 하던가...' 스밀라가 가만히 앉아 생각할 때면 동그란 짱구 이마가 돋보입니다. 먹으면 안된다는 걸 아는지 입질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호기심에 냄새는 맡아보는 스밀라입니다. 아마 파 특유의 매운 냄새가 나겠지요? 못 먹는 파 찔러나 본 다음, 스밀라는 다시 햇빛받기 놀이에 집중합니다. 그런 .. 2011. 4. 1. "도망가기도 지친다" 늙은 길고양이의 속마음 두리번거리며 길을 걷다 보면 묘하게 신경 쓰이는 곳, 그곳에 대개 길고양이가 있습니다. 자기 몸이 낙엽색과 비슷하다는 걸 알고 있는지, 주변에 몸을 가릴 아무 것도 없는데도 노랑둥이 길고양이는 무심히 낙엽더미 위에 누워 잠을 청합니다. 완벽한 보호색입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흘끔 고개 들어 이쪽을 봅니다. 어쩐지 너덜너덜한 느낌이 드는 귀는 꼭 오래 모자를 쓰고 있다가 벗어서 눌린 머리카락처럼 납작하게 머리를 덮고 있습니다. 두 볼이 두툼한 것을 보니 이 지역의 대장냥이로 오래 살아온 녀석입니다. 오랜 길 생활에 익숙해진 길고양이 특유의, 관록이 느껴지는 얼굴입니다. 콧잔등에 난 자잘한 상처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네 길고양이와 앞발 훅을 주고받은 전적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기력이 달려 패배하기라도 .. 2011. 3. 31. 고마운 길고양이 은신처 인간세계에서는 그저 버려진 문짝에 지나지 않을 물건이, 길고양이 세계에서는 고마운 보호벽이 됩니다. 우리가 모르는 시간, 버려진 합판이 쌓인 고양이들의 뒷골목에서는 길고양이의 삶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앞뒤로 짝짝이 흰양말을 신은 길고양이 '짝짝이'도 버려진 문짝 뒤 은신처에서 가만히 휴식을 취합니다. 밀레니엄 고양이 일족이 번갈아가며 휴식을 취하는 쉼터입니다. 금세 몸을 숨길 수도 있고 반대편 구멍으로 달아날 수도 있어서 고양이들이 좋아합니다. 버려진 신문지 두루마리는 이미 나달나달해졌지만, 그래도 차가운 쇠파이프의 냉기를 막아주는 용도로는 아직까지 유용합니다. 앞발을 곱게 모으고, 아직 남은 꽃샘추위를 몰아내보는 노랑아줌마입니다. 유독 길었던 올 겨울, 노랑아줌마도 살짝 감기에 걸렸다가 다행히도 회복을.. 2011. 3. 30. 이전 1 ··· 55 56 57 58 59 60 61 ··· 30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