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창밖을 구경하는 개 어느 2층집 창문에 염색한 머리를 산발한 사람이 언뜻 보이길래 무심코 고개를 돌렸는데, 자세히 보니 사람이 아니라 개였습니다-_-; 아마도 요크셔테리어인 듯합니다. 산책이 하고 싶어 창밖으로 고개를 쭉 내밀었나 봅니다. 보통 이 시간대에 창문으로 얼굴을 내미는 사람은 아주머니일 확률이 높은데, 개라니 좀 뜬금없게 느껴집니다. 털에 눈이 가려 그런지 어째 좀 맥이 없어 보이네요. 짖지도 않고 소리없이 응시하는 개의 까만 눈동자가 "나 좀 산책시켜 줘~"하고 묵묵히 요청하는 듯했습니다. 개는 창문 밖으로 머리를 쏙 내밀고 바람에 팔락거리는 옆집 빨래를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개를 키워본 것은 초등학생 시절의 일이라 잘 기억나지 않지만 산책이라도 가면 무척 좋아했던 것은 기억나는데, 무척 심심해 보였습니다. 아.. 2010. 5. 14. 전봇대 타는 고양이, 깜짝 놀랐어요 길을 걷다 고양이의 절묘한 묘기를 우연히 순간포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봇대 타는 고양이를 만난 날도 그랬습니다. 언제 길고양이를 만날 지 모르기에 늘 카메라를 대기 상태로 두고 다니는데, 전봇대 근처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던 삼색고양이 한 마리와 마주쳤습니다. 고양이는 몹시 무료한 듯, 전봇대를 스크래처 삼아 앞발을 박박 긁고 있더군요. 묶여있고 조그만 물그릇도 놓여있는 걸로 보아 반려인이 있는 고양이 같았습니다. '그래, 심심할 텐데 손톱갈이라도 해야 시간이 잘 가겠지...'하고 생각하면서, 만난 기념으로 사진이나 한 장 찍자 하고 카메라를 들었는데, 순식간에 고양이가 용수철처럼 튀어올랐습니다.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전봇대 기둥뿌리며 전체 상황을 제대로 찍을 겨를도 없었습니다. '나 좀.. 2010. 5. 14. 원형탈모증 걸린 고양이, 속상해 예전에 스밀라의 목 주변 털이 한 차례 빠지면서 마음고생을 했는데, 이번에는 원형탈모증이 생겼네요. 그땐 털 빠진 자리의 피부색이 거뭇거뭇해져서 기분이 영 찜찜했는데, 곰팡이성 피부병인가 해서 배양검사까지 해보았지만 그건 아니라고 해서, 일단 데리고 돌아와서 주의깊게 지켜보았는데 털갈이 하느라 그랬는지 다행히도 요즘은 다시 두툼한 털 목도리가 자라나는 중이었어요. 이렇게 볼 때는 별 이상이 없는 거 같은데...아침에 물을 먹이면서 무심코 눈두덩을 보니, 이상하게 허전한 느낌이 드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이렇게 조그만 땜빵이 생겼네요. 사람으로 치면 원형탈모증이 아닌가 싶은데...피부색도 그냥 분홍색이고 별다른 상처는 없습니다. 보통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원형탈모증이 생긴다고 하는.. 2010. 5. 13. 개와 맞장 뜬 골목대장 길고양이 골목을 걷고 있는데, 어디선가 개 소리가 들려옵니다. 어쩐지 울분에 찬 듯 다급한 목소리여서, 호기심이 생겨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다가가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닭 쫓던 개처럼 저렇게 망연자실 먼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개의 시선이 가 닿은 곳에는 길고양이 한 마리가 무심히 앉아서 딴청을 부리고 있습니다. "훗, 짖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냥~" "헉! 고양이에게 완전 무시당했네. 이거 '개무시' 맞지? 저 녀석 오늘 좀 손봐주면 안되겠니?" 어이가 없고 화도 났는지, 개가 억울한 눈으로 돌아보며 묻는 듯합니다. 사람이 제 편을 들어줄 거라고 믿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같은 동네 사는 처지에 사이좋게 지내라'고 타이르니, 말을 알아들었는지 아니면 제풀에 지쳤는지, 개는 그만 제 집으로 맥없이 들어가버립.. 2010. 5. 13. [촬영후기] 고양이 마음 담긴 한 장의 사진 촐랑촐랑, 두근두근. 둘 다 새끼인데, 둘의 심리상태는 사뭇 다르다. 아기 길고양이들의 까꿍놀이를 찍었던 날, 이 컷 외에도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그중에서도 이 사진은 두 길고양이의 상반된 마음이 대조를 이뤄서 좋았다. 유독 내 마음에 남는 사진은 그저 귀엽고 예쁜 모습을 포착한 사진이 아니라, 그 순간 그들이 느낀 감정을 적확하게 보여주는 사진이다. 고양이의 외모만을 담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마음을 찍고 싶다. 길고양이가 속마음을 감추지 않게, 나를 바람이나 햇살처럼 대할 수 있게, 내가 고양이에게 편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인간의 기준을 내세워 그들의 삶에 섣불리 개입하지 않기, 적당한 선의 안전거리 두기. 고양이가 내게 보이는 경계심만큼, 나도 그들의 .. 2010. 5. 12. 아기 길고양이들의 까꿍놀이 오래된 슬레이트 지붕 밑 빈 공간에서 놀던 아기 길고양이와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눈동자가 예쁜 호박색입니다. 갑작스런 방문에 화들짝 놀란 아기 길고양이는, 얼른 건너편 지붕으로 달아납니다. "노랑이 없~다!" 대담한 건지, 숨는 게 서투른 건지, 지붕 밑에 얼굴만 쏙 감추고 자기는 없답니다. "응? 아직 안 갔냥?" 나 없다고 하면 시시해서 가버릴 줄 알았는데, 머리 위 인간은 엉덩이가 무겁게도 버티고 있습니다. "뭐 재미있는 거라도...헉! 인간이닷!" 얼룩무늬 아기고양이가 조심스레 얼굴을 내밀다가 눈치만 보고 잽싸게 머리를 집어넣습니다. 노랑이는 제가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안심했는지, 이제 여유만만한 얼굴이 되어 지붕 모서리에 입술을 비비고 있습니다. 노랑이가 해맑은 눈으로 저를.. 2010. 5. 12. 이전 1 ··· 124 125 126 127 128 129 130 ··· 30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