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타기의 달인, 길고양이 도시에서 마주치는 동물 중에서, 고양이처럼 담타기를 능수능란하게 해내는 동물이 또 있을까요? 열대지방에 사는 '도마뱀붙이'는 발바닥에 난 미세한 털과 벽면이 서로 맞붙을 때 생기는 '반데르발스의 힘'을 이용해서 담벼락은 물론 천장에 거꾸로 매달려서도 척척 다닌다고 합니다만, 고양이 발바닥은 딱히 그런 묘한 털이 난 것 같지 않고, 매끈매끈하기만 하니...게다가 장모종의 발바닥 털은 오히려 착지 실패를 유도할 만큼 미끄덩거리게 만들죠. 그러니 길고양이 담타기 능력의 비밀은 역시 처음 뛰어오를 때의 도약력과, 억센 발톱이 고리 역할을 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90도의 수직 담도 평지를 딛듯 거침없이 올라갑니다. 누군가에게는 허물어져 가는 담벼락이지만, 이제 이곳은 길고양이만의 전망대가 되지요. .. 2010. 10. 22. 고양이 입 속에 장미꽃잎 있다 고양이가 입 속에 장미꽃잎을 물고 있는 거, 아세요? 평소엔 사람들이 뺏아갈세라 꼭꼭 숨겨 보이지 않아요. 고양이가 세수를 하느라 혀를 길게 내밀 때만, 수줍게 세상으로 얼굴을 내미는 그런 장미꽃잎이거든요. 고양이는 한가로울 때 장미꽃잎으로 몸을 닦아요. 사람들이 키우는 장미는 줄기에 가시를 품었지만 고양이의 장미는 꽃잎에 가시를 품고 있어요. 그 가시는 날카롭지 않고 까끌까끌하기만 해서, 길고양이의 묵은 때를 이태리타올처럼 시원히 벗겨줘요. 향기는 없지만 고양이에겐 참 고마운 장미꽃잎이에요. 누구에게나 장미꽃 한 송이쯤 마음속에 있는 거잖아요. 길고양이도 그래요. 고양이가 입 속에 품은 장미꽃잎을 마음의 눈으로 봐줄 사람, 길다란 고양이 혓바닥을, 까실까실한 그 감촉을 징그럽다 않고 사랑스럽게 봐줄 사.. 2010. 10. 22. [폴라로이드 고양이] 085. 스타 의식 못 알아듣는 것 같지만, 고양이는 누군가 지켜봐주고 예쁘다, 예쁘다 추켜주면 우쭐해진답니다. 그런 고양이들의 '스타 의식'이 엉뚱하면서도 사랑스러워서 분위기를 맞춰주곤 해요. 그럼 저기 멀찍이 앉은 젖소무늬 고양이는 팬클럽? 구독+ 버튼으로 '길고양이 통신'을 구독해보세요~ 트위터: @catstory_kr ↓ '손가락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2010. 10. 21. 아기 길고양이의 '식빵 굽는 시간' 아기 길고양이가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느낄 때가 있습니다.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혼자 식빵을 구울 때입니다. 가만히 식빵을 굽는다는 건,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았다는 것. 작은 흔들림에도 깜짝 놀라고 도망부터 먼저 가는 겁많은 아기 고양이에서, 도망가야 할 때와 있어야 할 때를 아는 청소년 고양이로 자라나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질풍노도의 시기, 아기 고양이에게는 통통 튀듯이 걷는 모습을 본딴 '용수철의 시기'가 지나고 고요한 식빵 굽는 시간이 찾아온 것입니다. 몸이 자라는 신호는 육안으로도 쉽게 느낄 수 있지만, 마음이 자라는 신호는 가만히 앉아서 바라보아야만 읽을 수 있습니다. 아기 길고양이들의 식빵 굽는 시간도 그렇습니다. 적절한 분위기, 적절한 온도에서만 식빵은 동그랗고 예쁘게 .. 2010. 10. 21. [폴라로이드 고양이] 083. 찹쌀떡 당신 한때 이라는 시집이 널리 회자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네 발에 찹쌀떡 한 개씩 쥔 것도 모자라 얼굴에 꼬마 찹쌀떡 세 알을 올망졸망 붙여놓은 '찹쌀떡 당신'보다 내 마음을 사로잡는 고양이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나는 찹쌀떡이 붙지 않게 당신의 몸에 발린 밀가루가 되겠습니다. 구독+ 버튼으로 '길고양이 통신'을 구독해보세요~ 트위터: @catstory_kr ↓ '손가락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2010. 10. 20. "엄마 사랑해!" 아기 길고양이의 애정공세 고양이만큼 인사를 좋아하는 동물이 있을까요? 서로 코를 맞대고 입을 부비며 안부 인사를 하는 건 고양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랍니다. 노랑아줌마를 발견한 아기 길고양이 통키가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코를 내밀어 고양이 인사를 합니다. 기분이 좋아서, 가느다란 꼬리도 하늘로 휭휭 날아갈 것 같아요. 행복한 순간을 오래 간직하려는 듯 지그시 눈 감아봅니다. 고양이 인사를 마친 고양이가 그윽하게 눈 감을 때가 참 사랑스러워요. 세상 모든 고양이들이 이 순간만큼은 배고픔도 근심도 다 내려놓고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겨우 노랑아줌마 턱까지 올라올까 말까 한 통키. 아직은 엄마의 그늘이 더 필요한 시절이예요. 이름처럼 용감무쌍한 고양이가 되려면 한참 더 자라야 하겠네요. 저만치 뛰어갔다가도 엄마 그늘로 다시 돌아와 부비.. 2010. 10. 20. 이전 1 2 3 4 5 6 7 8 ··· 6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