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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 머리에 흰 수건을 두른 식당 아주머니가 가게 밖으로 나와 서성거리다 이쪽을 본다. 피곤을 못이겨 잠깐 바람을 쐬러 나온 것일까. 아주머니의 시선이 손님 없는 골목을 빙 돌다가, 골목 어귀에 앉은 고양이에게 내려앉는다. 아주머니의 얼굴이 고양이를 향할 때, 고양이도 고개를 들어 아주머니를 바라본다. 둘의 시선이 텅빈 골목길 한가운데서 툭, 하고 부딪친다. 고양이의 앞모습은 순식간에 마음을 홀리지만, 뒷모습은 오래도록 상상하게 만든다. 황토색 고양이는 뭔가 결심한 듯 꼬리를 쳐들고 성큼성큼 걸어 아주머니 쪽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그 풍경 속에 포함되지 않은 나는, 사진의 귀퉁이에 그림자처럼 서서 그들의 만남을 기록한다. 2008. 1. 31.
고개를 숙이고 걷는 고양이 갤러리 잔다리로 가는 길에 고양이를 만났다. 고양이는 고개를 숙이고, 평균대처럼 도드라진 길의 경계선을 따라 걷는다. 아무 생각도 없는 것처럼 느릿느릿 걷던 녀석은, 제 뒤를 쫓는 인간의 기척을 느끼고는 발걸음이 빨라졌다. 뛰지는 않지만, 초점을 맞추며 따라 걷기에는 버거운 속도다. 꼬리 짧은 고양이는 어쩐지 쓸쓸해 보인다. 깃발을 빼앗긴 패잔병 같다. 의기양양해서 꼬리를 잔뜩 치켜세울 일이 있어도, 전투 자세로 들어가 상대방을 위협해야 할 때도, 저렇게 짧은 꼬리로는 영 폼이 나지 않는 것이다. 짧은 꼬리 고양이를 볼 때마다, 먼지떨이처럼 길고 풍성한 스밀라의 꼬리를 생각한다. 기분이 좋을 때면 스밀라는 무슨 의식이라도 거행하듯이 꼬리를 바짝 치켜들고 거실을 사뿐사뿐 행진한다. 내가 퇴근해서 집에 오면.. 2008. 1. 22.
갈 길이 멀다 2008. 1. 13.
스밀라 스밀라의 불만스런 표정이 마음에 든다.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아이 같아서. 2008. 1. 11.
<기묘(己猫)한 이야기>전 누구에게나 마찬가지겠지만, 가장 소중한 건 ‘대체할 수 없는 어떤 것’이다. 내게는 길고양이 사진이 그랬다. 비슷한 골목, 닮은 고양이를 찍을 수는 있겠지만, 길고양이를 찍으러 다녔던 그때 그 순간은 이미 사라지고 없다. 시간이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 것처럼, 길고양이 역시 그곳에 머물러 있지 않다. 사진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대학에 다닐 무렵 니콘(FM2)을 장만한 것도, 포트폴리오용 슬라이드 사진을 찍으려면 수동카메라가 필요해서였을 뿐이다. 한데 2001년 2월, 밥벌이와는 도무지 상관없는 전공으로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니, 학원 강사 아니면 아르바이트밖에 할 일이 없었다. 취직이 안 되는 것보다, 내가 소중히 여겼던 일이 정작 세상에서는 쓸모 없는 짓으로 치부되는 게 괴로.. 2007. 12. 12.
복고양이의 고향, 고토쿠지 일본 복고양이의 발상지인 고토쿠지(豪德寺). 책을 쓰면서 복고양이의 유래를 조사하다가 한번쯤 가보고 싶단 생각을 했었다. 고양이를 모시는 절이라 그런지 탑에도, 절 안에도 온통 고양이. 이런 녀석들이 잔뜩 있는 곳이다. 고토쿠지 입구. 입구 쪽에 거대한 향로 같은 것이 있고, 왼편으로 목탑이 있는데 조그만 고양이 목조각이 장식되어 있다. 입구 근처에서 취미 사진가인 듯한 할아버지를 만났는데, 다짜고자 말을 걸어오셔서;;; 다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고양이 조각에 대한 설명을 하시는 듯했다. 300mm 렌즈로 찍은 거라면서 고양이 조각 클로즈업 사진을 보여주셨는데, 설명을 못 들었으면 그런 조각이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나칠 정도로 작았다. 할아버지의 설명을 듣고 멈춰 서서 찍어본 고양이 조각들. 1층 한가운.. 2007. 1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