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넙적한 길고양이 얼굴, 볼수록 매력 조금은 험상궂은 외모에, 두툼한 살집까지 두목의 포스를 풍기는 길고양이. 저는 두목냥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한 지역을 오랫동안 차지하고 살며 터줏대감 노릇을 해온 고양이에게는 어울리는 별명이라 생각해요. 보통 고양이는 얼굴이 역삼각형을 기본으로 양 볼에 살이 붙은 모습이지만, 두목냥은 고양이과 동물의 얼굴 윤곽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둥글둥글한 얼굴이 되었습니다. 제게 눈을 살짝 찌푸려주며 "얼른 가라!" 하고 엄포를 놓지만 제 눈에는 귀엽기만 한데요. 그래도 저보다 더 어른(고양이 나이를 환산하면 장년층으로 추정)이니 마냥 귀여워할 수만도 없겠네요. 아저씨의 자존심이 있으니까요. 두목냥의 둥그런 얼굴은 정면에서 보았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답니다. 완전히 동그란 모습이면 앳된 느낌이 들지만, 아래위로 슬.. 2010. 5. 28. 길고양이를 위한 '특별한 찻집'의 사연 배고픈 길고양이들이 찾아왔을 때 바로 확인해 대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막연히 상상했던 길고양이 전용 인식장치를 실제로 운용 중인 찻집이 있어서, 찾아가 보았습니다. 아담한 찻집 안에 들어서면, 꽤 큼직한 우체국 택배상자가 바닥에 놓여있습니다. 가게 입구에 웬 택배 상자인가 싶어 고개를 숙이고 들여다보면, 삼색고양이 한 마리가 단잠을 자고 있습니다. 찻집 앞에 상주하던 이 길고양이는 인근 식당에 출몰하는 쥐를 모조리 잡아주어 이웃 주민에게 두루 사랑을 받았답니다. 그러나 크게 앓아 동물병원 신세를 진 뒤로 그냥 거리에 놔둘 수 없어서, 찻집을 운영하던 사장님은 아예 가게 한켠에 보금자리를 내주었다고 합니다. 같이 놀아주면 좋으련만, 한참 낮잠 잘 시간이라 그런지 고양이는 그저 눈만 꿈뻑할 뿐 상자.. 2010. 5. 27. 내겐 가장 아름다운 피사체, 길고양이 옥상 물탱크 밑 그늘진 자리에 길고양이 한 마리가 고단한 몸을 누입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제게 아무런 의미 없는 시멘트 벽이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가 이 자리를 쉼터로 선택한 순간, 제 눈 앞에는 커다란 캔버스 하나가 놓입니다. 손톱만 한 카메라 뷰파인더를 통해 고양이가 있는 풍경을 이리저리 담다 보면, 어느새 여러 장의 그림이 머릿속에 펼쳐집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오랫동안 그림을 놓았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사진을 찍으면서도 머리 속으로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가늠선을 그려 풍경을 자르고, 상상 속의 캔버스를 가로로 눕혔다가 다시 세워서 그려보기도 합니다. 어떤 사진에서는 빛을 염두에 두고, 어떤 사진에선 색의 안배를 중시하고, 어떤 사진에서는 기하학적인 구도.. 2010. 5. 26. 길고양이가 즐기는 '밤바카 놀이' '밤바카' 기억하세요? 놀이공원에 하나쯤 있던 자동차 모양 놀이기구인데, 안전장치가 된 장난감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다른 사람의 차에 제 차를 쿵쿵 부딪치며 놀던 놀이기구입니다. 정식 호칭은 범퍼카가 맞겠지만 역시 밤바카라고 불러야 제맛입니다. 자장면 하면 왠지 어색해서, 꼭 짜장면이라고 해야 맛이 나는 것처럼. 그런데 고양이 세계에도 그런 밤바카 놀이가 있습니다. 물론 고양이가 자동차를 타고 노는 건 아니고 소처럼 제 머리로 상대방을 들이받는 거지만, 장난스런 기분은 밤바카 놀이를 할 때와 다를 바 없습니다. 소가 공격의 뜻으로 머리를 들이받는 것과 달리, 고양이들의 밤바카 놀이는 친밀감을 표현하는 수단입니다. 그런데 이 놀이도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의 선은 지켜줘야 하는데, 아직 어린 고양이는.. 2010. 5. 26. 싱겁게 끝난 한낮의 길고양이 미행 가파른 계단 길을 길고양이 한 마리가 내달립니다. 어렸을 적 빨리 계단을 내려가고 싶어, 두 계단씩 쿵쿵 뛰어내리던 기억이 납니다. 그땐 두 계단도 뛰어내리기 벅찼는데, 고양이는 제 키만큼 높은 계단을 잘도 쏜살같이 뛰어내려가, 왼쪽 골목으로 꺾어듭니다. 고양이는 꼭 달아날 때 뒤를 한번씩 돌아봅니다. 확실하게 내뺄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도, 안전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앞서는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앞으로 체력을 적당히 안배해서 달아날 힘을 비축해두고 싶은 것일 수도 있지요. 미행자가 빠른 걸음이라면 전력질주로 그 자리를 피해야 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다음을 위해 힘을 남겨놓아야 하니까요. 길고양이의 목적지는 어디였을까. 어쩌면 인간이 없는 세상인지도 모릅니다. 턱없이 느려터진 인간의 추격.. 2010. 5. 25. 길고양이가 무서운 분께 띄우는 편지 대부분의 길고양이는 사람을 보면 피합니다. 그것이 생존본능이고, 학습에서 우러난 삶의 지혜이지요. 인간의 발치께에 간신히 오는 작은 키로, 저만치 높은 곳에 우뚝 선 인간을 두려운 눈으로 올려다 봅니다. 자세히 시간을 들여 그들의 눈을 마주보지 않으면, 그 눈빛의 의미를 오해하기 쉽습니다. '고양이는 인간을 싫어해'라거나, 심지어 '저건 나를 공격하려고 노리는 거야'로... 고양이를 보는 사람의 상황이나 심리에 따라 그 눈빛도 해석되기 나름인 듯합니다. 그런데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고양이를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마음이 있는 한 어떻게 설명해도, 그런 마음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돌이켜보면 제 주변에서도 비둘기를 무서워하는 사람, 개가 무서운 사람, 심지어 달팽이를 무서워하는.. 2010. 5. 25. 이전 1 ··· 31 32 33 34 35 36 37 ··· 9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