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길고양이의 '식빵 굽는 시간' 아기 길고양이가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느낄 때가 있습니다.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혼자 식빵을 구울 때입니다. 가만히 식빵을 굽는다는 건,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았다는 것. 작은 흔들림에도 깜짝 놀라고 도망부터 먼저 가는 겁많은 아기 고양이에서, 도망가야 할 때와 있어야 할 때를 아는 청소년 고양이로 자라나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질풍노도의 시기, 아기 고양이에게는 통통 튀듯이 걷는 모습을 본딴 '용수철의 시기'가 지나고 고요한 식빵 굽는 시간이 찾아온 것입니다. 몸이 자라는 신호는 육안으로도 쉽게 느낄 수 있지만, 마음이 자라는 신호는 가만히 앉아서 바라보아야만 읽을 수 있습니다. 아기 길고양이들의 식빵 굽는 시간도 그렇습니다. 적절한 분위기, 적절한 온도에서만 식빵은 동그랗고 예쁘게 .. 2010. 10. 21. [폴라로이드 고양이] 083. 찹쌀떡 당신 한때 이라는 시집이 널리 회자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네 발에 찹쌀떡 한 개씩 쥔 것도 모자라 얼굴에 꼬마 찹쌀떡 세 알을 올망졸망 붙여놓은 '찹쌀떡 당신'보다 내 마음을 사로잡는 고양이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나는 찹쌀떡이 붙지 않게 당신의 몸에 발린 밀가루가 되겠습니다. 구독+ 버튼으로 '길고양이 통신'을 구독해보세요~ 트위터: @catstory_kr ↓ '손가락 버튼'을 눌러 추천해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2010. 10. 20. "엄마 사랑해!" 아기 길고양이의 애정공세 고양이만큼 인사를 좋아하는 동물이 있을까요? 서로 코를 맞대고 입을 부비며 안부 인사를 하는 건 고양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랍니다. 노랑아줌마를 발견한 아기 길고양이 통키가 성큼성큼 걸어오더니, 코를 내밀어 고양이 인사를 합니다. 기분이 좋아서, 가느다란 꼬리도 하늘로 휭휭 날아갈 것 같아요. 행복한 순간을 오래 간직하려는 듯 지그시 눈 감아봅니다. 고양이 인사를 마친 고양이가 그윽하게 눈 감을 때가 참 사랑스러워요. 세상 모든 고양이들이 이 순간만큼은 배고픔도 근심도 다 내려놓고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겨우 노랑아줌마 턱까지 올라올까 말까 한 통키. 아직은 엄마의 그늘이 더 필요한 시절이예요. 이름처럼 용감무쌍한 고양이가 되려면 한참 더 자라야 하겠네요. 저만치 뛰어갔다가도 엄마 그늘로 다시 돌아와 부비.. 2010. 10. 20. 길고양이의 '재활용 낙엽 방석' 자연은 말없이 계절의 변화를 전합니다. 낙엽이 지는 것도, 혹한기를 날 수 없는 나무가 불필요한 짐을 최대한 버리고 살아남기 위해서입니다. 자연이 버리고 간 것도, 길고양이는 알뜰히 재활용합니다. 뭐든 깔고 앉기 좋아하는 고양이에게 엉덩이가 따끔따끔한 돌바닥보다는, 낙엽으로 된 방석처럼 뭔가 중간에 완충 장치가 있어야 편할 테니까요. 그러고 보면 길고양이는 재활용의 명수인가 봅니다. 개미마을 꼬리와 셤이 가족을 만나러 가던 도중 고양이가 보여 잠시 멈춰 선 길에, 덤처럼 만난 턱시도 고양이 백비입니다. 아직은 단풍철이 아니어서, 낙엽의 비중보다 나뭇가지의 비중이 더 많은 탓에 엉덩이가 살짝 배길 것 같지만, 개의치 않고 자신만의 은신처를 만들었습니다. 턱시도 고양이는 얼굴의 까만 털이 어디까지 내려오는지.. 2010. 10. 20. "허름해도 고마워" 길고양이 천막집 사람들이 긴팔옷을 꺼내 입는 계절, 길고양이들도 겨울을 준비합니다. 겨울 털이 좀 더 촘촘하게 나기는 하지만, 부쩍 차가워진 가을바람은 털 사이로 사정없이 비집고 들어옵니다. 이런 날이면 허술한 천막집의 존재도 고맙게만 느껴집니다. 여름에는 햇빛 가리개가 되어주던 천막은, 겨울의 매서운 바람을 막아줄 테니까요. 오늘은 밀레니엄 고양이 일족인 짝짝이가 천막집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바로 옆 컨테이너 가건물의 단열재로 쓰는 스티로폼은, 길고양이에게도 한 조각 따스함을 전해줍니다. 이 위에 있는 한, 발이 시려울 일은 없습니다. 고개를 수그린 채 멀찍이 떨어져 앉아 저를 올려다보는 것으로 의심스러운 마음을 표시하던 짝짝이는 일단 경계를 풀기로 한 모양입니다. 짝짝이는 이대로 앉을까 말까, 도망갈까 말까 하다가.. 2010. 10. 19. 통통해서 슬픈 길고양이의 줄행랑 몇 미터 앞에서 저를 발견한 길고양이, 순간 몸을 움칫하더니 도망갈 구멍을 찾습니다. 아무래도 처음 본 낯선 사람에게 경계심부터 들었던 모양입니다. 한데 통통해진 몸집 때문에 어린 시절 즐겨 숨던 하수구멍엔 도무지 들어갈 수 없습니다. 아기고양이 몸집이라면 쏙 들어갈 정도의 하수구멍이지만 이제 어른이 되어 잔뼈가 굵어지고 통통해진 길고양이에게는 아무래도 저 곳은 피난처로 무리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이곳을 제 집 삼아 살아왔을 길고양이에겐 어디로 가면 숨을 수 있을지, 인간의 손을 피할 수 있는지 모두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겠지만, 예전의 어리고 가녀린 몸매가 아니라 통통한 중고양이로 훌쩍 자랐다는 것은 미처 계산에 넣지 못한 것 같습니다. "옛날엔 분명히 저 구멍에 쏙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이런 낭패가.... 2010. 10. 19. 이전 1 ··· 3 4 5 6 7 8 9 ··· 9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