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가 즐기는 '밤바카 놀이' '밤바카' 기억하세요? 놀이공원에 하나쯤 있던 자동차 모양 놀이기구인데, 안전장치가 된 장난감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다른 사람의 차에 제 차를 쿵쿵 부딪치며 놀던 놀이기구입니다. 정식 호칭은 범퍼카가 맞겠지만 역시 밤바카라고 불러야 제맛입니다. 자장면 하면 왠지 어색해서, 꼭 짜장면이라고 해야 맛이 나는 것처럼. 그런데 고양이 세계에도 그런 밤바카 놀이가 있습니다. 물론 고양이가 자동차를 타고 노는 건 아니고 소처럼 제 머리로 상대방을 들이받는 거지만, 장난스런 기분은 밤바카 놀이를 할 때와 다를 바 없습니다. 소가 공격의 뜻으로 머리를 들이받는 것과 달리, 고양이들의 밤바카 놀이는 친밀감을 표현하는 수단입니다. 그런데 이 놀이도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의 선은 지켜줘야 하는데, 아직 어린 고양이는.. 2010. 5. 26. 싱겁게 끝난 한낮의 길고양이 미행 가파른 계단 길을 길고양이 한 마리가 내달립니다. 어렸을 적 빨리 계단을 내려가고 싶어, 두 계단씩 쿵쿵 뛰어내리던 기억이 납니다. 그땐 두 계단도 뛰어내리기 벅찼는데, 고양이는 제 키만큼 높은 계단을 잘도 쏜살같이 뛰어내려가, 왼쪽 골목으로 꺾어듭니다. 고양이는 꼭 달아날 때 뒤를 한번씩 돌아봅니다. 확실하게 내뺄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도, 안전을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앞서는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앞으로 체력을 적당히 안배해서 달아날 힘을 비축해두고 싶은 것일 수도 있지요. 미행자가 빠른 걸음이라면 전력질주로 그 자리를 피해야 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다음을 위해 힘을 남겨놓아야 하니까요. 길고양이의 목적지는 어디였을까. 어쩌면 인간이 없는 세상인지도 모릅니다. 턱없이 느려터진 인간의 추격.. 2010. 5. 25. 길고양이가 무서운 분께 띄우는 편지 대부분의 길고양이는 사람을 보면 피합니다. 그것이 생존본능이고, 학습에서 우러난 삶의 지혜이지요. 인간의 발치께에 간신히 오는 작은 키로, 저만치 높은 곳에 우뚝 선 인간을 두려운 눈으로 올려다 봅니다. 자세히 시간을 들여 그들의 눈을 마주보지 않으면, 그 눈빛의 의미를 오해하기 쉽습니다. '고양이는 인간을 싫어해'라거나, 심지어 '저건 나를 공격하려고 노리는 거야'로... 고양이를 보는 사람의 상황이나 심리에 따라 그 눈빛도 해석되기 나름인 듯합니다. 그런데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고양이를 싫어하거나 무서워하는 마음이 있는 한 어떻게 설명해도, 그런 마음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돌이켜보면 제 주변에서도 비둘기를 무서워하는 사람, 개가 무서운 사람, 심지어 달팽이를 무서워하는.. 2010. 5. 25. 퉁퉁 분 길고양이 젖가슴, 버거운 삶의 무게 자동차 옆에 숨어 멍때리고 있던 길고양이를 발견했습니다. 보통 고양이가 저를 먼저 발견하기 일쑤지만 이날은 고양이가 다른 데 한눈을 팔고 있었던 탓인지, 제가 한발 더 빨랐습니다. 눈매가 아직 어리다 했는데, 젖꼭지 주위에 검은 테두리가 생기고 젖이 퉁퉁 부어오른 것으로 보아 아직 젖을 떼지 않은 엄마 고양이입니다. 고양이도 저를 뒤늦게 발견하고 '으응?' 하는 표정으로 귀 한쪽을 쫑긋 세웠습니다. 제가 자세를 조금 고쳐 잡으려 하니, 잽싸게 몸을 일으켜 달아납니다. 순식간에 바로 옆 담장 위로 폴짝 뛰어오르더니, 긴장된 눈빛으로 제가 따라오는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엄마 고양이 심장은 두근두근, 마구 뛰놀겠지오. 혹시 가까운 곳에 새끼들이 있어서 제 주의를 돌리려고 담벼락 위로 뛰어오른 것인지도 모르겠습.. 2010. 5. 24. 눈칫밥 먹는 배고픈 길고양이 어느 집에서 먹다 남은 음식을 길고양이 먹으라고 내다 놓았는지, 전단지 위에 음식 찌꺼기가 놓여 있습니다. 길고양이 입장에서는 이런 횡재가 없습니다. 먼저 주워먹는 놈이 임자입니다. 누가 올까 두려운 마음에 마음 편히 앉지도 못하고, 금방이라도 도망갈 수 있도록 반쯤 서서 허겁지겁 먹습니다. 하지만 오가는 사람이 많은데 음식은 대로변에 놓여 있어, 마음 놓고 먹을 수가 없습니다. 몇 입 먹고 눈치 보며 옆으로 슬금슬금 피했다가, 사람이 지나가면 또 몇 입. 간신히 앉아서 먹나 했더니 쉴 새 없이 사람들이 지나다닙니다. 저렇게 불안하게 먹다가는 체하기 십상입니다. 눈칫밥 먹다 체하면 약도 없다는데... 섣불리 음식이 있는 자리를 안전한 곳으로 치워주려 했다가는 겁을 먹고 아예 자리를 떠나버릴지도 몰라서, .. 2010. 5. 22. [폴라로이드 고양이] 002. 엄마 손등 "엄마 손등 밉다고 부끄러워하지 말아라. 나도 너처럼 희고 매끈한 손을 가진 적이 있었단다." "엄마 손등은 고된 일에 다 헐어도, 찹쌀떡 같은 네 손등은 곱게 지켜주고 싶었단다. 엄마가 어려서 지금 너희만 했을 때, 엄마의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제 어머니는 쭉 주부로만 지내다가, 50대에 뒤늦은 직장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안해 본 일을 전전하는 동안 손마디는 굵어지고 손등도 거칠어져 예전에 끼던 반지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가 되었죠. 직장생활 중에 손가락 골절상을 입고 일을 그만두셨는데, 물리치료를 잘못 받아 손가락 하나가 구부러진 상태로 아무는 바람에 더더욱 손 드러내는 걸 꺼려하시게 되었습니다. 사정 모르는 사람 눈에야 어머니의 그 손이 미워보일지 모르지만, 저는 그 손에 담긴 사연을 알기에,.. 2010. 5. 21. 이전 1 ··· 4 5 6 7 8 9 10 ··· 5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