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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코점이의 신분증 길고양이가 비탈진 언덕길을 종종걸음으로 올라갑니다. 사람도 숨이 가빠 쉬며 오르는 언덕을 쉼없이 둣둣 걸어 오르다가, 잠시 걸음을 멈춥니다. 뒤에서 허덕허덕하며 따라잡는 내게도 좀 여유가 생겼습니다. 고동색 얼룩무늬 옷을 입은 뒷모습이며 몸집이 코점이 같습니다. 살짝 보여준 옆얼굴도 그렇고... 반가운 마음에 걸음을 빨리해 봅니다. 잘 따라오고 있나, 확인이라도 하듯 뒤를 돌아봅니다. "걔는 코점이 아닌데?" 지붕 위에 있던 고양이가 고개를 쑥 내밀고 참견을 합니다. 헉, 코점이였습니다. 어쩌면 몸집이며 얼굴 무늬까지도 비슷한지, 분신술을 쓰는 건가 잠시 착각했습니다. 집에 와서 사진을 확대해보니 제가 뒤를 쫓던 고양이는 확실히 코에 점이 없긴 하네요. 지문처럼 자신에게만 있는 코점으로 신분을 확인시켜준.. 2010. 8. 22.
[폴라로이드 고양이] 022. 엄마의 과거, 엄마의 미래 엄마는 길에서 힘들었지만, 괜찮습니다. 쓰레기를 뒤지며 연명하는 힘든 삶을, 자식에겐 물려주지 않아도 되니까요. * 구독+ 을 눌러 '길고양이 통신'을 구독해보세요! 트위터: @catstory_kr * 추천은 블로거에게 큰 힘이 됩니다. 아래 손가락버튼을 눌러주세요^ㅅ^ 2010. 8. 21.
제2회 고양이의 날 행사를 준비합니다(9.4~9.11) 1300K , 텐바이텐에서 판매중(사이트명 클릭하면 이동합니다^ㅅ^) ♦ 9월 9일 ‘고양이의 날’에 대하여 거리에서 태어나고 죽는 고양이의 삶은 짧고 고단합니다. 1년에 하루만이라도 그들의 생명을 생각하는 날이 있길 바라며, 매년 9월 9일 고양이의 날 행사를 엽니다. 고양이를 요물로 여겨 ‘고양이 목숨은 아홉 개’라 말하는 대신, 그 숫자만큼 질기고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남길 기원하는 ‘아홉 구’(九), 그들이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주어진 삶을 누릴 수 있길 기원하는 ‘오랠 구’(久)의 음을 따서 정한 날짜입니다. 고양이의 날 행사와 전시를 통해, 길 위의 생명에 대한 연민과 관심이 확산되기를 바랍니다. ♦ 주요 전시 및 행사 1. 기획전 기획전은 매년 한 가지 주제를 정해, 기획자와 초대작가가 함께 .. 2010. 8. 20.
희망을 놓지 않는 길고양이, 고똥이 길고양이 무리 중에는 유독 약한 녀석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 중 몇몇은 주어진 삶을 다 살아내지 못하고 세상과 이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겹게 숨을 이어가는 어린 고양이도 있습니다. 어르신들이 귀한 아기에게 아명을 붙이듯 오래 살라고, '개똥이' 대신 '고양이똥', 줄여서 '고똥이'라고 이름 지어준 길고양이도 그런 경우입니다. 고똥이 때문에 고양이 은신처에 들를 때마다 조마조마한 마음이 생겼습니다. "피골이 상접했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실감할 수 있을 만큼 비쩍 말랐으니까요. 지금까지 만난 아기 길고양이들 중에서도 상태가 좋지 않은 축에 속합니다. 바로 옆자리 억울냥과 비교해보면 고똥이의 허약체질이 더욱 눈에 두드러집니다. 먼저 태어난 아기냥들과의 기싸움에 밀려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인지.... 2010. 8. 19.
[폴라로이드 고양이] 020. 그 친구의 앞머리 고등학생 때 우리 반에는 앞머리가 너무 길어 눈을 찌를 것만 같은 친구가 있었습니다. 옆으로 넘겨 핀을 찌르거나 좀 자르기라도 하면 시원할 것 같은데 친구에게 짧은 앞머리는 촌스러움의 상징처럼 느껴졌나 봅니다. 그땐 학교에서 정한 '단정한 학생의 앞머리, 뒷머리 길이'가 정해져 있었지만 머리를 자르게 만들려는 주변의 압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머리를 사수하려는 친구의 노력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길이를 짧아 보이게 하려고 롤을 말기도 하고, 머리 끝에 실핀을 꽂아 속으로 접어서 말아넣기도 하고... 불시에 머리 단속을 하는 교련 시간에는, 책상과 걸상을 비상계단으로 빼놓고 원래부터 없던 학생인양 슬쩍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앞머리가 길어 눈을 찌르는 고양이를 보면, 그 친구 생각이 가끔 납니다. 그때 찍었던 .. 2010. 8. 18.
[폴라로이드 고양이] 019. 우리 다시 싸우지 말자 어렸을 때, 오빠나 동생과 싸우게 되면 어머니는 우리를 불러다놓고 잘잘못을 가린 다음, 화해하라고 포옹을 시켰습니다. 혼나고 나서 억지로 하는 포옹은 얼마나 손발이 오그라들던지.... 그때는 어색하고 불편하기만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말로 사과하기 어려울 때 대신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몸짓이 포옹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다시는 싸우지 말자' 말하지 않아도, 그냥 그렇게 마음으로 전해지니까요. 추천은 블로그에 가장 큰 힘이 됩니다^ㅅ^ 손가락버튼을 눌러주세요~ 2010. 8.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