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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닮은 금빛 눈의 길고양이 [알림] 제 블로그의 다음view 구독이웃이 되시려면 오른쪽 메뉴바 고양이 얼굴 위에 있는 파란색 + 버튼을 눌러보세요. RSS를 등록하지 않아도 새 글이 올라올 때마다 http://v.daum.net/my에서 편리하게 읽어볼 수 있습니다. (다음넷 로그인 후 구독가능) * 트위터: @catstory_kr * 한국트위터모임 '길고양이당' 가입은 http://bit.ly/bwgvRr 해가 슬금슬금 지기 시작하는 느지막한 오후, 그늘 밑에서 햇빛을 피하던 고양이들은 하나둘 거리로 나섭니다. 비탈길을 오르내리던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들기 시작하는 저녁이면, 식빵 자세로 소일하던 고양이도 착착 접어넣었던 앞다리를 펴고 먹이를 구하러 일어납니다. 언제까지나 한가롭게 누워있을 수는 없지요. 인간에게는 지친 하루를 마.. 2010. 6. 6.
[폴라로이드 고양이] 006. 진짜 용기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또 만났네, 근데 오늘은 상대해주기 힘들겠다. 내가 좀 바빠서." "난 지금 가장 소중한 걸 지키는 중이거든." 그 길고양이는 저를 보고도 잽싸게 달아나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그간 제 얼굴을 자주 봤으니 낯이 익어서 그런가 싶었습니다. 고양이를 만나러 오가는 길에 종종 출몰하는 녀석이라 조금은 친숙해졌거든요. 그런데 고양이의 태도가 평소와는 다른 듯합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도 다른 볼일이 생각났다는 듯 제 갈길을 찾아 사라지곤 하던 녀석인데, 오늘은 껌딱지처럼 늘어붙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냥, 아직은 햇빛이 따가워 그늘에만 있으려나 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궁금증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양철벽 틈새 너머로 어떤 소리가 들려왔으니까요. 작.. 2010. 6. 5.
[폴라로이드 고양이] 005. 고양이 젤리, 곰돌이 젤리 고양이라면 누구나 젤리를 갖고 있습니다. 이른바 '곰돌이 젤리'라는 것인데요. 네 개의 발바닥에 말랑한 쿠션 재질이 있어서 고급 신발에 장착된 에어쿠션처럼 뛰어내릴 때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고양이 젤리라고 하지 않고, 곰돌이 젤리로 부르는 이유는 발바닥의 제일 넓은 면이 테디베어의 얼굴과 두 귀를 꼭 닮았고, 네 발가락은 각각 테디베어의 팔다리 모양 같아서 그렇답니다. 포도젤리처럼 까맣던 발바닥은 흙먼지로 희뿌옇게 변하고 , 야들야들 부드러웠던 분홍색 젤리에 굳은 살이 생기고 때가 낍니다. 길고양이들이 때때로 발바닥을 열심히 핥는 건, 뭔가 달콤한 위로가 그 안에서 스며나오기 때문 아닐까요. 인간이 고양이의 폭신폭신한 발바닥을 어루만지며 위로를 받는 것처럼. 길고양이의 발바닥 젤리를 보면서 짠.. 2010. 6. 3.
식빵에서 등나무로 변신한 길고양이 천년 묵은 여우는 사람으로 변신을 한다지만, 그건 전래동화 속에서나 나오는 이야기다 싶지요. 하지만 우리 주변에 흔한 길고양이도 나름대로 자신의 장기를 활용해서 변신할 줄 안답니다. 단, 이것은 아무 고양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 섣불리 따라하다 인간에게 혼쭐 나는 길고양이가 없길 바랍니다. 길고양이 변신술에 가장 필요한 것은 주변 환경이니까요. 이 길고양이는 처음 만났을 때 잘 구운 식빵의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계란물로 한껏 무늬를 낸 카스테라처럼, 고운 줄무늬를 온몸에 바르고 있었지요. 저를 빤히 바라보는 고양이는 뭔가 재미있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나는 사실 등나무로 변신할 줄 안다옹." "아니, 지금 그 표정은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거냐옹?" 제가 뜨악한 표정.. 2010. 6. 2.
길고양이가 걷는 만리장성 사람마다 즐겨 다니는 길이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저 지점으로 다니는 가장 빠른 길을 선호하는 사람, 주변에 풀과 나무가 많아서 보는 즐거움이 있는 예쁘고 아기자기한 길을 선호하는 사람, 지름길보다 돌아가더라도 오가는 사람이 많고 가로등도 많아서 음침하지 않아 보이는 길을 최우선적으로 선택하는 사람. 그럼 길고양이가 선호하는 길은 어떤 것일까요? 길고양이가 즐겨 다니는 길은 사람이 쉽사리 자신에게 접근할 수 없는, 만리장성처럼 높고 길다란 담벼락 위의 길입니다. 인간의 눈으로 보기엔 그저 낡고 허술한 담벼락에 지나지 않지만, 길고양이의 작은 발로 꾹꾹 즈려밟으며 지나다니는 그 길은, 어떤 적의 도발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또 잽싸게 방어태세를 취할 수 있는 곳입니다. 비록 길고양이를 위해 지어진 시설은 .. 2010. 6. 2.
손으로 머리 받치고 자는 고양이, 귀여워 요즘 스밀라의 지정석은 책상 위에 놓아둔 등산가방입니다. 가방을 방석 삼아 껌딱지처럼 떨어지지 않고 하루종일 자는 걸 보면 고양이의 나른한 하루가 내심 부럽기도 합니다. 햇빛이 들어오는 게 싫은 건지, 아니면 습관적으로 그러는 건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몸을 둥그렇게 만 채 잠든 스밀라가 귀여워서 살며시 손을 얹어봅니다. '잘도 자네..'하면서 살살 배를 쓰다듬어 주었더니, 눈을 번쩍! 뜹니다. "왜 잠자는 고양이의 뱃털을 건드리냐!" 하는 매서운 눈빛입니다. 고양이가 잠자는 자세 중에서도 저렇게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잠자는 모습은 어쩐지 선생님께 혼나서 손을 든 아이 같고, 울고 있다 들킨 모습 같기도 해서 귀여우면서도 짠한 마음이 드는데요. 종종 저 자세로 자는 걸 보면 고양이에게는 편한가 봅니다.. 2010. 6.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