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금지 자기 삶이 힘들면, 남의 고통에 감정이입할 여력도 없어지지요. 세상에는 웃으면서 남의 가슴에 칼을 꽂는 사람도 있고,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빈말로라도 힘을 주는 사람도 있어요. 그렇게 좋고 나쁜 것들을 더하고 빼고 나면 고통스러울 것도 기쁠 것도 없는 담담한 삶이 남지요. 가끔 인간에 대해 실망하지만, 인간이 싫다고 말할 수 없는 건 나 또한 누군가에겐 힘이 되었겠지만 누군가에겐 실망도 주었을 테고, 어떤 대상의 고통에는 쉽게 몰입되면서, 어떤 대상에겐 무심한 인간이기 때문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인간이라고, 아직까지는 믿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좌절금지. 2009. 4. 28. 스밀라의 언덕 거실에 방석을 쌓아두었더니, 스밀라가 기다렸다는 듯이 풀쩍 뛰어올라 맨 꼭대기를 차지하고 눕는다. 털 붙지 말라고 봄 코트를 뒤집어서 깔아놓으니, 아예 원래부터 제 자리인 양 저렇게 누워있다. 방석 쌓은 높이가 사람 앉은키보다 높아서, 스밀라가 내려다볼 수 있다. 그윽한 눈으로 바라볼 때가 스밀라가 좋다.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고양이의 미소다. 2009. 4. 25. '길고양이 스승님'과 어린 제자 길고양이 세계에서도 스승과 제자 사이가 있습니다. 오랜 길냥생활로 길고양이 은신처의 터줏대감이 된 카오스무늬 길냥이는, 아직 연륜이 짧아 세상 물정 모르는 풋고양이들에게 삶의 지혜를 가르칩니다. 그런 스승님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젖소무늬 고양이입니다. 고양이에게도 흠모하는 감정이 있다면, 아마 젖소무늬 고양이가 스승님에게 느끼는 감정일 겁니다. 이 둘의 사이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둘이 언제나 붙어다니곤 하는 모습에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카오스무늬 고양이가 무심히 제 볼일을 볼 때도, 어느새 젖소무늬 고양이는 그림자처럼 따라붙어 있습니다. 고양이가 발소리없이 조용조용 다가오는 건 아시지요^^ 카오스 무늬 고양이가 "저 인간이 안전한지 내가 간을 한번 보겠다" 하며 앞으로 나섭니다. 젖소무늬 고양이는 .. 2009. 4. 3. 새끼 길고양이, 너무 짧아 애처로운 삶 봄은 길고양이들이 한창 태어나는 계절입니다. 계절마다 펼쳐지는 풍경이 다르건만, 자신이 태어난 계절만 기억한 채 세상과 작별하는 고양이들이 있습니다. 너무 짧게 세상에 머물렀다 가는 새끼 길고양이들입니다.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이 3~5년 사이라고 하면 '더 오래 산 고양이도 보았는데 어떻게 된 거냐'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물론 먹이 환경이 좋고, 주변에 해코지하는 사람이 없고, 조심성 많은 고양이라면, 평균 수명을 넘겨 살아냈을 것입니다. 하지만 1개월을 살다 간 고양이와, 7년을 살다 간 고양이의 경우를 더한 뒤에 마리수로 나눈다면, 평균 수명은 내려갑니다. 특히 질병이나 굶주림, 체온 저하에 취약한 어린 고양이들은 혹독한 거리 생활에서 쉽게 타격을 받습니다. 여느 때처럼 밀크티를 따라다니며 사진을 .. 2009. 4. 2. 길고양이가 눈물 흘리는 이유 길고양이가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신 적이 있나요? 그 커다란 눈에 눈물이 멎지 않아 그렁그렁한 모습을 보면, 짠한 마음에 자꾸만 돌아보게 됩니다. 길고양이 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고양이가 유독 많습니다. 고양이의 눈에 쉬지 않고 눈물이 나오는 건, 결막염의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사람처럼 슬픈 일이 있어 우는 것과는 다른 이유지만, 아프면 서러운 건 사실이죠. 치료조차 받기 힘든 길고양이 입장에서는 눈물이 날 만도 합니다. 고양이가 자연에서 공짜로 처방받을 수 있는 영양성분이라곤, 햇볕을 쬐면 얻을 수 있는 비타민D 뿐입니다. 그거라도 못 얻으면 건강이 더 나빠지니 양지바른 곳에 앉아 햇볕바라기를 합니다. 피곤한 듯이 고개를 기울이고 앞발을 모아 기운없이 앉았습니다. 눈물 흘리는 고양이를 보면, 저렇게 .. 2009. 3. 31. 국립중앙박물관의 '쥐잡는 고양이' 귀엽네 뾰족한 삼각지붕 위에 올라선 고양이 한 마리가 고개를 쭉 빼고 아래를 내려다봅니다. 아까부터 은근슬쩍 신경을 거스르는 쥐 두 마리가 자꾸 눈에 밟혀서입니다. 저놈들을 어떻게 해야 한방에 잡을 수 있을까를 놓고 심사숙고하는 듯합니다. 고양이는 오래 전부터 사람 곁에 머물며 쥐를 잡아주는 '가축'이었습니다. 농경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에게 쥐는 재산을 좀먹는 괘씸한 유해동물이었을 것이고, 고양이는 그 유해동물을 잡아주는 소중한 파수꾼이었습니다. 그런데 땅과 사람이 점점 멀어지면서, 땅에 살던 쥐가 사람이 사는 시멘트 집으로 들어올 일이 없어지자, 농가마다 없어서는 안될 동물로 사랑받던 고양이의 역할도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최소한 고양이를 '쥐 잡는 도구'로만 생각해온 사람에게는 그럴 것입니다. 그러나 전통적인.. 2009. 3. 29. 이전 1 ··· 47 48 49 50 51 52 53 ··· 1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