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숲고양이의 산책 키작은 나무 사이로 몸을 숨기고 잰걸음으로 휙휙 지나가는 두 마리 고양이. 카오스 고양이가 앞서고, 젖소 아깽이가 뒤따른다. 카오스 고양이가 걸음을 멈추면, 조용히 따라 가던 젖소 고양이도 발걸음을 멈추고 대기 모드. 나무에 가려 보이지는 않지만, 등을 곧게 세우고 꼬리를 말고 앉은 자세가 상상이 된다. "너 언제부터 따라왔냐옹?" 하는 눈빛으로 뒤돌아보는 카오스 고양이, "뭘요?"하며 딴청을 피우는 젖소 아깽이. 하지만 결국 두 마리가 나란히 서서 같은 곳을 바라본다. 두 마리 고양이의 사이가 궁금하다. 카오스 고양이를 잘 따르는 것을 보면 모녀 관계인 것 같다. 2007. 6. 2. 고양이 입술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은 웃음을 지을 수 없다고 한다. 사람처럼 감정에 따라 얼굴 근육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없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인간이 평소에 얼마나 밋밋한 일자형의 입술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하루 중에 얼마나 오랫동안 그런 일자형 입술로 살아가는지 곰곰 생각해보면, 고양이가 사람보다 더 풍부한 표정을 지녔다는 주장은 반드시 과장만은 아닐 것이다. 고양이의 입술에는, 적어도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사람의 입보다 훨씬 더 다채로운 표정이 있다. 고양이의 선명한 ㅅ자 입술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난다. 어떻게 보면 단호해 보이고, 어떨 때는 심통이 난 것 같다. 뭔가 집중해서 바라볼 때, 어린아이처럼 살짝 입술을 벌리고 바라보는 모습은 압권이다. 특히 세상 모르고 잠든 새끼 고양이의 입술은 살짝 .. 2007. 6. 2. 여섯 마리 고양이로 남은 당신-루씰과 여섯묘 산책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개는 많지만, 자발적으로 산책을 즐기는 고양이를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바깥구경이나 시켜줄까 싶어 고양이를 데리고 길을 나서면, 영락없이 진땀을 흘리게 된다. 처음에는 당황해서, 나중에는 꼼짝 않는 녀석을 떠메고 돌아오는 길이 무거워서. 집에서는 도도한 걸음걸이로 온집안을 헤집고 다니던 스밀라도, 정작 밖으로 나오면 겁을 먹고 얼어붙어 꼼짝하지 않았다. 아스팔트에 붙은 껌처럼 땅바닥에 납작 몸을 붙이고 요지부동인 녀석을 억지로 일으켜 이동장에 넣고 돌아오면 팔이 후들거렸다. 무용지물이 된 가슴줄을 구석에 던져두고, 다른 사람들의 산책 실패담을 찾아 읽으면서 ‘그래, 고양이는 원래 산책을 싫어해!’ 하고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마음으로는 부정해도, 머리로는 이미 산책 좋아하.. 2007. 5. 31. 똘똘이 똘똘이처럼 생긴 이 녀석은 밀레니엄 타워에 사는 녀석들 중에서 눈이 제일 크다. 그래서 조금만 표정을 바꿔도 금세 드러나 보인다. 꽤 덩치가 큰 녀석인데도 입술이 도톰해서 귀엽게 느껴진다. 2007. 5. 30. 아름다운 카오스 고양이 밀레니엄 고양이 부비의 두 마리 새끼 중 하나였던 카오스 고양이가 이렇게 미묘로 자랐다. 1미터 앞까지 다가가도 성급히 도망가지 않는다. 2007. 5. 29. 소심한 황토색 아깽이 오래간만에 밀레니엄 타워 고양이를 만나러 갔다. 나무 뿌리 근처에 먹다 남은 생선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생선구이집에서 꾸준히 먹이를 대주는 모양이지만, 왕파리떼들이 달려들어 난리가 났다. 아직은 괜찮지만 곧 6월이면 생선이 금세 상할테고, 상한 음식을 먹는 녀석들의 건강이 좋을리 없다. 생선 속에 알이라도 슬어놓으면 곤란한데... 화단 쪽을 들여다보았지만 아무 기척이 없다. 오늘은 만나기 힘든가 하고 돌아가려는데, 덤불 속에서 부스럭부스럭 뭔가 움직인다. 저 멀리 소심한 황토색 아깽이도 보인다. 무서워서 가까이 오지는 못하고, 기둥 뒤에 살짝 숨어 얼굴만 내밀고 나를 바라본다. 2007. 5. 27. 이전 1 ··· 77 78 79 80 81 82 83 ··· 12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