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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마음을 쉬러 갔던 북유럽 고양이 여행에서 만난 고양이들 중에

아직 소개하지 못한 고양이 가족이 있습니다. 식객 고양이 캅텐인데요,

스웨덴어로 '캡틴'을 뜻한다고 합니다. 캅텐은 집고양이가 아니지만

아저씨 댁에서 매일같이 밥을 먹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출출하면 슬그머니 현관 난간에 둔 밥을 먹고, 집고양이와
 
놀다가 가곤 합니다. 한국에서도 반 정착 형태로 살아가는 길고양이가

있는데, 캅텐도 그와 비슷한 느낌입니다. 


"밥은 얻어먹지만, 고양이의 자존심은 버리지 않는다."

당당한 자세로 식객 고양이의 자존심을 이야기합니다. 

언제 찾아올지 모를 캅텐을 위한 밥그릇과 물그릇은

늘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주변이 초록 들판과 커다란 나무로 가득하고, 인가가 서로 떨어져 있어

사람들 눈에 밟힐 염려도 없는 시골 마을은, 식객 고양이 캅텐에게

더없이 좋은 삶터가 되어줍니다. 가끔은 어린 고양이들에게 나무타기

시범을 보이기도 하는군요. 


고양이 중에서도 검은 고양이에게 마음이 끌리는 건, 흑표범을 닮아

그런지도 모르겠네요. 나무 위로 올라가 세상을 내려다보는

캅텐의 모습이 듬직하고 멋집니다. 고양이처럼 날랜 몸으로

저도 따라서 나무를 타고 싶어집니다.


끔 멋모르는 어린 고양이가 캅텐의 등 뒤를 급습하기도 하지만, 

'캡틴'이라는 뜻의 이름이 달리 붙은 것이 아닙니다. 그만큼 노련한 솜씨로

순식간에 상황을 종료하고 포효하는 캅텐입니다.



흑표범 같은 얼굴로 포효하지만, 군살이 붙어 전성기는 살짝 지난 중년의

모습입니다. 그렇게 성숙한 고양이를 쓰다듬을 때의 단단하고 묵직한 느낌은

왠지 모를 충만함을 안겨주네요. 식객 고양이 캅텐,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아저씨네 집을 찾아와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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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싸우자!"  "야, 살살 좀 해!" 

싸우면서 자라는 어린 고양이의 하루는, 가까이 있는 형제와

아옹다옹 몸싸움을 하는 데서부터 시작됩니다. 뒷다리 허벅지에

딱 힘을 주고, 앞발로는 상대의 몸을 누르며 제압하는 폼이,
 
제법 싸움의 기술을 익힌 듯합니다.  


하지만 엄마에게까지 발톱 내밀며 달려든 것은 실수랄까요.

엄마 이마에 '참을 인'자가 여러 개 지나가는 게 보입니다.


'장난으로 싸울 때는 발톱 내밀지 말라고, 엄마가 그랬지!'

발톱에 코가 찍혀 아픈 엄마는 이렇게 호통치고 싶지만,

아기 고양이가 그만 엄마에게 헤드락까지 걸면서 입을 딱

막아버리는 바람에 말도 못하고 이맛살만 찌푸릴 뿐입니다.

'야, 너 괜찮겠어?' 옆에서 구경하는 형제 고양이는

그저 묵묵히 눈치만 봅니다. 원래 제일 재미있는 게

남의 싸움 구경이라니, 그냥 슬그머니 구경만 할 밖에요.
 

"엄마, 싸우자! 나 오늘은 엄마를 이길 자신 있어!"

뭣도 모르고 두 팔을 벌려
하악거리며 엄마에게 도발합니다.


노랑이에게 몸이 깔린 다른 녀석은 엉덩이가 무겁긴 하지만,

괜히 말이라도 잘못 꺼냈다간 자기에게까지 엄마의 불호령이

떨어질까 두려워서 그런지 아무 것도 못본 척하네요.



"이 녀석이! 오냐오냐 했더니 엄마 무서운 줄 모르고."


"끼잉...잘못했어요." 힘센 엄마 팔뚝에 붙들려 그만

꼼짝 못하는 아기 고양이입니다. 나중에는 엄마 팔도

한번에 뿌리치고 뛰어나갈 만큼 몸이 자라겠지만,

지금은 엄마가 하라는 대로 순순히 따라야겠죠?

발톱과 이빨도 아무 때나 내미는 게 아니고, 싸움도 때와 장소를

봐 가면서 해야 한다는 걸, 아기 노랑이도 잘 배웠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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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여유롭게 산책하는 것은 저의 소원 중 하나였는데요,

집고양이는 산책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고, 길고양이는 대개

사람을 경계하기 때문에 혹시 길에서 고양이를 만나더라도

산책이 아닌 미행이 되곤 합니다만, 붙임성 있는 스웨덴의 길고양이를 만나

잔디밭을 산책할 수 있었습니다. 고양이 여행 도중에 흔치 않게 접하는

'고양이 산책' 기회이기에,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마치 좋은 곳으로 데려가 주겠다는 듯 성큼성큼 걸어가는 발걸음을

따라잡기 힘들 만큼, 고양이는 혼자 산책하는 데 주저함이 없습니다.

이곳은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영원한 안식처-삭막한 묘지의 느낌보다

고요한 쉼터라는 인상이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무덤과 비석의 크기로

죽어서까지 지위의 고하를 구별하고 싶어하는 이들과 달리, 이곳에선

고양이 한 마리가 누우면 딱 들어맞을 크기의 조그만 무덤과 비석으로

잠든 사람을 표시할 뿐입니다.  



고양이의 눈높이에 맞게 몸을 낮추니, 모든 세상이 고양이 눈높이로 보입니다.  

몸이 스르르 줄어들어 고양이와 같은 키가 되어서 나란히 걷는 듯한 기분입니다.

내가 낮아질수록 세상은 커진다는 것을 새삼 느꼈던, 평화로운 산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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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가 잘 조성되어 도심에서도 다양한 새를 볼 수 있는 스톡홀름에서는,

길고양이보다 야생조류를 만나는 것이 더 빈번한 일입니다. 이 고양이도

우연히 마주친 새를 노리고 있습니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저만큼 크게 보이는 걸 보면, 제법 몸집이 큰 새입니다. 그러나 고양이는

제 몸집을 생각하지 않고 새를 잡을 생각으로 머리가 꽉 차 있습니다.

어느 시점에 달려나가야 새를 잡을 수 있을지 신중하게 거리를 가늠해봅니다.

몸은 도약을 위해 낮추고 뒷발도 동당동당, 뛰어나갈 준비를 갖췄습니다.

벌써 처음보다 두세 걸음 앞으로 나선 상황, 뒷모습을 지켜보는 저에게도

긴박감이 감돕니다.


한데 왠지 뒤꼭지가 따끔했는지 새가 느릿느릿 돌아섭니다. 멀기는 하지만

고양이가 자기를 노리고 몸을 숙인 것을 보지 못했을 리 없습니다. 

새의 유일한 무기인 날개를 활짝 펼쳐 멀리멀리 날아가 버립니다. 


동당거리며 낮춘 엉덩이를 들어보지도 못한 채로, 고양이는 그만 망연자실

새가 날아간 곳을 바라만 봅니다. 고양이는 사냥에 실패하면 딴짓을 하는데

그 이유는 자존심이 강해서 실패를 인정하기 싫은 것이라고도 하고, 혹은 

기분 전환을 위해서라고도 합니다.



방금 전까지 새가 머물던 장소로 걸어나와서  "에잉, 내 신세야..." 하고

푸념이라도 하듯 벌렁 드러눕는 고양이입니다. 언젠가 새를 잡으려다 실패한

고양이가 허탈해하며 털썩 옆으로 쓰러지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이 고양이에게도 사냥 실패의 좌절감은 그렇게 드러나는가 봅니다.

눈을 지그시 감은 표정이 '될대로 되라' 하고 체념한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방금 전의 실패는 잊어버리고 '에라, 등이나 지지자' 하고

마음을 달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기운 내, 오늘만 날이 아니잖아~"하고 고양이에게 넌지시 응원을 건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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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평온한 물가로 당신을 데리고 갑니다.

뉘엿뉘엿 지는 햇빛을  받으면서 가만히 있어도 좋아요.

 금요일 오후니까요, 조금은 나른해져도 괜찮은 시간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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