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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일본의 강아지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웠다. 예외적인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대개 고양이가 자발적으로 산책을 즐기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스밀라는 우리 집으로 입양되기 전에 한번 버려졌던 기억 때문인지, 밖에 나가는 걸 극도로 무서워한다. 얌전히 품에 안겨 있다가도, 신발 신고 나가려는 시늉을 하면 침을 꿀꺽 삼키면서 발톱을 내밀어 내 어깨에 콱 박고는, 뒷발로 밀치며 아래로 뛰어내린다. 한번은 바깥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이동장에 넣어 집 앞 공원으로 데리고 나왔더니, 스밀라는 땅바닥에 붙은 껌처럼 벤치를 껴안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괜히 불안한 마음만 자극할 거 같아 다음부터는 고양이와 함께하는 산책을 포기했다. 고양이가 겁먹지 않게 바깥구경을 시켜줄 수는 없을까? 오사카의 복고양이 신사에서.. 2009. 2. 12.
길고양이의 ‘눈빛 호신술’ 고양이의 눈을 보면, 고양이의 심리를 읽을 수 있습니다. 고양이처럼 마음이 눈빛에 그대로 드러나는 동물은 흔치 않거든요. 특히 동공의 크기 변화를 보면 길고양이가 느끼는 놀람이나 분노, 두려움이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종종 만나러 가곤 하는 길고양이 무리 중에서도 회색냥은 그런 감정을 눈매로 잘 드러내곤 합니다. 몇 년 동안 같은 동네를 다니다 보면, 고양이나 저나 서로에게 익숙해집니다. 길고양이들이 제 옆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식빵을 굽거나 잠을 자는 것도 그런 까닭인 듯합니다. 하지만 자주 만나는 길고양이들 중에서도 회색냥은 조금 다릅니다. 회색냥을 처음 본 것도 1년이 넘었으니 이제 서로 얼굴을 익힐 만큼 익혔지만,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 않는 눈빛입니다. 가끔 고양이 은신처에 들르면 다른 고양이들은 하.. 2009. 2. 10.
도서관 고양이 듀이, 기대된다 -2월 1일 출간 예정(현재 예약판매 중). 인터넷서점마다 예약구매 선착순 500명에게 듀이 노트 증정. -간단 줄거리: 도서관에 버려진 유기묘 한 마리가 소외된 변두리 마을에 가져온 놀라운 변화. -흥미로운 점: 듀이(풀네임은 Dewey Readmore Books)는 도서관의 듀이십진분류법을 발명한 '멜빌 듀이'의 이름을 딴 것. -비고: 듀이를 구조한 도서관 사서이자 책의 필자인 비키 마이런 역으로, 메릴 스트립이 주연을 맡아 영화 개봉 확정. 아마존 베스트셀러 소식이 떴을 때 한국에서도 번역서로 나오면 좋겠다 싶었는데, 갤리온에서 번역서를 내기로 한 모양이다. 얼른 서점에서 보고 싶다. 2009. 1. 30.
암벽 타는 길고양이 보셨나요? 깎아지른 암벽을 조심스레 타는 길고양이를 만났습니다. 젖소무늬 코트를 입은 이 길고양이는, 온갖 위험으로 가득한 인간의 길보다, 조금은 더 위험해 보이더라도 암벽을 따라 걷는 쪽을 택한 것인가 봅니다. 발밑을 내려다보면 어지럽고 무서울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지, 길고양이는 자신이 가야할 길만을 똑바로 응시하며 한 걸음 두 걸음 앞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젖소무늬 길고양이의 조심스런 표정이 사뭇 진지합니다. 자못 엄숙하기까지 한 길고양이의 표정. 종종걸음으로 걸어도 암벽 길은 쉬 끝나지 않습니다. 어디 발 딛을 자리나 있을까 싶은데도, 앞발에 힘을 꾹 주고 발 옮길 곳을 찾아냅니다. 조금이라도 발을 헛디디면 바로 깎아지른 바윗길 아래로 굴러떨어질 것 같은, 위태로운 길입니다. 사진에 다 담지 못했지만,.. 2008. 11. 29.
고양이와 자전거, 도쿄 골목길 풍경 인파로 북적이는 관광지에선 쉽게 고양이를 만날 수 없지만, 골목으로 접어들면 정겨운 풍경이 있습니다. 고양이가 다니기 좋은 아담한 골목이 있고, 자전거를 탄 사람들은 고양이가 노는 풍경을 스쳐 지나갑니다. 조금은 무심한 듯, 그러나 아주 무관심하지는 않게. 가끔 주차된(?) 자전거 앞에서 노는 고양이를 쓰다듬어주기도 하면서요. 일본에는 왜 유독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 하고 궁금했는데, 대중교통비가 비싸다보니, 짧은 거리는 자전거로 오가는 편이 좋긴 하겠더군요. 딱, 페달을 밟는 자신의 힘만큼만 앞으로 나아가는 자전거는 연료도 필요 없고 공해도 유발하지 않는, 가장 환경친화적인 이동수단이기도 하지요. 자동차로는 통과하기 힘든 좁은 골목길도 씽씽 지나갈 수 있고요. 그래서인지, 주택가에서는 자동차.. 2008. 10. 16.
외톨이를 위한 치유의 만화 '나츠메 우인장' 도쿄 여행 중에, 복고양이를 모시는 신사에서 만화 '나츠메 우인장'〔夏目友人帳〕에 등장하는 '야옹 선생'을 만났다. 만화 속 야옹 선생이 '마네키네코 인형 속에 봉인된 요괴'로 설정된 만큼, 마치 만화의 한 장면이 현실로 재현된 듯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의뭉스런 눈빛, 통통한 몸통이 만화 속 야옹 선생과 똑같았다. 신사에 봉납된 '야옹 선생'인형은 특별 제작된 것으로, 올 여름 시즌부터 '나츠메 우인장'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자, 성공을 빌며 복고양이 신사로 유명한 이곳에 봉납한 것이라고 한다. 주인공 나츠메 역을 맡은 성우 카미야 히로시 역시 '야옹 선생'이란 이름의 집고양이를 실제로 키우고 있어 흥미롭다. '나츠메 우인장'은 요괴를 볼 수 있는 소년 나츠메(夏目)가, 요절한 할머니 레이코의 유물.. 2008. 10.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