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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고양이 스밀라

고양이도 우울할 때가 있다

by 야옹서가 2010. 4. 21.
고양이도 우울함을 타는 시기가 있습니다. 놀아달라고 큰 소리로 불렀는데 사람은 별 반응이 없다거나,

약을 먹거나 수액주사를 맞는 등 하기 싫은 일을 어쩔 수 없이 해야할 때가 그렇습니다. 

스밀라가 문 앞에서 큰 소리로 불렀는데 급히 해야할 일이 있어 시간을 지체했더니, 저렇게 담요 위에

몸을 축 늘어뜨리고 무기력하게 누워있습니다.  쓰다듬어줘도 그릉그릉도 하지 않고 시큰둥입니다.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반만 뜬 눈과 납작한 귀로 불편한 심기를 온몸으로 뿜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옆에서 계속 달래주고 놀아주니 눈매가 좀 부드러워지는 것 같아요.

코앞에서 얼굴을 들이대면 시선을 살짝 피합니다. 그 모습이 제 눈에는 은근히 사랑스럽게 보이네요. 

저를 보지 않는 척 시선을 먼 곳으로 향하고 있지만,  사실은 광각렌즈처럼 볼록한 눈으로 제가 뭘 하는지

곁눈질로 다 지켜보고 있을 거라는 걸 알아요.


아기고양이일 때는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모든 것에 심드렁해지는 고양이를 생각하면, 

만사가 귀찮아진 고양이의 마음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일은 뭘까 고민하게 됩니다. 토닥여주고 쓰다듬어주며 이런저런

말을 건네다 보면 어느새 그릉그릉 소리를 내며 기분이 좋아졌다고 신호를 보내오는데, 비록 열렬한 반응은 아니지만

언제나 똥꼬발랄한 아깽이 시절의 매력과는 또 다르게, 성묘들의 미세한 감정의 변화를 감지해내는 것도 

고양이와 함께 하는 생활의 즐거움이 아닐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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