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사와 병사로 짧게 끝나기 쉬운 길고양이의 삶이지만, 힘든 시기를 무사히 넘기고 살아남은 모습을 보면
내가 키운 고양이는 아니어도 대견한 마음에 어쩐지 뿌듯하다. 작년 10월 초 처음 만난 어린 길고양이도 그랬다.
겨우내 드문드문 얼굴을 보았지만 제대로 찍을 수 없었는데, 그 사이에 부쩍 자라 어른이 다 됐다.
몸매는 여리여리하고 얼굴에는 약간 앳된 기운이 남았지만, 청소년 고양이의 단계는 넘어섰다.
보무도 당당히 걸음을 옮기는 모습. 고소한 냄새가 흘러나오는 쪽을 향해, 음식쓰레기 봉지로 다가간다.
고양이 은신처 근처에는 주기적으로 밥을 챙겨주는 어르신이 계신다. 3마리 일가족이 이 영역을
지키고 있는지라 먹을 것이 확보되지만, 다른 고양이들도 드나드는 터라 아주 만족스럽지는
못한 듯. 허기가 지면 습관적으로 쓰레기봉투를 뒤질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쓰레기봉투 사이를 뒤적이다 경계하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호기심에 찬 어린 고양이 시절의
해맑은 눈이, 사람을 경계하는 눈으로 바뀌기까지 얼마나 많은 경험을 해왔을 것인지.
저 얼굴과 비슷한 표정을 오래 전에 본 적이 있다.
2009년 11월에 보았던 그 눈매와 비교해본다. 살이 빠지고 얼굴도 홀쭉해져 눈을 치뜨면 흰자위가 보이곤 했는데,
다행히 지금은 결막염으로 추정되던 눈병도 낫고, 건강상태도 좋아진 듯 싶다.
작년 10월 처음 만났을 때의 아기 길고양이는 엄마 몸에 제 턱을 살며시 기대고 있었는데... 이젠
혼자서도 엄마의 등을 너끈히 받쳐줄 만큼 자랐다.
새끼가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도 엄마 눈에는 여전히 어린애.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미동도 하지 않고 새끼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고 있었다. 얼굴은 동그래졌지만 매서운 눈매는 여전하다.
한때 촐싹거리며 장난을 치고 뛰어놀던 앞발을 열심히 놀려 달아난다. 춥고 배고픈 겨울을 무사히 견뎌낸
녀석이니까, 앞으로도 잘 버텨주기를 마음속으로 기원할 뿐이다. 경험으로 습득한 인간에 대한 두려움과
조심성을 잃지 않는다면, 가능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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