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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젖 먹이는 엄마 길고양이, 뭉클한 모정

by 야옹서가 2010. 5. 7.
살아남으려면 길에서 사는 고양이는 강해질 수밖에 없다. 홀몸을 건사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하물며 

새끼 딸린 엄마 고양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엄마 고양이는 그저 젖만 물리는 게 아니라, 제 몸의 영양분을 

있는 힘껏 짜내 새끼에게 먹인다. 새끼를 갖기 전에는 통통했던 고양이도, 얼마동안 새끼에게 젖을 먹이면

비쩍 말라버려 몰라보게 변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젖 먹이는 엄마 길고양이를 가장 가까이서 보았던 건 예전에 일하던 잡지사 정원에서였는데,
 
엄마 고양이는 정원에 세운 조각상 좌대 밑의 빈 공간에 숨어서 새끼를 낳고 길렀다. 길고양이를

안쓰럽게 여긴 집 주인이 돼지고기며 계란을 빈 그릇에 담아주었는데도, 엄마 고양이는 젖 달라는 새끼들

성화에 몸이 바빠 먹을거리는 입조차 대지 못했다. 한두 마리도 아니고 네 마리나 되는 새끼가 딸린

몸이다보니, 젖을 물리는 동안에도 연신 주변을 경계하며 돌아보는 눈초리가 매서웠다. 


고양이는 한 배에 서너 마리를 낳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 새끼들이 모두 살아남는 것은 아니다.

새끼 하나만 데리고 있던 이 엄마 고양이도 그랬다. 어린 고양이가 젖을 떼고 스스로 먹을 것을 구할 수 있는

청소년기 무렵이 되면, 어미는 매몰차게 정을 떼서 새끼를 독립시킨다. 그러나 이 고양이는 모성애가 남다른지

새끼가 제법 클 때까지도 공갈젖을 물렸다. 깨알처럼 앙증맞은 유치가 아닌, 어른 고양이와 다를 바 없는

날카로운 이빨에 젖가슴을 다쳐도 엄마 고양이는 묵묵히 빈 젖을 내어줄 뿐이다. 맛있는 음식을 줄 수 없다면,

달콤한 엄마젖의 추억이라도 물려주고 싶은 게 엄마 마음일 것이다.


어느 책방에서 만난 길고양이는 임시 수유실을 얻어 새끼에게 젖을 물리고 있었다. 비록

골판지 상자로 만든 허술한 임시 거처이고, 언제 쫓겨날 지 모를 불안한 셋방살이지만,

사방에 바람막이를 할 벽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엄마 고양이의 표정은 한없이 만족스러워 보였다.

젖을 빠는 새끼를 네 발로 감싼
엄마의 몸이, 새끼를 위한 푹신한 요람을 만든다. 자신은 좁고 딱딱한

상자 안에서 네 다리를 펼 수 없어도  
새끼에게는 따뜻하고 안전한 은신처가 될 것이기에, 엄마는

보일듯 말듯 미소를 짓는다.
 
 
 

 버림받았던 고양이가 새로운 가정을 찾아 안전한 환경에서 새끼를 낳는 것은, 길고양이가 맞이할 수 있는

가장 극적인 해피엔딩일 것이다. 이 고양이를 거둔 할머니는 이미 여러 마리 고양이와 함께 살고 계셨는데

고양이 때문에 장판에 온통 곰보자국이 생겨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으셨다. 


자신이 겪었던 거친 길거리 묘생을 새끼에게 물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안심이 될까. 

흰장갑을 낀 쌍둥이처럼 똑같은 자세로 젖 먹는 새끼를 보는 엄마 고양이의 눈빛이 평화롭다.

모정이란 사람만 느끼는 게 아니라는 것을, 길고양이를 보며 새삼 생각한다. 그런 고양이의 소중한 세계를,

나도 있는 힘껏 지켜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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