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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까치발을 한 길고양이, 쓸쓸한 뒷모습

by 야옹서가 2010. 5. 6.
골목을 걷다보면 문을 열어둔 집이 간혹 눈에 띈다. 이중 삼중으로 걸쇠를 걸고, 그것도 모자라

번호자물쇠며 현관 출입제어장치까지 갖춘 아파트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나, 더 이상 

빼앗길 것도 잃을 것도 없다 여기는 사람들에게 문이란 집에 형식적으로 딸린 부속일 뿐이다.

그 문조차 활짝 열린 부엌 앞에, 종종걸음으로 갈 길을 가던 길고양이가 문득 멈춰선다.  

열린 부엌 문 너머로 무엇을 본 것일까. 아마도 눈보다 코가 먼저 반응했을 것이다.

고양이는 잠시 머뭇거리다 계단 너머로 몸을 내민다. 안이 잘 보이지 않자, 까치발을 하고 고개를 쭉 내민다. 

 

가벼운 섀시문 한짝 달린 문턱 너머로, 인간의 영역과 고양이의 영역이 그렇게 나뉜다.
 
한 걸음 안으로 내딛으면,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도 맛보고, 귀여워해주는 사람도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닌가. 불청객 취급을 받으며 내쫓길지, 얼른 꺼지라고 호통을 들을지.


문턱 하나만 넘으면 닿을 인간의 영역 앞에서, 길고양이는 쉽게 그 경계를 넘지 못한다.

고양이만 가로막도록 설계된 투명 장막이라도 있는 것처럼,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망설인다.

문턱 하나가, 길고양이에겐 멀고 먼 국경이다. 철조망으로 가로막히지 않아도 무섭고 무거운 경계다.

사람에겐 순간이나 고양이에겐 길고 긴 몇 분 동안, 고양이는 까치발을 들고 그렇게 한참을 서 있다

발길을 돌린다. 문 너머로 흘러나오는 불빛이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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