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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아이라인 문신이 선명한 길고양이

by 야옹서가 2010. 5. 7.

길고양이 중에 유독 성정이 강해 보이는 녀석들이 있다. 고양이가 달라봐야 얼마나 다르겠냐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 눈을 맞춰보면 그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왜 그런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렇게 보이는 고양이들은 대개 아이라인이 까맣고 진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화장이 능숙하지 않은 나는 마스카라를 칠하거나 아이라인을 그리면 눈 주위가 까맣게 번져서

팬더눈이 되는 바람에 눈화장을 포기하고 말았는데, 간혹 전철에서 아이라인에 문신한 아주머니를

만나면 '헉, 아이라인이 너무 진해서 무섭다' 하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조금 가늘게 해 넣으면

어색하지 않고 매일 따로 그릴 필요도 없으니 편하긴 하겠네' 싶었는데, 고양이라면 아이라인이

잘못 그려질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이라인에 천연 문신을 한 채 태어나는 셈이니까. 아무리 앞발에

침을 묻혀 고양이 세수를 열심히 해도 절대 번지지 않는, 초강력 워터프루프 아이라인이다. 



지붕 아래 잠시 몸을 숨기고 휴식을 취하던 노랑둥이 촐랑이의 엄마 황란이도 만만치 않은 눈매를 지녔다. 

이제 어른이 되어버린 노랑둥이를 분가시키고 엄마 딱지를 뗀 황란이지만, 먼발치에서 새끼를 지켜보는

이 고양이가 내 눈에 계속 엄마냥이로 보이는 건, 팍팍한 환경에서도 제 새끼를 건사하려고 눈에 힘을 주던 

엄마 모습이 아직 기억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가만히 앉아있을 때조차 잔뜩 기합이 들어간 모습일까.

이것도 아이라인 천연 문신의 효과인지 모르겠다. 

아무도 닦아주지 않는 눈곱 자국 때문에 눈이 더욱 크고 길어보이는 데다가, 보통 아몬드 형으로 끝이 뾰족하게

떨어지는 고양이의 아이라인과 달리, 엄마냥이는 아이라인 끝이 둥글고 커서 눈매가 더욱 강조되어 보인다.

 


아이라인이 진하다 보니, 눈을 살짝 찌푸리는 것만으로도 잔뜩 의혹에 젖은 표정이 자연스레 나온다. 

역시 범접하기 어려운 고양이의 카리스마는 결국 눈에서 나온다는 걸 알겠다.  

너는 차가운 도시 고양이, 하지만 네 새끼에겐 따뜻하겠지. 하긴 제 새끼에게 따뜻하지 않은 엄마가

어디 있을까. 거칠고 사나워보여도, 고양이의 속마음은 그렇지 않을 거라 믿는다. 
 

* 저희 집 고양이 스밀라도 진한 아이라인이 있답니다. 언제 한번 아이라인의 비밀을 추적한 글을 올려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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