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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고양이 여행] 한국

아기 길고양이들의 까꿍놀이

by 야옹서가 2010. 5. 12.
오래된 슬레이트 지붕 밑 빈 공간에서 놀던 아기 길고양이와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눈동자가 예쁜 호박색입니다.

갑작스런 방문에 화들짝 놀란 아기 길고양이는, 얼른 건너편 지붕으로 달아납니다.


"노랑이 없~다!"
 
대담한 건지, 숨는 게 서투른 건지, 지붕 밑에 얼굴만 쏙 감추고 자기는 없답니다.


"응? 아직 안 갔냥?" 

나 없다고 하면 시시해서 가버릴 줄 알았는데, 머리 위 인간은 엉덩이가 무겁게도 버티고 있습니다.


"뭐 재미있는 거라도...헉! 인간이닷!" 

얼룩무늬 아기고양이가 조심스레 얼굴을 내밀다가 눈치만 보고 잽싸게 머리를 집어넣습니다.

노랑이는 제가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안심했는지, 이제 여유만만한 얼굴이 되어 

지붕 모서리에 입술을 비비고 있습니다.   


노랑이가 해맑은 눈으로 저를 올려다보는 동안, 얼룩이도 제가 은근히 궁금했는지 나올까 말까 지붕 밑에서

한참을 고민합니다. "얼룩이 어, 없다..." 하고는 코끝만 살짝 보여주네요.


"괜찮대도. 얼른 나와 봐, 하늘 참 좋다!" 

노랑이의 격려를 받아 소심한 얼룩이도 얼굴을 살짝 보여줍니다. 

호기심에 가득 찬 커다란 두 눈이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납니다. 고양이를 만나 그 고양이의 기억을

담을 때마다, 제가 보았던 그 보석들이 마음에 알알이 와 박힙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으나

그렇게 마음속에 쟁여둔 보석의 수를 일일이 헤아릴 수 없으니, 마음만은 부자가 된 기분입니다.  

어설픈 까꿍놀이를 보여준 아기 길고양이들에게서, 이날도 또 두 쌍의 보석을 선물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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